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몇 년 전, 한 작가가 정신과 면담 기록을 에세이 형식으로 출간하여 큰 반항을 일으킨 적이 있었죠. 책 제목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로 책의 내용만큼이나 제목 또한 참신했습니다. 기존에 정신의학과라는 진료 과목에 선입견과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을 통해 그것이 조금은 해소되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등 여러 진료 과목과는 달리, 정신의학과는 약물치료와 함께 면담, 혹은 정신치료라는 독특한 형식의 치료 방식이 있습니다. 환자와 의사가 주기적으로 만남을 가지며, 과거 부모님과의 애착 관계, 지금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 현재의 갈등, 대인관계 패턴, 문제 해결 방식 등을 함께 이야기하고, 탐색하며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대개는 일주일에 한 번, 짧게는 20분, 길게는 40분 이상 진행됩니다. 

최근에 저와 함께 매주 한 번, 3년 이상 함께 정신치료를 해 온 환자분께서 면담 기록을 책으로 출간하여 간단히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정신의학과에서 면담이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고, 어떻게 한 인간이 치유되고 변화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에게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가는 40대 여성으로,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내원하였습니다. 본인은 관계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는데, 어머니는 딸에게 만족하지 못했고, 작가는 어머니에 대해 항상 죄책감을 느껴 힘들어했습니다. 작가는 왜 그런지 의문이 들어 여러 심리학 책들을 탐독했고, 몇 번의 다른 정신과를 들렀다가 저의 진료실을 3년 전에 처음 방문하였습니다. 

작가는 저와 함께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3년 이상 꾸준히 정신치료를 진행하였습니다. 3년이란 시간은 환자에게도, 그리고 주치의인 저에게도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작가는 정신치료 과정 중에 과거 기억에 남는 사건들을 회상하며 당시 느꼈던 감정들을 재경험해 보았습니다. 주요 인물들과의 대인관계 양상도 살펴보고 현재 본인이 느끼는 핵심 감정이 진정 나의 것인지에 대해 구분해 보았습니다. 작가는 현실을 직면하며, 밤잠을 지새우며 괴로워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작가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현실을 수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통해 비참했던 과거를 객관화하고, 스스로를 치유해 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작가는 현실에 집중하며,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면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효과가 어떤지 궁금하신가요? 그렇다면 『산다는 것은 흔들리는 일이다』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이 진라면 순한 맛이라면, 『산다는 것은 흔들리는 일이다』은 진라면 매운 맛에 가까울 듯합니다. 이 책은 조금 더 정신치료의 본질에 깊이 다가간, 한 인간의 진솔한 고백이자, 보편적인 치유와 성장 과정 기록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시 한 편을 소개하며 책 소개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_ 도종환 

 

책 정보:

https://www.bookk.co.kr/book/view/142824

 

성모사랑병원 유길상 전문의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모사랑 정신건강의학과
가톨릭중앙의료원 수련의, 전공의
(전) 포천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자문의
(전) 의정부 청소년 쉼터 상담의
대한정신건강재단 해피마인드 상담의, 대기업, 보건소 등에서 다수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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