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박사 이광민의 [슬기롭게 암과 동행하는 방법] (7)
[정신의학신문 : 마인드랩 공간 정신과, 이광민 의학박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암과 면역체계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암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 디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면역체계란 감염이나 질병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면역 시스템 전반을 가리킵니다. 저는 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누구나 암세포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강조합니다. 지금 제 몸 어딘가에도 암세포가 있습니다. 여러분 몸 안에도 마찬가지로 암세포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정상세포는 돌연변이에 의해 자연스럽게 암세포로 만들어질 확률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암세포는 면역체계에 의해서 제거됩니다. 즉 암 진단을 받지 않은 건강한 몸 안에는 암세포가 자연적으로 생성되었다가 사라지는 겁니다. 면역체계가 잘 관리하고 있으면 발생한 암세포는 제대로 관리가 되고, 암세포가 면역체계를 비껴가게 되면 암세포가 덩어리를 이루며 암으로 진행됩니다.
암세포가 질병으로 발전하기까지는 암세포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우리의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잘 관리하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암 치료 이후 재발에 있어서도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내 몸에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암세포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그런데 면역체계라는 것 자체가 정신적인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암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정신건강과 관련된 디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있는지 반드시 고려해야만 합니다. 지금 항암치료를 받는 상황에서 내가 치료를 위해 더 노력할 수 있는 것들이 어떤 게 있을까? 암 치료가 끝난 이후 내가 어떻게 하면 암이 재발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과 걱정에 대한 솔루션 중 하나로 내 면역체계가 내 몸 안에 있는 암세포들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 내 마음 안에 있는 여러 가지 정서적인 어려움들, 즉 디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디스트레스 관리는 암의 모든 영역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요즘은 암을 조기에 발견해서 빨리 치료하는 것이 암 관리에 있어서 중요한 영역이 되었습니다. 조기 검진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디스트레스, 특히 불안이 높은 분은 일단 암 검진을 받는 것 자체를 굉장히 두려워합니다. 내 몸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심지어 내 몸 어딘가에 덩어리가 만져지는 상황에서도 병원에 가면 나쁜 결과가 나올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에 병원을 가지 못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막상 검사를 받았다가 암일 것 같아서 무서워서 못하겠습니다.”, “지금 아프면 안 되는데, 바쁜 시기가 지나고 나면 검사를 받겠습니다.” 병이 의심되는데도 이렇게 이야기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디스트레스 관리에 실패하며 병을 키우고 있는 셈입니다. 디스트레스로 인해서 암 진단이 늦어지고 치료 가능한 병을 악화시키고 있는 겁니다.
암을 치료하는 상황에서 내가 디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암 치료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구토입니다. 항암 치료의 대표적인 부작용을 꼽으라면 많은 분들이 구역, 구토를 떠올립니다. 항암 치료 도중에 우리가 느끼는 구토와 매스꺼움은 수면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수면을 안정적으로 취하던 분들이 이 매스꺼움과 관련된 부작용을 훨씬 덜 느끼게 됩니다. 항암 치료 이후 손발이 저린 증상도 흔히 발생하는데, 항암 치료가 다 끝난 다음에도 손발 끝이 저리고 찌릿찌릿한 증상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정서적인 측면에서 불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그 같은 정서적인 예민함이 나의 신체적인 예민함으로 연결되는 것이죠.
디스트레스와 사회 복귀
사회 복귀라는 측면에서도 디스트레스 관리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암 치료 후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자신감을 잃고 주저하고 회피하기 쉽습니다. 암 치료가 다 끝났음에도 직장생활로 복귀하는 것 자체가 두렵고, 일상과 사회생활을 하더라도 적응하는 과정이 힘겹게 느껴집니다. 평소 디스트레스 관리가 충분하지 않아서 생기는 일들입니다. 힘겹게 암 치료를 이겨냈음에도 막상 몸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힘겨워 일상에 어려움을 경험한다는 것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암 치료는 이제 일상적인 사회 복귀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 의료진 역시 함께 도움을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잉 온 토크’가 앞으로 애를 쓰고자 하는 부분도 이런 부분입니다. 단순히 정보 전달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내가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과 휴식, 이런 영역들까지도 같이 나누고 도움을 드리고 참여할 수 있도록 소통의 장을 열어 드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불어 암 경험자 여러분의 이야기를 같이 듣고 나누면서 힘든 부분에 대해 함께 응원하고 위로하고 또 다양한 전문가들을 모셔서 암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드리고자 하는 노력도 병행하려고 합니다.
※ ‘고잉 온 캠페인’은 대한암협회와 올림푸스한국에서 암 경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입니다. 그중 ‘고잉 온 토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광민 박사와 암 경험자가 만나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공유하면서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대처법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암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소통 채널입니다. 영상 내용을 정리해 연재합니다.
암 경험자들의 사연과 고민을 보내주시면 ‘고잉 온 토크’ 영상과 글을 통해 다루면서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goingon.talk@gmail.com)
※ ‘고잉 온 토크’ 강의 직접 듣기 (클릭하면 영상으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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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