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총 12년 동안의 공부가 매년 11월, 수능 단 하루에 마무리가 됩니다. 또 대학을 다니면서 수능을 다시 보거나, 아예 재수나 삼수 같이 N년의 기간이 더해지는 12+N년의 노력을 하는 학생도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최소 12년의 노력이 하루에 마무리가 되기에, 수능 시험을 보는 모든 수험생은 심리적인 압박을 피할 수 없으며, 실제로 10대의 우울/불안 장애 발생은 11월 연 평균치보다 약 20%정도 더 많다는 통계 자료도 있습니다.    

감기처럼 약을 먹으면 하루 이틀 안에 우울과 불안이 호전된다면 좋겠지만, 우울과 불안은 그렇게 쉽게 호전이 되지 않습니다. 수험생은 시간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우울과 불안을 혼자서 앓다가 증상이 심해져서 오는 경우가 많고, 현실 속에 수능이라는 압박이 실존하기 때문에 증상 자체가 쉽게 좋아지기 어렵습니다. 수능이 코앞인데, 우울과 불안을 줄이기 위해 휴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행 할 수 있는 수험생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정신 증상들이 쉽게 호전이 되지 않는 이유는, 앞에서 말한 이런 배경에 더해, 우울과 불안 치료에 주로 쓰이는 약의 특성 때문인 것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항우울제는 세로토닌을 조절하여 우울 증상을 감소시키는데, 효과가 나타나는데 약 2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적정 용량으로 증량을 해서 효과가 충분해질 때까지는 또 시간이 걸리며, 처음부터 저용량이 아닌 충분한 용량을 처방하게 되면 구역감 등 다른 부작용이 생기게 되어, 수험생에게 사용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습니다. 항불안제는 다행히 복용하면 5분 전후로 불안이 줄어들게 됩니다. 하지만 나른함이 발생할 수 있으며, 종종 기억력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해서 이 역시 수험생에게 처방할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는 수험생들에게는 ‘아리피프라졸(Aripiprazole)’이라는 성분의 항정신병약제를 저용량으로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약은 저용량일 때는 도파민처럼 작용을 해서, 졸리지 않게 항우울 효과를 보이며, 마찬가지로 저용량일 때 도파민을 조절해주는 기능을 동반해서 항불안 효과 역시 동시에 보여줍니다. 하지만 용량이 중간 용량을 넘어서게 되면 오히려 도파민을 억제하는 작용이 강해져서 졸림과 생각이 느려지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게 됩니다. 2~3일이면 효과가 나타나는 점 역시 아리피프라졸의 장점입니다.

이 약의 가장 큰 단점은 항우울제나 항불안제가 아니라 항정신병약제로 분류가 된다는 점입니다. 용량 구간에 따라 효과가 다름에도, 고용량 구간에서는 망상과 환청을 치료하는 약인 항정신병약제로 쓰이고, 또 망상과 환청을 조절하기 위한 약으로 처음 개발됐기 때문에, 분류가 항정신병약제로 되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심리적인 거부감만 극복한다면, 어떤 약보다도 수험생에게 만족도가 높은 약임은 분명합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만약 수험생이 만 18세 이상인 성인이고, 기존 항우울제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자살 사고가 있는 상황이라면 최근에는 에스케타민 성분의 비강 분무 항우울제를 적용하기도 합니다. 이 약의 장점은 투여 24시간 내 우울 증상이 빠르게 개선이 된다는 점이며, 4주차 때는 약 절반의 환자가 증상이 거의 완전히 사라졌다고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또 졸림과 기억력 문제 등의 수험생이 걱정하는 부작용도 거의 없는 편입니다. 이 약 역시 큰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비용과 시간입니다.

최근에 개발되어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1회 치료비용도 비싼데 주 2회 치료가 기본이라 결국 입원 치료 비용에 준하는 비용을 부담하게 됩니다. 또 5분이면 코로 약물을 주입할 수 있지만 그 이후 2시간 반드시 안정을 취해야만 하기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울 증상으로 수능 시험장에 들어가지 못하겠다고 하는 정도의 우울을 가졌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입원 치료는 어려운 학생들에게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명한 것은 정신과 역시 신약의 개발로 과거에 비해 우울과 불안 증상을 조절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짧아지고 있으며, 과거 약들이 가지고 있는 졸림과 인지 기능 장해 등 부작용 역시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수능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 우울과 불안이 심하다면 너무 늦지 않게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김재옥 원장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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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도움됩니다. 조언 들으며 자유를 느꼈어요. 실제로 적용해볼게요."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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