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연)
두 번의 자살시도 이후 입원 권유를 계속 받고 있는데 일단 제 의사를 존중한다 하셔서 입원은 안 한 상태입니다만, 이게 제 생각을 고집해도 되는 부분일까요? 물론 이게 마지막으로 주는 기회라고 하시긴 하셨습니다.
자살시도가 한 차례 더 있어서 이번엔 정말 입원하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듣고 있는데 부모님은 동의하셨고 저만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입원하고 나면 더 나아 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는 하는데 전 강제로 입원시키면 입원 기간에는 일단 말을 잘 들어서 빠르게 퇴원한 후 자살을 시도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계획까지 세워두었고 절대 실패할 이유가 없는 계획이며 유서까지 써 둔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입원은 절대 하고 싶지가 않아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입원하기 싫은 가장 큰 이유가 사람이 너무 무서워서 모르는 사람들이랑 생활하는 거 자체에 거부감이 들고, 지금 주치의 선생님도 제가 신뢰하는 데에 시간이 꽤 걸렸는데 이제는 익숙해져서 다른 선생님은 다시 익숙해지는데 최소 3개월 이상 걸릴 걸 알고 그 기간은 정말 힘들 것도 알아서 전 입원하고 싶지가 않아요.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선생님이 내가 감당이 안 돼서 포기하려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솔직히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지에 대한 것도 같이 생각됩니다. 제가 진료 때마다 피해를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떡할까요...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 정희주입니다.
보내주신 사연 읽어보았습니다. 제가 이해한 바로는 글쓴이분은 외래치료를 받고 있던 와중에 자살시도를 하였고, 이를 알게 된 주치의 선생님이 입원 치료를 권유하였습니다. 한 번도 정신과 입원을 해본 적은 없지만 막연한 거부감으로 인해 입원을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정신과 입원은 여러 가지 치료의 한 가지 형태입니다. 감기에 걸리면 내과 외래에 방문하며 치료를 받지만, 폐렴에 걸렸다면 입원을 하여 치료를 받습니다. 폐렴에 맞는 강한 약을 투여하고, 시시각각 증상의 변화를 모니터링하며, 혹시라도 악화되었을 때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함입니다. 정신과에 입원하는 것도 이와 동일합니다. 반복적인 자살시도, 구체적인 자살계획은 정신과적 응급으로 좀 더 전문적인 치료, 관찰, 위기 상황에서의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입원 치료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 마음이 감기가 아닌 폐렴에 걸렸다, 그래서 거기에 맞는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단지 그뿐입니다. 담당 선생님이 포기하는 것인지 고민이라고 하셨는데, 당연한 치료적 판단을 내리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정신과 입원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이 많아지는 것 역시 충분히 이해합니다. 글쓴이 분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정신과 입원을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낯선 상황을 두려워하고 주변에서의 말들이나 미디어에서의 이미지는 이 두려움을 더욱 증폭시킵니다.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직접 방문하여 경험하지 않는 한 그런 말과 이미지가 얼마나 왜곡되어있는지 깨닫기 쉽지 않습니다.
입원하여 모르는 사람과 지내야 하는 것에 대한 무서움을 말씀하셨는데 아마 정신과 환자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위로를 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간섭하고 싸우는 모습을 상상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는 대표적으로 정신과 입원이 신비화된 하나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러한 경우도 없지는 않으나 대부분은 자신의 일, 상황에 몰두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뜻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심지어 퇴원한 이후에도 인연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것들을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조용히 자신에게 집중하며 휴식을 취하다가 퇴원을 하게 됩니다. 입원 기간 역시 최소 3개월로 정해져 있지 않으며 당연히 경과를 지켜보며 그보다 길 수도, 짧을 수도 있습니다.
저의 생각으로도 현 상황은 글쓴이분께서 입원하여 치료를 받으시는 게 최선의 방법입니다. 입원해도 별반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스스로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준다는 생각으로 접근해보셨으면 합니다. 입원 치료를 하면서 주치의가 죽으면 안 된다는 강요를 하거나 부담을 지우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보다는 내 삶을 차분히 돌이켜보고 나에게 죽는다는 것, 산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으며 어쩌면 지금과 전혀 다른 다짐과 결정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은 설령 그 선택이 옳았다고 하더라도 필연적으로 후회를 동반합니다. 그러니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현명한 결정을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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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살피려는 노력을 하기, 그리고 작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
‘의식적으로’ 목표에 대해 보상하기. 중요한 내용을 많이 배워갑니다!"
"근육을 키운다는 느낌으로 조금씩 실천해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