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숲에서 살아남기(1)
[정신의학신문 :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보통의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우리는 평일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요. 대부분 아침 9시부터 6시까지를 직장에서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거기다가 출퇴근시간까지 포함한다면 직장인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굉장히 적어요.
그런데 이렇게 우리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시간. 당연히 직장은 일을 하는 곳이니까 편안한 곳은 아니지요. 하지만 우리는 종종 직장에서 일뿐만 아니라 다른 것으로 힘들기도 해요. 그래요. 문제는 언제나 사람, 사람, 사람이지요. 아주 한적한 시골이나 섬에서 가족이나 친척끼리만 어울려 사는 사람을 제외하고 우리는 직장에서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일을 해요.
직장에서 우리는 정말 출신지역, 성별, 가치관, 가족구성, 결혼 유무 등 그 모든 게 나와는 다른 사람들과 좋든 싫든 함께 지내야 해요. 그리고 어디 그뿐인가요? 직장에서는 직급이 있지요. 나보다 윗사람이고 내 업무에 지시를 내리는 상사가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내가 그들의 상사이기도 하지요. 불행히도 아직도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우리에게 갑질을 하는 상사들도 있어요.
직장 내에서 무슨 나쁜 마음을 가지고 나를 괴롭히려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하는 행동, 그들의 일하거나 나와 소통하는 스타일만으로도 나를 괴롭게 만들어요. 그렇다고 해서 이들과 거리를 두는게 쉽지도 않아요. 아시다시피 내 생계와 미래가 달려있는 일이니까요.
2019년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제정되었어요. 하지만 이후에도 저에게는 직장 내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고통스러워하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방문합니다. 대인관계의 미묘한 부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불편함까지 법이 전부 해결해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의 대표적인 유형들을 알아보고,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나의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는지를 알아보도록 할거예요.
첫 번째, 권위형 및 공감능력 부족형 직장상사
소위 방송에 자주 풍자되는 ‘꼰대’와도 같은 사람이지요. 요즘 방송에서 ‘라떼는...’ 이라는 말로 많이 표현되지요.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직장에 너무나도 많은 유형이에요. 한번 익명을 요구한 회사원들의 고민을 들어보도록 하지요.
<Case A>
“저희 회사 상사는요. 모든 일을 강압적으로 해결하려고 해요. 자신은 일을 시키면 그만이지만, 그 일을 실제로 가능하게 하는 건 저희잖아요? 그런데 말도 안되는 기획을 말도 안되는 기간을 잡고 일을 시키는 거예요.
도저히 그 기간 안에 일을 할 수 없어서 기간을 늘려달라고 하거나 기획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면 그 즉시 고함을 쳐요. ‘너희가 일을 열심히 안하니까 그런거지’ 라던지 ‘일을 일단 해보고 말을 하는거야?’ 라는 식으로요. 더 견디기 힘든건요. 너무 말을 함부로 해요. 우리도 남의 집 귀한 아들딸들인데 인격을 무시하는 말도 너무 많이 하구요.”
<Case B>
“저희 팀장님이야 말로 소위 말하는 ‘라떼는...’ 이에요. 사실 저희랑 이 일 시작한지 차이가 5~6년도 안되거든요. 그런데 이분은 나이도 그렇게 많지도 않으면서 매번 ‘나 때는 상사가 회식 따라가자고 하면 집에 와이프가 임신을 하고 있어도 끝까지 남았었어.‘ 라던지 ’나 주임이었을 때 너처럼 상사에게 딴지걸고 변명했으면 아주 죽었어 임마‘라던지 도저히 말이 통하질 않아요.
요즘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니 뭐니 해서 좀 조심하기는 하는데, 이제는 비꼬거나 빈정거리기 시작하고 있어요. ’어휴.. 90년대생이 온다더니 요즘 90년대생 무서워서 회사 다니겠나‘ 이런 식으로요. 일할 때 너무 기분 나쁘고 힘이 빠져요.”
항상 자신이 지위가 더 높거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 만으로 부당한 일을 강요하고 터무니없이 높은 대우나 존경을 요구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분들일수록 사회 분위기나 젊은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들의 요청이나 처우 개선을 위한 요구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사회의 변화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지요.
이런 분들의 경우는 가장 큰 문제가 공감능력이 저하입니다. 사실 이런 분들에게 정신의학적 진단을 붙이는 것은 온당하지는 않지만, 이런 분들을 묘사할 때 ’ 자기애적‘이다. 또는 ’Narissistic 한 성격 경향이 있다.‘라고 이야기를 하곤 해요.
근데 이분들이 매체나 드라마에서 말하는 것처럼, 나르시시스틱하다는 것이 하루 종일 거울만 보면서 자기에게 빠져있거나 하는 그런 유머스럽거나 안쓰러운 모습처럼 나타나지 않아요.
이런 분들을 실제로 보면요. 첫 번째로 느끼는 것이.. 이 사람은 굉장히 권위적이다. 자신의 직급이라던지 자신이 이제까지 이룬 것에 대하여 스스로 굉장히 대단하게 생각하고, 그것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대해서 혼자 좋아하면 좋은데 주변 사람들도 여기에 대해서 굉장히 숭배해주기를 바라죠.
두 번째로 느끼게 되는게... 아 이 사람 공감능력이 굉장히 낮구나. 공감능력이라고 하는건 내가 간절히 바라는 욕구, 인정받고 싶은 욕구나 사랑받고 싶은 욕구나 이런게 타인에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게 없어요. 모든 인정이나 권위, 심지어는 의견을 표현할 자격이 본인에게만 있고, 타인에게 나와 다른 생각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게 아니라 인정하지 않는거지요.
이 분들 옆에 있으면요. 나는 이 사람이 주인공으로 하는 연극의 시녀나 무수리 같은 느낌, 아니면 마치 힘이 세고 나보다 지위는 높지만 속에는 초등학생이 들어있는 이런 사람을 모시고 우쭈쭈 해주며 살아가는 느낌이 들어요. 나보다 나이는 많은데 실제로 하는 것은 가정에서 종종 보이는 버릇없는 ’폭군 아이‘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한마디로 대인관계에서 감정적으로 착취당하는 것이죠.
<Solution>
이런 분들 옆에 있으면 너무 괴롭고 이런 분들 곁에 있으면 회사 생활을 오래할래야 오래할 수가 없어요. 이분들 곁에 오래 남아있는 사람들을 보면... 뭔가 감정적으로 착취를 당한 나머지 힘도 패기도 하나도 없어요. 또 이런 상사들이 이렇게 패기 없고 예스만 하는 분들만을 좋아해요. 하지만 이런 분들에게 맞추려고 하잖아요? 삶을 살아나가는 힘이 정말 남김없이 이 사람들에게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 거예요.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첫째로 이들에게서 인정받으려고 하는 생각을 버릴 것. 우리는 아무래도 회사라는 조직의 일원이다보니까 상사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고, 이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잖아요? 하지만 이들은 결코 남들을 인정해주지 않아요. 이분들은 공감능력이 낮기 때문에 부하직원들이 어떻게 일을 잘해도 그것을 자신의 공적이라고 생각하지 여기에 대하여 수고했다고 말하거나 그 수고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지 않아요. 느끼지 않는다기보다는... 거기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서 보이거나 느끼지를 못하는 거죠.
두 번째로는 이분들과는 가급적 정서적, 물리적인 거리를 둬야해요. 이분들에게 결코 특별한 무언가가 되려고 하지 마세요. 이분들과 그나마 잘 지낼 수 있는 것은 정말정말 공식적인 관계에서 공식적인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것이에요. 이분들 곁에 오래 있으면 자존감이 크게 손상이 돼요. 예를 들어, 내가 상사에게 아프다고 하면 ’어디가 아픈데?‘‘라고 물어보는 대신 ’나는 한 번도 몸이 아파본 적이 없는데 넌 참 이상하구나‘라고 하는 식이지요.
하지만, 이분들이 직장상사이기 때문에 이러한 분들과는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겠죠? 여차하면 상사의 상사에게까지 보고할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해요. 자기애성 성격 경향을 가지신 분들이 유일하게 존중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것은 바로 자신보다 직급이 높거나 부자인 사람. 이들은 뒤에서 그 사람들에 대해서 욕을 할지언정 그 사람 앞에서는 절대복종을 해요. 이분들은 자신보다 우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기탄없이 받아들여요. 그렇기 때문에 만일 여러분이 이러분들에게 괴로움을 받고 있다면 반드시 이분보다 높은 사람들에게 이 문제를 존중해야 그나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처럼 하는 중재가 가능할 거예요.
만일 그것이 안되는데 너무 괴롭다면? 그리고 그러한 사람이 나의 회사생활을 좌지우지할 전권을 가지고 있는데 내가 그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다면 그 직장에서 벗어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해요. 이분들은 자존감이 낮아요. 그렇게 때문에 사소한 모욕도 오래 기억하고, 끝까지 복수하려고 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지요. 만약에 내가 직장에 나가서 버는 돈보다도 이분 곁에 있어서 받는 해악이 너무나 크다면? 그럴 때는 과감하게 직장을 바꾸는 것도 생각해 보세요. 이분들이 여러분의 태도에 공감하고 바뀔 가능성은 한 없이 적으니까요.
“인간과 인간은 대체로는 서로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아주 소수의, 결코 서로 간의 마음이 닿지 않는 그러한 분들도 있으세요. 만일 그 관계가 지나치게 괴롭다면, 그럴 때는 탈출하세요. 이 분들은 여러분의 정신에 너무나 큰 해가 되는 사람들이니까요.”
<위 칼럼은 2021년 5월 26일 소개된 EBS 오천만의 생활경제 중의 상담코너 "마음상담소" 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마음상담소는 16:40 분부터 시작합니다.
(전)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치매전문센터장
저서 <약한 게 아니라 아팠던 것이다>, <이제 독성관계는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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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글입니다. 가슴을 뛰게 하네요. "
"말씀처럼 가까운 데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늘 감사하게 잘 읽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