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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것이 걱정된다.” - 범불안장애
김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09.05 09:18

[정신의학신문 : 대한불안의학회 김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7세의 A군은 평소에 걱정이 너무 많습니다. 갑자기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지?” 걱정을 하고 친구가 우산 하나 사서 쓰라고 하면, “집에 우산도 많은 데 또 사면 안되는데..”라며 주저합니다. 또 “비가 이렇게 주말까지 계속 오면 여자 친구랑 데이트가 망쳐질 텐데”라며 걱정하고, 그런 일로 인해 여자 친구와 사이가 나빠질 수도 있다며 전전긍긍합니다. 그러다 대학원에서 과제라도 있으면 이걸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안절부절못하고 실제로 과제에 착수조차 못합니다. “아 이렇게 과제도 잘 못하고, 제대로 졸업도 못하면 어떻게 취직을 할까? 부모님이 많이 실망할 텐데 그건 어떻게 하지?” A군의 걱정을 끝이 없습니다. 한 걱정이 또 다른 걱정을 부르기도 하고, 갑자기 다른 걱정이 머리 속에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걱정과 불안이 끊이지를 않고 게다가 한 가지 문제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온갖 세상의 모든 주제에 대한 걱정이 있는 병. 이것이 범불안장애입니다.

범불안장애란 말이 좀 생소하죠? 영어로는 generalized anxiety disorder, 즉 불안이 한 곳에 국한되지 않고, 전 분야에 일반화(generalization)되어 있다는 뜻이죠. 사실 불안장애에 속하는 여러 질환들은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을 주로 불안해합니다. 사회공포증은 많은 청중 앞에서 발표할 때와 같은 사교적 상황에서 심한 불안을 느끼는 것이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충격적 경험을 한 뒤 그와 연관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죠. 그런데 범불안장애는 말 그대로 대상이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거의 모든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겁니다. 이런 현상을 부동 불안(浮動不安, free-floating anxiety)이라고 하는데, 불안과 걱정이 마치 낙엽이 물 위에 떨어져 자유롭게 떠다니듯이 온 동네 떠돌아다닌다는 것이죠. 
 

사진_픽사베이


결국 이 질환의 핵심 증상은 과도한 걱정(excessive worry)입니다. 무엇에 대한 걱정이냐고요? 온갖 걱정이라고 했듯이 건강, 경제, 학업, 직장, 대인관계, 미래의 불확실성 등 아주 다양한 걱정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늘 불안하고 초조하며 주의집중이 되지 않고, 쉽게 짜증이 나고, 근육이 긴장되고 피곤해지며, 수면이 곤란해지는 증상도 동반됩니다. 당연히 만성피로, 두통, 수면장애, 소화불량, 과민성 대장증상 등의 신체증상도 생기겠죠. 또한  불필요한 걱정에 집착하기 때문에, 우유부단하고 꾸물거리는 행동 저하를 나타내어 현실적인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고 직장에서도 어려움에 처합니다. 성격 면에서는 비관주의, 완벽주의,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intolerance of uncertainty), 문제 해결에 대한 자신감 부족과 같은 성격적 특성을 지난 사람이 많이 걸립니다. 

자, 그런데 하나 의문이 들죠? 누구나 걱정은 하는데, 일반적인 걱정과 과도한 걱정을 어떻게 구분하나? 나도 걱정이 많은데 나도 범불안장애인가? 보통 모든 사람이 하는 일반적인 걱정은 실제로 어떤 걱정거리가 생기고 이에 대해 적당히 걱정하다가 점점 무디어져서 대부분 사라집니다. 신체불안 증상까지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바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으로 옮겨지죠. 예를 들어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갑자기 시동이 꺼지고 연기가 난다면 이것은 실제 걱정거리이죠. 운전자는 “이거 차가 완전히 망가져 사고라도 나는 거 아니야?”라는 걱정이 듭니다. 그렇지만 걱정했다고 해서 식은땀, 근육긴장, 심계항진 등의 신체 증상이 과도하게 나타나지는 않죠. 그리고 이런 적당한 걱정이 있어야 “카센터로 가거나 보험회사에 연락해서 견인차를 불러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합니다. 

이에 비해 범불안장애의 과도한 걱정은 실제 걱정거리가 있지도 않은데, 계속 걱정이 떠오르고 걱정하지 않으려 노력해도 사라지지를 않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걱정을 조절할 수 없다고 느끼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습니다. 실제 차가 고장이 있다는 신호가 없는데도 “혹시 이 차가 갑자기 중간에 서면 어떻게 하지?” “그럼 뒤에서 달리던 차가 이 차를 들이받을 텐데.” “가뜩이나 돈이 없는데, 차 수리비는 어떻게 충당할까?” “아, 맞아, 심하게 들이받으면 몸도 심하게 다칠지도 모르는데.” “아이, 내가 이런 생각을 왜 하지? 이건 쓸데없는 생각이야.” “그래도 계속 꺼림칙해. 뒷 차가 너무 가깝게 붙어서 달리는 것 같아.” “아, 미치겠다. 정신도 멍해지는 것 같고, 이런 정신으로는 운전에 집중할 수가 없어.” 이렇게 범불안장애는 일단 걱정이 시작되면, 더 광범위하고, 현저하고, 고통스러우며, 기간이 길고,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사진_픽셀


그럼 범불안장애의 치료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로 크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로는 여러 가지의 항불안제가 이용되는 데, 주로 걱정의 신체증상들을 효과적으로 치료합니다. 긴장되고 안절부절못하는 증상과 수면부족, 근육긴장 등은 약물치료로 빨리 호전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물치료만으로는 계속 떠오르는 걱정을 완벽히 조절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에 심리치료 중에서 불안장애에 널리 쓰이는 인지행동치료가 필요합니다. 인지행동치료란 치료자와의 면담과 숙제 등을 통하여 비합리적 인지와 행동을 교정시켜 치료효과를 발휘하는 치료법입니다. 여기서 많이 쓰이는 기법으로는 걱정사고기록지를 이용하여 자신의 걱정을 기록해보고 이를 자기 눈으로 객관적으로 보면서 걱정에 대한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재평가하는 것입니다. 즉, 인지행동이론을 잘 익히고 이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체계적으로 조금씩 바꾸는 것이죠. 그러나 말처럼 쉽지는 않아서 전문가의 도움이 꼭 필요하고 혼자서 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인지행동치료 기법 중 심상노출기법과 걱정시간 정하기도 많이 적용됩니다. 심상노출기법이란 걱정을 피하고 조절하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걱정되는 일, 걱정하는 가장 끔찍한 일을 오히려 더 생생하게 머리 속에 영상으로 떠올려보고 그에 대한 불안에 차차 적응해나가는 기법입니다. 걱정시간 정하기도 마찬가지로 하루에 걱정만 하는 시간을 정하는 것입니다. 밤 9시부터 10시까지 한 시간은 아무것도 안 하고 걱정만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그 시간에 하루에 할 걱정을 모두 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시간 이외의 시간은 이전보다 훨씬 걱정에서 자유롭게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범불안장애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오히려 모자란 것보다 더 안 좋은 법입니다. 걱정이 지나치다는 것은 사실 그 속에 너무 잘하려는 마음이 숨어있는 것입니다. 잘하려는 마음이 너무 앞서면 행동이 뒤처지게 되고 결국 일을 그르칩니다. 억지로 잘하려고만 하기보다는, 실패해도 좋으니까 열심히 준비한다는 자세를 가지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입니다. 

자, 이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볼까요?

 

 

* 대한불안의학회
대한불안의학회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소속 전문학회로, 공황장애, 강박장애, 사회불안장애, 범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다양한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질환에 대한 연구, 교육 및 의학적 진료 모델 구축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kaampo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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