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여자입니다.
사람들이 저를 빤히 쳐다볼 때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질문드립니다.
예를 들어, 독서실에서 문이 열릴 때마다 고개를 들어서 누가 오나 확인하는 사람. 뭐 잠깐 정도 쳐다보는 건 괜찮은데 그것도 빤히 계속 제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고개까지 돌려서 쳐다보는 사람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받아서 자리도 옮겼고요.
제가 이상하거나 착각하는 게 아니라, 옆에 제 친구도 있었는데 저 사람 왜 저러냐고 할 정도로 사람들을 쳐다봅니다. 저만 쳐다보는 게 아니라 문만 열리면 본인 자리에 앉아서 모든 사람을 다 빤히 그렇게 보는 이상한 사람이었어요. 친구는 쳐다보나 보지. 이러고 마는데 저는 남들이 빤히 보면 보통사람들보다 더 정말 정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보통사람들은 쳐다보든가 말든가 하는 것 같은데 저는 사람을 빤히 구경한다는 게 너무 무례하다고 생각되기도 하고 사람을 빤히 샅샅이 구경하는 자체가 불쾌하고 너무 기분 나쁘고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아요...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앞에 안 보고 옆으로 기대서서 계속 사람 뚫어지게 쳐다보고 위아래로 구경하는 사람들 가끔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이상한 거지만, 꽤 많더라고요. 제가 착각하는 게 아니라 정말 사람을 뚫어지게 계속 빤히 쳐다보는 일부 무례한 사람들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받아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몇 시간 정도는 짜증 납니다.
신경 안 쓰려고 해도 너무 빤히 계속 쳐다보니까 정말 스트레스받습니다. 정말 착각이 아니라 무례하게 사람 빤히 보는 사람들이요.. 잠깐 휙 보는 건 괜찮은데, 타인을 계속 빤히 구경하는 사람들 너무 싫어요. 뭘 그렇게 계속 쳐다보냐고 말하고 싶은데 (솔직히 욕까지 해주고 싶어요) 싸움 날 것 같아서 참습니다. 시선 공포증은 아닌 것 같지만 전문가가 아니라서 제가 판단하기는...
제가 스타일을 특이하게 하고 다니지도 않고 그냥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무례한 시선에 스트레스를 지나치게 받아요. 빤히 쳐다보는 사람들만 만나면 너무너무 화가 나서 정신건강에 해로워 질문 올립니다. 스트레스의 정도가 남들보다 심하게 과한 것 같아요. 답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답변)
안녕하세요. 이두형 정신과 원장 이두형입니다. 타인이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경험은 유쾌할 수만은 없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종종 그러한 경험을 하셨다면 그로 인해 많은 불쾌함을 경험하셨을 것 같습니다.
잘 모르는 낯선 타인이 나를 바라본다는 인식은 기본적으로 불안을 유발합니다. 그가 어떤 의도인지 알 수 없고, 불순한 의도를 품고 있거나 나를 좋지 않게 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사연자분께, 조금 인식의 전환을 돌아보기 위한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사연자분이 오늘 일어나셔서, 이 답변을 읽으시기 전까지 타인에 대해서 생각을 얼마나 하셨을까요? 오늘 하루를 지내시면서 길을 가다 마주친 누군가에 대해서 자꾸만 생각하고 마음에 곱씹으신 부분이 있으실까요?
우리는 의외로 타인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타인을 바라보지 않는다거나, 전혀 뒤에서 험담을 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느라, 타인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나를 싫어하진 않는지와 같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느라 정작 타인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하고 곱씹을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이는, 살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전혀 나를 쳐다보지 않는다거나, 무조건 나를 좋게만 생각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우리 자신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하느라, 의외로 타인을 내 마음속에 잘 담아두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느라 타인을 담아둘 만한 마음의 여유를 가지지 못합니다. 그러한 마음을 안고 살면서도 늘 타인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생각하는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본능으로부터 비롯된 역설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다는 느낌이 들 때,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그들의 시선인지, 아니면 그 시선으로부터 촉발되는 내 마음속 생각들인지를 구분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잘못이 없다거나,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단지 삶에서 타인은 나의 마음대로 조절하기 힘들다는 근원적인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되,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나는 어떤 관점을 가지는 것이 가장 좋을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 사람이 왜 나를 저렇게 쳐다보는지, 어떤 의도가 숨어있는 것인지, 너무 불쾌한데 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등을 고민하느라 ‘두 번’ 속상하고 화가 나는 것보다는, 통제할 수 없는 삶에서 통제할 수 없는 불쾌한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해 보시는 것은 어떠실지를 권해드립니다.
또한, 관계에서의 어려움, 내 삶의 다른 영역에서의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면, 타인의 시선이 의식되고 그러한 것으로 인한 불쾌감, 불안과 같은 감정 역시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혹 살아가시며 평소의 내 마음 자체에서 불편한 마음은 없으셨는지, 전반적인 대인관계에서 불편함을 겪고 계신 것은 아닌지도 바라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경향성이 너무 지나쳐 힘들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를 덜기 위해서’ 정신과를 비롯한 전문가와의 상의를 해 보시는 것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90% 이상은 나의 삶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중요하지 않은 이들입니다. 중요하지 않은 이들이 전해오는 불쾌한 느낌 역시, 삶과 마음에 그리 중요하지 않게 인식되시기를 바라봅니다. 모쪼록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