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 들어 본 적 있으신가요? 자신이 롤모델로 삼으며 존경하던 인물 또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한 배우나 가수 등이 자살할 경우, 유사한 방식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사람들은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자살이나 자해, 유명인들의 자살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와 성인의 중간 단계로 많은 측면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은 주위의 환경에 더더욱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유튜브나 TV, 영화 등에서 자살 사고를 보이거나 자해행동을 묘사하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청소년 자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중입니다.
자해라는 것은 스스로 자신에게 상처를 내거나 자신을 해롭게 하는 행위를 칭하며, 보통 12 ~ 14세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해의 유형에는 손목과 팔 등의 피부 긋기, 문지르기, 긁기, 잘라내기, 부딪히기, 멍들게 하기, 스스로 때리기, 화상 입히기, 약물 과량 복용하기 위험한 물건 삼키기 등이 있습니다. 주로 면도칼이나 커터칼 이외에도 가위, 펜 끝, 손톱, 유리조각, 깨진 CD, 부러뜨린 칫솔 등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여 여러 신체 부위에 경미한 상처를 냅니다.
자해 행동을 하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또는 관심을 받기 위해서가 대부분인데, 자해로 인한 만족감은 일시적이고, 장기적 측면에서는 모든 것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자해 행동을 하였을 때 SNS를 통해 게시물을 업로드하거나 자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경우도 있지만, 부모님이나 어른들께는 숨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숨기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행동들을 통해 자해의 징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름에도 긴 팔 옷을 입는 등 계절에 맞지 않는 복장을 하는 경우, 손목의 상처를 가리기 위해 밴드를 붙이는 경우, 신체가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경우, 면도날과 같은 용품을 소지한 경우 등이 해당할 수 있습니다.
자해 행동을 한 경험이 있는 학생의 60% 정도는 다시 자해를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부모와 교사 중 이를 파악한 경우 지속적인 관심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부 청소년의 경우 자살의 생각은 없고 자해만 하는 경우가 존재하는데, 이 역시 위험합니다. 특히 청소년기는 자기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시기로 죽고 싶다는 의도가 없더라도 자해 행동을 반복하게 될 경우, 본인이 원하지 않는 죽음에 이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주변에 자해를 하는 사람을 발견할 경우 방치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정신건강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자해 행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담치료 방법이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적 관계 형성입니다. 상담자는 내담자로 하여금 안정감을 제공하는 존재가 되어야 하며, 자신의 자해 행동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게 함으로써 통찰을 얻게 하여 자해 행동을 중단하도록 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적절히 표현하는 방법 및 적응적 대처 전략 소개, 스트레스 관리 방법 교육을 통해 긍정적 자아 개념을 형성하고 자존감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상담 과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애착을 재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치료적 동맹 관계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자살/자해 개입 방법들을 검증한 선행연구에서 인지행동치료, 변증법적 치료, 가족치료, 부모교육 등이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밝혀지고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자살 및 자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생각에 대한 교정이 이뤄집니다. 자해 행동에 관한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행동을 강화시킬 수 있으므로, 관심을 주지 않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자해 행동 강화 요인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그 정도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면 신경전달물질 및 호르몬 조절을 위한 약물 치료를 실시하기도 합니다.
자해 행동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이로 인해 해당 행동을 감소시키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주변에 자해 증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사람이 있다면 계속된 관심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의도힐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황인환 원장
[참고문헌] 오윤서, & 장유진. (2021). 비자살적 자해 청소년 상담에서의 상담자 개입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 청소년상담연구, 29(1), 175-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