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대담자: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신재현 원장님(이하 ‘신’), 이규홍 원장님(이하 ‘이’)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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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강박증에 아무래도 인지치료보다는 행동치료가 좀 더 효과를 많이 크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죠. 강박증 치료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인지치료를 하다 보면 오히려 생각이 엉겨 붙어 가지고 생각을 구분해 내지 못하고 생각에 더 집착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잖아요.

생각과 싸우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렇기 때문에 인지치료는 약간의 구조적인 정도만 얘기하고 넘어가게 되고 행동치료에서 본격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강박증의 행동치료란 어떠한가요?

이: 행동치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강박증이 지속되는 이유를 먼저 말씀드려야 될 것 같아요. 강박증이 지속되는 이유는 강박사고가 있을 때 강박행동이 주는 이득이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서 제가 문 손잡이를 만지면 손이 오염될지도 모른다 이런 강박사고가 있을 때 불안감이 밀려들어오고 이런 게 심해질 수 있는데 만약에 손을 수차례 씻으면 불안감이 감소하는 이득이 있죠. 강박행동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경험이 주어지지 않거든요. 그래서 강박행동 없이도 괜찮다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노출 및 반응방지법(ERP)이 아주 교과서적인 치료법입니다. 아주 효과가 좋다고 연구적으로도 알려져 있고요.

행동치료의 원리라고 하는 게 생각해 보면 강박증 환자분들은 찝찝함이 가장 불편하잖아요. 뭔가 하고 나서 찝찝하다, 확인 안 한 것 같다, 아니면 뭔가 더러운 걸 만진 것 같아 찝찝하다, 이런 찝찝함에 대해서 계속 신경 쓰다 보면 뇌가 학습을 하게 됩니다. 찝찝함이라는 건 굉장히 경계해야 되는 것이고, 중요한 것이라는 식으로 계속해서 학습을 하게 되기 때문에 뇌의 학습 과정을 거치며 하면 할수록 강박행동이 더 강화되죠. ERP라는 치료를 하게 되면 찝찝하긴 한데, 찝찝함에 너무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삶을 그냥 바쁘게 살아가면서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이 치료 과정입니다. 내 삶에 집중하다 보니 찝찝함이 있긴 하지만 이게 별로 중요하지 않고 경계해야 할 것이 아니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신: 노출 및 반응방지 기법(ERP)의 방식은 무엇인가요? 

이: 일단은 어떤 걸 노출을 시켜야 될지 이런 것들을 정해야겠죠. 타겟을 정하는 게 중요한데요. 이걸 노출 위계를 결정한다고 하는데, 강박증을 일으키는 어떤 상황에 나를 노출시켜 볼까 순서를 정해 보는 겁니다. 이것을 정하는 데 있어서 어떤 것을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되는지 이해하려면 자기 자신을 잘 관찰하고 살펴보는 게 필요하거든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드는지, 이때 어떠한 강박행동을 하는지 그렇게 기록하다 보면 이 공통적인 요소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청결 강박을 가지신 분들의 노출 목록에는 이런 게 있겠죠. 책상 만지는 것, 샤워 시간 줄이는 것, 손 씻는 시간 줄이는 것, 그 노출 목록에서 가장 내가 해 볼 만하다 싶은 것, 나에게 필요하다 싶은 것, 불편하지만 기꺼이 경험해 보고 싶은 것을 우선순위로 잡는 겁니다. 대개는 이제 가장 쉬운 것부터 시작하게 되는데 쉬운 것부터 시작하게 되면 성취감을 얻기 쉽습니다. 내가 이거 해도 되는구나, 치료라는 게 먹히는구나, 강박행동을 안 해 보니 오히려 훨씬 편하구나, 여러 가지 성취감이나 경험들을 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들이 계속 쌓아 나가는 치료 과정을 통해서 자신감을 얻게 되고, 증상은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서 혹은 가장 중요하게는 나를 불안하게 하는 상황에 노출시키면서 강박행동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경험을 쌓는 치료 과정이 행동치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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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행동치료의 원리란 무엇인가요?

이: 환자들이 강박행동을 할 때 어떤 이득이 있어서 계속 강박행동을 하게 된다 이런 말씀을 드렸어요. 이 이득이 어떤 식으로 주어지는지를 잘 이해하면 이것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도 좀 이해가 되는데요. 이득이 주어지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1. 단기적 이득

    2. 장기적 이득

쉽게 설명드리면, 술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단기 결과가 있어요. 잠도 잘 오고 그런 단기 결과가 있죠. 그래서 스트레스도 막 풀리고요. 그러면은 술을 계속 먹어도 괜찮을까요? 아니죠. 단기적으로 이득이 있다고 해서 꼭 장기적인 이득으로 이어지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사람들은 술을 먹죠. 그 이유는 어쨌든 이 단기적인 이득이 그 당시에는 굉장히 자기한테 절실하고 필요하기 때문이죠. 단기적인 결과를 우리가 추구하게 되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럽거든요

그럼 이제 단기 결과와 장기 결과를 봤을 때 당연히 장기 결과로 가야 되는 게 맞잖아요. 강박증에서도 중요한 게 결국 불편한 걸 참아야지만, 네가 좀 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가 되는 건데, 강박행동을 안 하고 있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일 거예요. 강박행동이 주는 이득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그동안 열심히 해 왔던 거거든요. 강박행동이 주는 단기적인 이득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이 주어져야 될 겁니다.

 

신: 다른 것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 내담자가 정말 중요하다고 여기는 삶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어떤 것이겠죠. 삶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요. 만약에 이런 가치가 주어지지 않으면 강박행동을 하지 않고 그 상태를 견뎌 낸다는 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신: 예를 들자면, 청결 강박을 가지신 분들이 손을 계속 씻고 싶은데 손을 자꾸 씻게 됨으로써 아이와 보내는 시간들이 많이 줄어들게 된다 이런 것들이 생각해 봐야 할 가치가 되는 거네요.

외래에서 환자분을 만나게 되면 강박 증상을 없애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강박 증상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강박 증상이 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강박에 집착하는 대신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분들이 오시게 되면 어떻게 살고 싶냐를 먼저 물어보거든요. 그랬을 때 환자분들이 내가 어떻게 치료해야 되고, 왜 치료해야 되는지에 대해 좀 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신재현 원장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나를 살피는 기술>, <어른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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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이라 멀어서 못 가지만 여건이 되면 찾아가고픈 제 마음속의 주치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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