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 픽사베이

 

커트 코베인, 브리트니 스피어스, 짐 캐리, 빈센트 반 고흐.

이 들의 공통점은 모두 양극성 정동장애(Bipolar affective disorder)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다. ‘creative curse’라 하면 저주받은 창의력 정도가 되겠지만 이는 양극성장애를 일컫는 표현이기도 하다. 양극성 장애를 가진 환자들 중에는 특별한 영감이나 재능을 보이는 사람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이들 이외에도 잘 알려진 유명인들 중 양극성장애를 앓고 있다고 고백한 이들이 꽤 있고, 또 심지어 조증 상태에서의 흥분감이나 도취감이 그들의 예술적 영감과 창의력 발휘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도 평소의 성격이나 행태로는 드러내지 못할 자신감이나 추진력을, 조증삽화 때 폭발시키는 환자들을 임상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물론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게 창조력이나 예술적 도약보다는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훨씬 많긴 하지만 말이다.

 

흔히 '조울증'이라 불리는 양극성 장애는 기분이 고양되고 들뜨는 조증삽화와 기분이 가라앉고 우울해지는 우울삽화가 나타나는 기분장애의 대표적인 질환 중의 하나이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표현하는 조울증의 인식처럼 단순히 기분변화가 심하거나 기분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양상과는 꽤 다르다. 일반적으로 ‘조증’이라 한다면 적어도 1주일 이상의 기간 동안 정상적인 변화의 폭 이상으로 유지되는 기분의 고조가 있어야한다. 조증은 임상에서 입원을 요할 정도로 심한 환자들의 경우 정말 삶의 질을 굉장히 많이 떨어트릴 만큼 무서운 ‘질환’이다. 조증삽화 동안에는 ‘충동 조절력’과 ‘현실 검증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경제적 파탄이나 자해-타해를 야기하는 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하기도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조울증이 이러한 무섭고 비극적인 모습 이면에, 영화배우나 슈퍼스타들의 인기비결을 숨기고 있다는 속설은 사실일까.

최근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게재된 LA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의 실험이 양극성장애의 매력적인 모습에 대한 속설의 궁금증을 어느 정도는 풀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들은 일반인, 양극성장애 환자들, 환자들의 쌍둥이형제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번식능력 (social reproductivity)을 측정했다. 사회적 번식능력이라 이름 붙이니 거창해보이지만 대화나 의사소통 기술, 성격 형태, 집중력, 사회성 기질, 붙임성, 인지기능 등의 무척 다양한 항목들을 계산하여 사회적으로 상대방에게-특히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기질에 대한 객관적 측정지표를 만든 것이다. 결과는 무척 흥미로웠다. 양극성장애를 앓고 있는 쌍둥이 형제를 둔 사람들이 일반인에 비해 더 뛰어난 사회성과 긍정적인 성격기질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심지어 정상인에 비해 더 높은 지능지수를 나타낸다는 결과를 보이기도 하였다. 함께 진행한 조현병(구 정신분열병) 환자의 가족들에서는 정 반대의 결과를 보인 것과 대조적인 사실이었다.

물론 단순히 사회적 기질과 가족력을 비교한 단순한 통계적 유의성이, 양극성장애가 생물학적으로 그러한 기질 표현형을 내포함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실험을 진행한 연구팀은 양극성장애의 유병률이 줄어들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양극성장애 의 유전적 형질이 발병 역치 이하에서는 매력적인 모습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질환 유전형질을 가진 사람이 매력적으로 성 선택에 우세하게 활동해왔다는 것이다.

 

모든 자기 복제하는 존재들은 자연선택 속에서 진화한다. 각각의 생물들이 진화하듯 몸 속의 세포들 사이에서도, 세포 속 유전자들 사이에서도 각각의 요소요소들은 더 효율적이고 많이 복제되는 것들이 수적 우세를 차지하며 진화 한다. ‘양극성 장애’라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특성의 유전형질이 진화의 무기로 택한 유혹의 기술에서 어쩌면 ‘매력’의 생물학적 정체성을 발견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마법의 열쇠의 탄생과 역사에 대해 말이다.

 

 

출처 : Enhanced Neurocognitive Functioning and PositiveTemperament in Twins Discordant for Bipolar Disorder / Am J Psychiatry 2014; 171:1191–1198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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