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자신과 유사한 취미, 관심사, 특성을 가진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고, 자신의 가치관과 목표를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유대감을 형성해 나갑니다. 심리학자 돈 번은 이처럼 자신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상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성을 ‘영향 중심의 끌림 모델(affect-centered model of attraction)’으로 설명했는데요, 오늘은 유사성 효과에 대해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떠한 대상을 봤을 때, 호감과 끌림을 느끼시나요? 세인트 앤드류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신체적으로 우리와 비슷한 사람에게 끌릴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합니다. 우리는 비슷한 눈 색깔과 같은 유사성에 끌린다고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어린 시절에 자신을 돌봐 준 애착 대상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그들의 특징을 편안하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회 심리학자이자 성격 분야의 전문가 돈 번은 ‘유사성 효과’라는 개념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상대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호감을 느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텍사스 대학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를 통해 ‘영향 중심의 끌림 모델(affect-centered model of attraction)’을 제안했는데요, 인간이 상호성, 일상적인 접촉, 관심사, 믿음과 같은 요소들에 유사성이 높을 수록 사랑을 비롯한 친밀한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예를 들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어도 나이, 고향, 학교, 좋아하는 음식, 음악 등의 속성에서 일치하는 것이 있을 경우 더 가깝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공통점이 많을수록 긍정적인 느낌이나 친밀도가 함께 증가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책 읽기, 와인, 등산 등의 취미 활동을 위해 낯선 모임에 나갔을 때 반가움을 느끼는 것도 이러한 유사성 효과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사성에 대한 연구는 이 외에도 다양하게 이뤄졌는데요, 미국 국립 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 학회지에 실린 벤자민의 연구가 있습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무작위로 선택된 170만 개의 유전자 중에서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보다 부부들이 유전적으로 더 유사한 경향성이 있다고 합니다. 5,000명 이상의 미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에서도, 사람들이 자신의 친구들과 유전적 유사성의 특성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지요.
매사추세츠의 웰즐리 대학과 캔자스 대학에서는 대학 내의 모든 공간에 있는 두 사람의 커플을 대상으로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연애 관계 혹은 성별에 관계 없이 두 명으로 상호작용하는 커플 총 1,523쌍이 모집되었고, 그들의 성격 특성, 태도, 가치관, 여가 활동, 술과 마약 사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유사성이 얼마나 많이 작용하는지 계산한 결과, 커플의 86%가 유사성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렇다면, 높은 유사성을 가진 사람들은 항상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요?
모든 관계에서 그렇지만은 않다고 하는데요, 유사성이 높은 관계가 초기 관계에서는 호감과 친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경쟁적인 상황 등에 놓여 있을 경우에는 오히려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세계 신기록을 기록한 한국의 대표적인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는 일본의 대표적인 피겨 스케이팅 선수 아사다 마오와 같은 나이에 빼어난 실력과 약 165㎝의 키, 동양적인 외모로 주목을 받았는데요, 항상 비교되며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상대를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유사성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인지 부조화’입니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특성과 지식체계를 가진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자신과 다른 특성을 가진 상대에게는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경향성이 높아집니다.
두 번째 이유는 ‘공동체를 형성하려는 본능’입니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도 공동체를 중심으로 생존을 추구하는 맥락에서 유사성이 높은 상대방을 가깝게 느낀다고 하지요. 유전적, 문화적, 언어적인 부분에서 유사성이 높을수록 생존을 높일 수 있다는 것으로도 설명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면대면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온라인이나 가상의 대인관계에서도 유사성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유사성의 원리는 정치, 마케팅, 게임 등에서도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친밀도와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사용되고 있죠.
여러분들은 나의 어떤 점과 유사성을 가진 집단에서 관계를 이어 나가고 있으신가요? 오늘은 주변 사람들과 나의 공통점에 대해 떠올려 보세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비슷한 점들을 발견하며, 잠시 미소가 번지는 시간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서울역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희주 원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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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살피려는 노력을 하기, 그리고 작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
‘의식적으로’ 목표에 대해 보상하기. 중요한 내용을 많이 배워갑니다!"
"근육을 키운다는 느낌으로 조금씩 실천해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