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움병원, 김민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바로 직장인데요, 여기서 스트레스를 호소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직장생활이 스트레스와 매우 밀접한 영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많은 분들에게 직장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이 뭐냐?라고 질문했을 때 보통 일이 힘들다 업무를 감당해내기 어렵다, 월급이 적다, 라는 답변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많은 어려움은 직장 내 대인관계인 것 같습니다. 

다양한 연령, 성별, 전공, 등 각자 다른 색깔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지내는 곳인 만큼 새로 적응하려는 사람도 기존 직장에서 새로운 직원을 맞는 입장에서도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화합하기 힘듭니다. 감정은 서로 주고받기 마련이라 실수가 잦아지면서 지적을 많이 받게 되고 실수를 많이 하는 부하직원을 둔 상사 입장에선 짜증이 늘어나겠고요, 신입직원 입장에선 자꾸만 눈치가 보이고 자신감을 잃게 됩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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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자신감을 잃고 불안한 상태에서 일을 처리하면 그만큼 집중력이 떨어지고 실수를 더 많이 하게 되는데요 정말 악순환이죠. 그런데다 상사가 스트레스를 풀어주겠다고 데리고 간 술자리나 노래방 같은 곳이 상대 직원의 취향과는 맞지 않는다면 그 공간 자체가 또 스트레스가 되고 맙니다. 

직장 회식 때에도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하기 때문에 식사와 노래방이라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이어지지만, 많은 분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분들이 상당수입니다. 어떤 분은 본인이 음치인데 어쩔 수 없이 노래방에 따라가지만 노래를 시킬 때마다 아주 고역이라고 합니다. 노래를 부르라고 해서 억지로 불러보지만 잘하지 못하니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요 쩔쩔매는데 다른 사람들은 또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거나 음주를 하는 분위기가 연출되는 거죠. 그렇다고 내 입맛에 맞는 직장을 찾기란 또 쉬운 일이 아니죠.

 

다른 예를 말씀드리면 직원들끼리 인사를 잘하지 않는 경직된 분위기의 직장에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열심히 인사를 한 분이 계셨는데요, 인사를 다정하게 받아주기보다 뭘 그렇게 볼 때마다 열심히 인사하느냐고 핀잔을 받게 되었어요. 그러면 그 사람은 풀이 죽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조금 각색하긴 했지만 실제 제가 많은 분들 상담하면서 듣게 되는 예들인데요, 그만큼 직장 내에서는 많은 감정들이 교류하게 되는 공간입니다. 직장에서 하루 종일 사람들에게 시달리다 보면 정말 힘듭니다.

업무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과의 갈등은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분노, 무기력감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급기야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 때문에, 무능한 부하직원 때문에, 이기적인 동료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데요, 어느 순간 직장에 대한 불만, 불평을 쏟아내며 하루를 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겁니다. 정말 그 직장 동료가 이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이직만이 정답일 수도 있겠지만, 어떤 갈등의 근원은 내 내부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스로 잘 관찰해보면 항상 비슷한 문제로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이 정도 생각할 수 있는 경우라면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는 훈련이 잘 된 분 이시구요, ‘왜 하필 나만 이런 일을 당하지?’  , ‘정말 불공평하다’, ‘왜 나만 이런 대접을 받지?’ 이런 생각은 나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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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보면 하루 종일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요, 그러면 괜히 서로 불편해집니다. 본인도 힘들지만 주위 사람들도 꽤나 힘들죠.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은 우선 생각의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정말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 세상일이니까요, 세상에는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일들이 많지만, 살다 보면 기분 나쁜 일이 얼마든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인생이고 일단은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어떤 상사가 왠지 너무 밉다 얄밉다. 그렇지만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신경 쓰다 병나면 나만 손해다. 나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더는 신경 쓰지 말자. 이렇게 받아들이고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죠. 명심할 것은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투덜거리거나 한다고 해서 현실은 바뀌지 않고 내 몸의 스트레스 호르몬만 분출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에 화병, 위장병 등 다양한 문제가 몸에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좀 전에 스스로 문제의 근원을 찾을 필요도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모든 것을 스스로의 탓으로 돌리라는 뜻은 아닙니다.

정말 부당한 일을 겪었다면 적절히 자기주장을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모든 책임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내가 하면 늘 안 돼, 난 원래 못난 사람이야’ 등으로 끝없이 자기를 비난하는 것인데요, 스스로 태도 외모, 성격, 습관 등 어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입니다.

자기든 타인이든 누군가를 ‘원망’ 하고 ‘탓’ 하는 순간 불행이 시작된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남 탓을 하면 상대가 바뀌지 않고서는 헤어 나올 수 없는데 상대가 바뀌기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자기 탓만 하다가는 스스로에 향하는 화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거죠.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하지 않고 싸우려고 하면 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하루는 잘 견뎌낸 스스로를 칭찬해주시고, 평소 마음에 들지 않던 주변 동료에게 커피 한잔을 먼저 권해보세요. 현실을 수용하는 순간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저자_김민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다움병원

저서 "마음이 답답할 때 꺼내보는 책" siso, 2021.05.20.
브런치 @dr-rucoll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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