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정정엽 전문의]
얼마 전 한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혜민 스님이 남산타워가 바라보이는 삼청동 소재 단독주택에서의 일상을 공개한 후 평소 강조해 온 ‘무소유’의 삶이 아닌 ‘풀(full)소유’를 누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이 집을 2015년 매입한 뒤 2018년 자신이 대표로 있는 고담선원이라는 사찰에 되판 다음 세 들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 뉴욕시 등기소 웹페이지에서 내려받은 ‘라이언 봉석 주(RYAN BONGSEOK JOO)’라는 인물의 부동산 등기 문서를 분석한 결과 그는 2011년 승려가 된 이후에도 외국인 B씨와 함께 브루클린에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한 채를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라이언 봉석 주’는 미국 국적자인 혜민 스님의 미국 이름이다. 내부에 수영장과 헬스장까지 갖추고 주변에 있는 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이 아파트의 시세는 매입가의 두 배 정도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의 책을 읽고 강연을 들으며 마음을 달래고 상처를 싸매고 위로받았던 사람들, 좌절을 극복하고 욕망을 내려놓고 인생의 희망을 되찾았던 사람들은 그가 무소유를 실천하는 승려라기보다는 풀소유에 집착하는 비즈니스맨에 가깝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허탈해했다.
2016년 한국을 떠난 ‘푸른 눈의 수행자’ 현각 스님은 본인 페이스북에 혜민 스님을 ‘연예인’,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전혀 모르는 도둑놈’ 등으로 강도 높게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자 혜민 스님은 SNS에 글을 올려 “이번 일로 상처 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참회한다.”라며 사죄의 뜻을 밝혔다. 이어 그는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에 정진하겠다.”라고 약속했다.
평소 혜민 스님을 좋아해 가끔씩 그의 책 이야기를 하곤 하던 환자 한 분이 내게 물었다.
“모든 게 무너진 것 같아요. 혜민 스님이 그동안 했던 좋은 말들, 책에 썼던 아름다운 글들이 다 위선이고 거짓이라 생각하니 너무 괴로워요. 대체 누굴 믿고 살아야 하는지…….”
아마도 그를 통해 위로받고 위안을 얻던 많은 독자와 시청자들이 같은 심정일 것이다.
대중의 순수한 기대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그에 대한 비판은 정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그가 처음부터 사람들을 속이고 소유를 늘리기 위해 책을 펴내고 강연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가진 학식과 종교적 경험을 발판 삼아 더 많은 이들에게 불교의 진리를 소개하고,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며, 위로와 위안을 선사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그것까지 의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는 너무 빠른 시간에 유명해졌고,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 어딜 가든 사람들이 모여들어 악수를 청하고 사인을 해달라고 아우성치는 상황, 비슷비슷한 내용의 글을 적당히 엮어 책을 펴내기만 하면 예외 없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실, 잠깐이라도 좋으니 제발 강연 좀 해달라는 요청으로 전화통에 불이 날 지경인 현상은 실제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느낄 수 없는 구름 위의 세상일 수 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초심은 점점 희미해졌을 것이다.
많은 사람의 존경과 신망을 받는 정치가나 종교인이 왜 이렇게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이 많을까? 자신들이 했던 말처럼 언행일치의 삶을 산다는 게 그토록 힘든 일일까?
정치가나 종교인도 결국은 인간이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면서 섬기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는 정치인들이나, 수행에 매진하고 욕망을 끊어내면서 진리를 탐구하며 살기를 소망하는 종교인들 모두 나약하고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실수를 저지르거나 스스로 넘어질 때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평소에 했던 말과 글이 모두 위선이고 거짓은 아니라고 본다. 그들이 그런 말을 하고 글을 썼을 당시의 심정은 본래의 순수한 뜻과 일치했으리라 믿는다. 그들은 자신의 말과 글을 통해 가장 먼저 자신을 들여다보고 점검하고 수행했을 것이다. 심사숙고하면서 더 깊이 알아차리고 멈추고 돌이키고 낮추고 나누지 못한 게 한계였을 뿐이다.
우리 몸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라고 늙고 죽어가듯이 마음도 변하기 마련이다.
마음은 어떻게 변해갈까?
맨 처음 정말 순수하고 정직한 마음으로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던 사람이 유명해지거나 부자가 된 다음에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는 걸 자주 목격하게 된다. 사람들은 그가 초심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변한 거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초심을 굳게 지키는 것만으로 마음에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마음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일 것이다. 자신의 의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마음은 자기 주변의 조건과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후에 맞게 될 변화된 환경 속에서 처음에 가졌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다.
하지만 환경 탓만 할 수는 없다. 마지막 선택은 본인이 한 것이기 때문이다. 변해 가는 자신의 마음을 그때그때 들여다보고 알아차리며 무엇이 문제인가를 점검하며 산다면 일순간에 허물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혜민 스님 자신이 이야기한 바 있는 멈춤과 돌아봄과 알아차림이다. 멈춰야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마음을 들여다봐야 자신이 지나온 길을 돌아볼 수 있다. 돌아봐야 비로소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아차릴 수 있다. 마음은 누구나 변한다. 그걸 알아차리고 못 알아차리고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대중도 마찬가지다. 존경하는 정치가나 종교인이 있더라도 그들이 하는 말과 글의 내면, 즉 얼마나 진실성 있게 실천하며 살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진실성과 실천력에 대해 평가하고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변질되었다면 반드시 그 조짐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맹목적인 추종과 지지에만 머문다면,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을 때 커다란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자신의 마음을 항상 잘 살피고 변화되는 시점을 잘 잡아줘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마음이 언제 어떤 공간에서 어떤 조건일 때 잘 일어났는지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서 힘든 곳에서 자기 마음을 움직이려고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를 더 좋은 곳으로 옮겨주는 게 첫 번째로 할 일이다. 내 마음을 다스리고 인도해 가는 건 나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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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신경정신의학회 미래전략 이사, 사무총장
서울고등검찰청 정신건강자문위원회 위원
보건복지부 감사자문위원회 위원
교육청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 위원
생명존중정책민관협의회 위원, 산림청 산림치유포럼 이사
저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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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를 듣는 것 같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고 많은 사람이 도움 받고 있다는 걸 꼭 기억해주세요!"
"선생님의 글이 얼마나 큰 위로인지 모르겠어요."


모든 오해는 현각스님께서 크로커다일 남자훈련소라는 유튜버가 올린 영상의 내용을 믿고 외국에 사시는 현각스님께서 폭언을 하신데서 시작된 것입니다.(현각스님께서 그 유튜버의 영상을 공유까지 하셨다고 합니다)
일단 방송에 나온 그 집이 고담 선원입니다. 즉 혜민스님은 뉴욕 불광사 주지 스님의 제자로 현재 불광사 부주지 스님입니다. 고담선원은 혜민스님께서 그동안 활동하셨던 돈으로 본인이 거주하시면서 매입하셨던 작은 집을 고담선원으로 만드시고 종파에 이미 신고하신 곳입니다. 그리고 뉴욕집 역시 공동으로 61만달러에 매입하실당시 대출이 45만달러라고 합니다. 그리고 단순 거주목적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