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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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해 우리는 여러 가지 자가진단 테스트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ADHD 또는 우울, 불안에 대한 자가검진 문항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각 검사 문항에는 질문 항목도 많지 않습니다. ‘나는 물건을 때때로 잃어버린다.’, ‘충동적으로 구매할 때가 있다.’이러한 자가검진 문항을 보면서, 사람들은 ‘어, 이거 나인데.’ 또는 ‘이거 나다.’라며 자신이 정신질환에 해당된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여러분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우울 검사 질문들을 읽어 보고서, 모든 문항에 자신이 해당되는 것 같아 자신이 심각한 우울장애를 겪고 있다고 의심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 또한, 학창 시절에 제 자신이 주의 집중 능력에 문제가 있는 ADHD인가, 우울증인가, 나 경계선 성격장애인가 하고 의심하곤 했습니다. 

이 ‘정상’이란 범위가 어떻게 나뉘는 걸까요? 정상인지 아닌지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구분하는 걸까요? 정신의학에서의 ‘정상(normal)’이란 무엇이고, ‘이상(abnormal)’이란 무엇일까요?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정신장애 진단을 위해 전세계적으로 채택한 진단 기준은 DSM-5(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입니다.

 이 DSM-5는 미국정신의학협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APA)에서 현재 채택한 정신장애 또는 이상행동을 진단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진단 기준입니다. APA에서 정상과 이상행동을 구분하기 위해 정상적인 행동에 대해 규명하고 있는데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현실적인 지각 능력: 자신의 능력,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현실적으로 해석하고 평가하는지

- 자기인식 능력: 자신의 동기, 감정을 인식하고 있는지

- 행동통제 능력: 이상행동을 억제 및 조절할 수 있는 행동통제능력을 갖고 있는지

- 자신의 가치 인식과 자기수용: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며 타인에게 수용 받고 있다고 느끼는지

- 친밀한 관계 형성 능력: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서로의 감정을 공감하고, 배려하며 지속적인 관계형성과 유지를 하는지

- 생산적인 활동: 지속적인 직상생활 또는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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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능력들을 기준으로 각 정신장애마다 각기 다른 DSM-5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장애의 경우, 기분, 수면, 식욕, 활동 수준, 생각에 대한 면담도 함께 시행하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종합적인 판단으로 진단을 내립니다. 정신건강의학과 학회에서 정의하는 진단기준 DSM-5에서는 주요우울장애로 진단하기 위해서 아래와 같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A. 다음 9가지의 증상 중 5가지 이상이 최소 2주 이상 거의 매일 지속되어야 한다. 최소한 한 가지 증상은 우울한 기분 또는 흥미나 쾌락의 상실이어야 한다. 

1. 거의 하루 종일 우울한 기분이 거의 매일 이어지며, 이는 주관적 느낌 (예컨대 슬픔, 공허감, 아무런 희망이 없음)이나 객관적 관찰 소견(예컨대, 자주 눈물을 흘림)으로 확인된다.

2. 거의 하루 종일 거의 모든 활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 감소된 상태가 거의 매일 이어진다.

3. 체중 또는 식욕이 심하게 감소하거나 증가한다.

4. 거의 매일 반복되는 불면이나 과수면

5. 정신운동의 초조 (예: 안절부절 못함) 또는 지체 (예: 생각이나 행동이 평소보다 느려진다)

6. 거의 매일 반복되는 피로감 또는 활력을 상실한다.

7. 무가치감, 또는 지나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이 거의 매일 지속된다.

8. 사고력 또는 집중력의 감퇴, 결정을 못 내리는 우유부단함이 심해져 거의 매일 지속된다.

9. 죽음에 대한 생각이 되풀이되어 떠오르거나, 특정한 계획이 없는 자살 사고가 반복되거나, 자살을 시도하거나, 구체적인 자살 계획을 세운다.

 

B.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고통이나 대인관계, 직업을 포함한 주요 영역의 기능 저하를 일으킨다.

C. 약물 등 섭취 물질이나 질병으로 인해 야기된 생리적 효과로 인한 것이 아니다.

 

주요 우울장애의 DSM-5 진단 기준을 보면, 대인관계와 직업에서 요구되는 기능과 생체 리듬에 대해서 물어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할 때 제 기능을 할 수 있는지, 잠은 제대로 자고, 밥은 제때 먹을 수 있고, 집중할 수 있는지를 물어봅니다. 다시 말해, DSM-5로 정신장애를 진단 내릴 때, 핵심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지’의 여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의도힐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황인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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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APA). (2022). APA Policy Statements on Mental Health. Retrieved from https://www.apa.org/policy/statements/mental-healthhttps://www.mentalhealth.go.kr/portal/disease/diseaseDetail.do?dissId=36 (국가정신건강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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