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삼성마음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공황이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시작됐어요.”

슬픈 표정으로, 무기력하게 진료실 안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언제 처음 공황이 시작됐고, 어떻게 치료를 했고, 이후 삶은 어땠는지, 그리고 오늘 다시 정신건강의학과를 왜 찾게 되었는지까지 말하며 결국 이렇게 한탄하듯 말합니다.

“왜 공황이 재발했을까요?”

 

사진_픽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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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공황이란 마음을 굳게 먹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강한 정신력이 있다고 해서 공황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이런 것들은 공황을 경험하지 못한 분들이, 자신이 공황을 경험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그럴듯하게 하는 설명일 뿐입니다. 실제로 공황은 의도적으로 유발할 수도 있고, 사고로 인해 또는 질병으로 인해 시작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황이 재발하는 이유는 몇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먼저, 심리적 요인입니다. 일단 공황을 한 번 경험한 경우에는 공황이 다시 생길 것에 대한 불안을 마음 깊이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공황을 경험하기 전에 느꼈던 신체 증상들을 공황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장이 빨리 뛰는 느낌, 어지러움, 손 떨림 같은 신체 증상을 공황이 일어나는 신호라고 오해를 하죠. 그래서 공황을 겪는 중에는 보통 운동을 피하는 등 공황을 피하기 위해 삶이 일그러지기 시작합니다. 치료를 받고 난 뒤 공황증상이 없어졌다면, 일그러진 삶은 고쳐 나아가야 하지만, 잠재된 두려움은 이런 변화를 시도하지 못하게 합니다. 결국 신체적 자극이 없는 삶은 작은 신체적 자극에도 예민하게 느낄 수 있게 나를 바꾸어 버리고, 작은 신체적 변화를 공황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다음은 스트레스입니다. 대부분 첫 공황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을 때 발생합니다. 이 스트레스는 시험을 망치거나, 실직을 하거나, 중요한 무언가를 실패하는 등 부정적인 스트레스뿐 아니라, 결혼, 승진, 임신 등 긍정적인 스트레스도 모두 해당됩니다. 이런 스트레스는 긴장을 담당하는 교감신경의 작용을 상승시키고, 상승된 교감신경은 공황의 위험성을 증가시킵니다.

마지막은 식품입니다. 담배, 카페인 음료, 술 등은 공황에 명백히 악영향을 줍니다. 공황이 생기게 되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담배나 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집니다. 문제는 담배나 술은 사용할 당시는 불안이 줄어들지만 니코틴과 알코올의 효과가 사라진 이후에는 더 큰 불안이 몰려오기에 사채를 쓰는 것 같은 효과를 일으킵니다. 결국 불안이 커져 깊은 잠에 들지 못하게 된 뒤, 낮의 피곤함을 줄이기 위해 마시는 카페인 음료들은 여기에 불안을 더 해주게 되죠.

 

사진_픽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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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며 불안을 피할 수 없습니다. 살아있기 때문에 불안을 느끼며, 불안을 느끼기에 미래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불안에서 공황으로 넘어가는 상황과 그 상황에서의 내 해석을 준비해야 합니다. 내가 준비함으로써 공황이 재발하지 않게 만들 수는 있습니다.

혼자서 공황을 준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과호흡과 복식호흡입니다. 빠른 호흡을 30초 이상 하게 되면 대부분 어지럽고 울렁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리게 됩니다. 이때 느껴지는 신체적 불편함의 정도를 0~8점 중 숫자로 기록하시고, 불안의 정도도 0~8점 중 숫자로 기록해 보세요. 그리고 복식호흡을 합니다. 하나 하면서 숨을 들이마시고, 하나 둘 하면서 숨을 내쉬세요. 완전히 안정화가 된 이후 다시 한번 같은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불안 점수가 점점 낮아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체적 불편함과 불안이 다르기 때문이죠.

정신력이 공황을 극복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공황을 극복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공부와 훈련입니다. 공부와 훈련이 가능하다면, 누구나 공황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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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도움됩니다. 조언 들으며 자유를 느꼈어요. 실제로 적용해볼게요."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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