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만화정신의학 (2)

‘만화정신의학’ 신간을 출간한 유진수 교수

“일반인들도 신뢰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과학적인 만화책"

정신의학을 만화로 그린 ‘닥터단감의 만화정신의학’이 출간되었다. 만화를 그린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유진수 교수와, 기획한 정신의학신문 편집인 정정엽 원장, 감수한 민트정신건강의학과의원 조장원 원장과의 언택트 인터뷰를 가져보았다. 

 

[1편 바로가기]

 

[정신의학신문]

전문 분야가 아닌 것을 그리는데 애로사항은 없었나요?

 

[유진수 교수] 

예전에 그릴 때보다 훨씬 쉽게 그렸습니다. 기획부터 감수까지 정신과 전문의들이 참여했고 저는 사실 텍스트를 표현하는데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 에듀테이너의 자질에 대한 논란이 있지 않았습니까, 저 또한 간암, 간이식 분야의 전문가이다 보니 정신의학 분야에 대해서 함부로 안다고 말할 입장이 아닙니다. 특히, 의학 분야는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 때 배운 내용이 3~4년 뒤에는 바뀌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의학 이야기’ 때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들에게 감수를 받았었고 ‘만화정신의학’도 최대한 틀린 내용이 없도록 조심했습니다.

 

[정정엽 원장]

정신의학 교과서를 기반으로 우리가 공부했던 내용을 복습하면서 기획한 만화이기 때문에 내용의 정확성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만화로 표현되는 데 있어 메시지가 잘못 전달되지 않도록 조장원 원장님이 꼼꼼히 감수해주셨습니다.

 

[조장원 원장] 

저 역시 다시 교과서를 찾아보고 최근에 업데이트된 내용은 다시 확인하면서 감수 과정을 여러 번 진행했습니다. 그리는 건 쉽게 그리셨을지 몰라도 ‘의학이야기’ 때보다 자료 조사는 더 많이 하셨을 거라 생각해요.
 

만화정신의학은 정신의학분야의 다양한 질환을 100% 만화로 소개하고 있다

 

[정신의학신문]

‘만화정신의학’을 그리면서 정신의학 전문가가 되지는 않았나요?

 

[유진수 교수] 

그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히 도움이 많이 되긴 했어요. 저는 원래 정신과에 관심이 많기는 했는데 정신과 환자분들을 직접 진료 볼 필요는 없었죠. 하지만, 제가 마주하는 환자분들 중 신체적으로 아픈 분들도 많고 이게 정신적인 부분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신체의 아픔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든 분들도 있고 정신적인 부분이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만 해도 서로서로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정정엽 원장]

이 만화를 기획하면서 한번 더 기초적인 부분을 살펴볼 수 있었고, 또 교수님이 표현해준 그림을 통해 환자들에게 조금 더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저도 모르는 사이에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정신의학신문]

세 분 모두 병원에서 일하면서 매우 바쁠 것 같은데, 만화를 그릴 시간은 있으셨나요?
 

[유진수 교수] 

사실 ‘만화정신의학’은 아주 오래전에 그린 만화입니다. 2016년에 그렸던 만화를 5년 만에 책으로 엮은 것이죠. 당시에 집중해서 작업을 했었고 작년에 감수 및 수정을 거쳐서 2021년에 빛을 본 것입니다.

 

[정정엽 원장]

저는 스스로 정신의학을 모든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사명감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진료하는 날보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홍보하는 곳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감기라는 질환에 대해서 의사들만큼이나 잘 압니다. 휴식을 취하면 될지, 약을 먹어야 될지, 주사를 맞아야 할지, 자신의 상태에 따라 좋은 처방을 스스로에게 잘 내립니다. 제 목적은 감기보다 정신과적 질환을 사람들이 더 잘 알게끔 만드는 것이에요. 

 

[조장원 원장] 

개인적으로 환자 교육을 중요시하는 편인데 의사로서 대중에게 정확한 의학 정보를 전달하는 건 정말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미리 전달하여 질병을 예방하게 도울 수도 있고, 증상을 빠르게 확인하여 치료적 개입을 서두르게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최선의 치료 결과가 나오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진료 시간에 비하면 적은 시간을 투자하고는 있으나 매일 한두 시간씩은 글을 쓰거나 강의를 준비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정신의학신문]

만화로 건강이나 의학 컨텐츠를 만드는 것이 독자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것 같은데, 사람들의 반응이 어떤가요?

 

[유진수 교수] 

읽은 사람들은 좋아합니다. 다만, ‘의학이야기’가 널리 알려지지는 못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요즘 수술방에서 인턴 선생님이 보조의로 들어오면 ‘단감을 아냐’고 항상 물어보는데 한 명도 안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의학컨텐츠 관점에서 보면 요즘은 유튜브나 팟캐스트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의사선생님들도 많아요. 저는 유튜브나 팟캐스트를 잘할 수 있는 타입은 아니긴 한데, 만화나 그림을 통해 의학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정정엽 원장]

‘아는의사’라는 건강 관련 인터넷 신문에서 유진수 교수님의 만화가 큰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유진수 교수의 만화 스타일과 정신건강이라는 주제가 잘 어울려서 분명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실 거라 생각해요.

 

[정신의학신문]

최근 정신건강에 대한 일반인들은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고 들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들이 방송이나 유튜브, 팟캐스트 등에도 많이 출연하고 있고요. 예전과 비교해서 훨씬 친숙해진 느낌인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정엽 원장]

좋은 현상입니다.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말솜씨가 좋았으면 그런 채널을 통해서도 여러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있습니다.

 

[조장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는 게 신경 쓰여 주저하시던 분이 다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선생님의 유튜브를 보고 용기를 얻고 내원하시는 경우도 있었고, 유튜브에서 알게 된 내용을 진료실에서 물어보시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확실히 최근에 여러 선생님들의 방송 혹은 유튜브 출연으로 인해 일반인 분들이나 환자 분들이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거 같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 대한 인식도 친숙해지면서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시기가 더 편해지신 거 같아 다행이라 생각해요.

 

[정신의학신문]

그와 관련해서 정신의학신문에서 추진 중인 사업이나 프로그램은 없나요?

 

[정정엽 원장]

정신의학신문도 영상 콘텐츠를 많이 기획하고 있습니다. 사연들에 대해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답해주는 마음우체국 코너, 심리에 관해서 모션그래픽으로 쉽게 설명해주는 코너, 교수님들께 전문적인 최신 정보를 알아보는 코너 등 다양하게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정신의학신문]

코로나 블루라는 말도 있더라고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한국인의 정신건강이 영향을 정말 받았다고 보시나요?

 

[정정엽 원장]

정신과 진료를 시작한 이후로 가장 사회적으로 불안하고 우울한 시기인거 같아요. 

 

[조장원 원장] 

코로나 감염이라는 질병에 대한 불안 자체도 큰 스트레스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일상생활의 변화 역시 많은 분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거 같습니다. 특히 병원에 내원하셨던 분들 중에 평소에 여행이나 취미 생활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가 가능했는데 최근 거리두기 때문에 스트레스 풀 방법이 없어져서 더 힘들게 되었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을 많이 접하고 있어요. 결국 그동안 우리는 현실을 벗어나야만 그리고 타인을 통해서만 행복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정신의학신문]

코로나는 논외로 하더라도 최근 몇 년간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국민들의 정신건강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조장원 원장] 

진료실에서 20~30대 환자 분들과 50대 이상 환자 분들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젊은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서 사는 것을 덜 어색해합니다. 50대 이상이신 분들은 과거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이나 욕구를 위해서 살아온 경험이 많아요.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증후군인 화병도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면서 생기는 질병이죠. 이에 비해 젊은 분들은 자신의 감정을 무엇보다 우선시하고 자신의 욕구를 위해 살아가는 데 어색함이 없는 거 같습니다. 결국 개인적으로는 한국인들의 정신건강에 그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정신의학신문]

각자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유진수 교수] 

병원에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긴 한데 만화도 틈틈이 그리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만화 그리는 의사들’ 코너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닥터단감의 도시서바이벌’을 그리고 있는데 차곡차곡 쌓여서 조만간 책 한 권으로 내고 싶은 바람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간암 및 간이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만화를 작업하고 있습니다. 상반기 중에 ‘(가제)간이식만화’를 출간해서 국내 이식 환자 및 보호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내려고 해요. 무엇보다 내가 직접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들을 담고 있어서 더욱 애착이 가는 만화들입니다.
 

[정정엽 원장]

정신의학이 일상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지속하겠습니다.

 

[조장원 원장] 

작년부터 매주 1회 꼴로 직장인 정신건강에 대한 칼럼을 연재 중인데 이러한 글들을 모아 올해 상반기에 출간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가정, 학교, 직장인데. 가정이나 학교에 비해 직장 내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은 아직 많이 부족한 거 같습니다. 일단 책을 통해 직장인의 정신건강에 대해 일반인 분들에게 이야기드리려 하고, 점차 강의를 통해 활동을 넓혀가려고 계획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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