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삼성 마음 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독립해 혼자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가족들은 본가에서 살고 있는데요.

최근 엄마로부터 오빠가 우울증세로 인해 병원 상담과 약을 처방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엄마 역시 모르다가 오빠가 살짝 이야기해줘서 알게 됐는데, 병원에 다닌다 이상으로는 묻지 않았으면 하는 태도를 보여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 프라이버시가 있으니 더 이상 묻지 말고, 평소처럼 대해야겠다 생각했는데요. 며칠 전 오빠가 엄마한테 왜 관심을 가져주지 않냐는 식으로 물어봤다 해서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엄마는 오히려 엄마보다 동생인 제게 오빠가 잘 말해줄 것 같다며 저에게 오빠 상태를 물어봐 달라 하는데, 조심스럽습니다.

프라이버시를 떠나 현재 우울증인 건지, 아니면 우울한 감정인 건지. 또 약물치료는 어떻게 하는지 등등 병원 치료에 대한 것들을 물어봐도 되나요?

아니면 차라리 상태를 묻지 말고, 자주 연락하고 시간을 보내는 게 더 나은가요? 우울한 감정이든 우울증이든, 해당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가족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부탁드립니다.

 

사진_픽사베이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삼성 마음 숲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재옥입니다.

감기에 걸린 가족을 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밥을 챙겨주고, 쉴 수 있게 해주고, 걱정을 안 할 수 있게 지지하고 이런 것들이죠. 이런 것들이 가능한 이유는 먼저 주변에서 감기에 걸린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직접 본 적이 있고, 또 본인도 감기에 걸려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누군가를 걱정하고 돌보는 것을 문화 속에서 배워 나갑니다.

우울증 같은 정신적 문제의 경우 주변에서 쉽게 경험하지만 공개하지 않고,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보고 배울 것이 없습니다. 특히 자기 자신이 우울을 경험하지 못한 분들은 더 당혹스럽죠. 그래서 감기라면 물어볼 만한 내용도 더 조심스러워지곤 하시죠.

 

질문자분께서 이미 생각하신 것처럼,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오빠분에게 상태에 대한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여지가 있죠. 그렇기 때문에 정보 없이 도움을 먼저 드리는 것이 수월합니다.

가장 편한 방법으로는 연락입니다. 평소에 연락을 하지 않는 사이라도, '오늘 컨디션 어때?' 정도의 연락은 크게 어색하지 않죠. 그리고 대화를 이어 나가시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겁니다. 그저 오빠에 대한 관심을 보이시고,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도와줄 수 있다 정도의 느낌만 주시면 됩니다.

만약 실제로 만날 수 있는 사이라면, 아무 말 없이 같은 공간에 있어 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더라도, 그냥 함께 있어 주는 것도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있는 느낌이 아니라, 함께 우울함을 느끼며 존재하기 위해 곁에 있어 주세요. 만약 불편하다고 오빠분이 말하면 그때 자리를 피해 주면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두 가지 다른 감정을 동시에 가질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과일을 먹겠냐고 물어보면 짜증 내며 싫다고 하지만, 막상 가져다주면 짜증 내며 먹죠. 우울증이 걸렸다고 해서 이성적인 판단을 못 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런 다수의 부정적 감정이 동시에 커져 있는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고, 그것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이런 점 때문에 주변에서 보기에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런 감정들을 해결하는 것은 결국은 스스로 해야 하며, 가족들은 오빠분 곁에서 그 혼란을 함께 견뎌주시면 됩니다.

 

발목이 다친 사람과 함께 걷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그냥 두고 먼저 갈 수도 있고, 업고 갈 수도 있으며, 내가 끌고 갈 수도, 밀고 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방법 중 발목이 다친 그 사람이 원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도움의 형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방법은 내가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을 알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시도해 보고, 반응을 확인해 가며 도움의 정도와 범위를 조절하면 되죠. 결국, 도움의 성공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내가 행복한 선에서 해주는 것입니다. 가족분들이 오빠 분과 함께 잘 나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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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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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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