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조윤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 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승불교 화엄경에 나오는 구절이라면 낯설 수도 있으나, 원효대사(617~686)의 해골바가지물이라고 하면 다들 “아하~”하실 겁니다. 전날 밤 동굴에서 갈증을 채워준 달고 시원한 물이, 다음날 아침 무너진 무덤의 해골 안 썩은 물이라는 것을 알고 원효대사는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던 것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우리도 소소하나 이러한 깨달음을 얻을 때가 있습니다. 똑같이 과도한 업무라 해도 인센티브가 주어지면 그럭저럭 참을 만하지만, 성과급도 없이 동일한 월급을 받으며 하게 된다면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지?’ 라는 억울함과 분노가 생기기도 합니다.
3년 동안 나를 불안에 떨게 하던 상사가 다른 지점으로 발령 나기 직전에 불합리한 업무를 지시하는 상황이라면, ‘어차피 이제 안 볼 사람인데...’ 하며 약간의 자비심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경이 쓰이기는 마찬가지죠.
앤소니 드 멜로(1931~1987)는 『깨침과 사랑(Awaken to Reality)』이라는 책에서, 매일 무례한 가판대에서 신문을 사는 사람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신문 판매상이 항상 무례하게 대하는데도 언제나 신문을 사는 그 사람에게, 그의 친구가 물어봅니다. “너는 왜 매일 거기에서 신문을 사니? 그 사람은 언제나 너를 무시하잖아. 왜 바로 옆집에서 신문을 사지 않지?” 그러자 그이가 말합니다.
“왜 내가 어디에서 신문을 살 것인지 그 무례함이 결정하도록 해야 하지?”
직장 상사나 동료가 나를 무시해도 그냥 넘기며 만만하게 보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의 삶은 직장과 퇴근 후 일상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못된 직장 사람들이 내 일상을 결정하게 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으니, 퇴근 후에도 나는 힘들게 분명해.”
이렇게 우리가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학습하고 형성된 자동 사고(또는 반응)를 중단할 수 있다면, 낮에 있었던 일 때문에 퇴근 후 일상까지 엉망이 되어 버리는 경우를 분명히 줄일 수 있습니다.
마음은 숲과 같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울창한 숲은, 길을 잃거나, 맹수가 나타나 해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주 방문하는 곳이라면, 어디에 멋진 나무가 있고, 어느 쪽으로 시원한 개울물이 흐르며, 햇볕 아래 낮잠을 청할 수 있는 널찍한 바위가 있는지 알기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도 자주 알아채고 살펴본다면, ‘인내’라는 나무와 ‘용서’라는 계곡물, ‘여유’라는 널찍한 바위가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용기’라는 호랑이와 ‘지혜’라는 산신령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더 이상 ‘마음이 지옥’이 아니라 마음 안에서 자유로워지며, 힘든 일을 겪고도 나의 마음 안에서 평화와 휴식과 위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조윤정 원장
가톨릭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수료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LPJ 마음건강의학과 원장, 홍익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과장

저도 자주 감정에 지배를 받아요. 다시 돌아보게 되네요. 같은 주제에 대해 더 써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