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다가오는 5월이면 정신건강복지법(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지원에 대한 법률)이 시행된다. 정신보건법에서 규정하는 보호자 동의에 의한 강제입원 제도에 대한 개정안이 포함된 이 법률의 시행 이후에는 현재보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강제 입원 및 입원 유지가 더 복잡해지게 된다. 이에 대해 인권 보호를 위해 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정부 측의 입장과, 면밀한 준비 없이 이루어지는 성급한 제도로 인한 혼란이 우려된다는 정신의학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헌법 제 12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국민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 구속, 압수, 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않는다’라고 못박고 있다. 반면, 현행 정신보건법 24조에서는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입원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하여 당해 정신질환자를 입원 등을 시킬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의 입원 등은 정신질환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를 포함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이미 지난해 9월 29일 헌법재판소는 현행 정신보건법 24조가 헌법에 불합치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정신보건법에서 이야기하는 신체 구금의 사유는 정당하지만, 헌법의 기본권을 침해하기에는 남용의 위험이 크다는 것이 취지의 골자였다. 따라서 일정의 조정기간을 거쳐 현행의 위헌 법령 시행을 정정해야 한다.
사실, 이러한 헌재의 위헌 결정 때문에라도 강제 입원 조항의 강화가 불가피 했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입장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내린 것은 현행 정신보건법에 대한 결정이기 때문에 올해 5월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정신건강복지법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이 적용되지 않지만, 위헌 판결의 취지를 십분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6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정신건강증진법에 대해 시행이 얼마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실질적인 제도 변경에 따른 시행에 대한 준비가 상당히 미흡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현재로서는 강화된 제도를 뒷받침할만한 인적자원이 전혀 확보되어 있지 않고, 제도 강화에 따른 갑작스러운 입원치료 중단-혹은 입원치료 불가에 따른 혼란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학계의 반발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본인들의 밥그릇을 지키고자 하는 의사들의 몰지각한 행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헌법재판소에서까지 이미 강제입원이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했는데도 불구하고, 감히 다른 사람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고 강제로 감옥 같은 병원에 가두겠다는 의사들의 입장이 일견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신질환 중 보호병동 입원을 필요로 하는 질환에 대한 대중의 이해와 의학적 입장의 가장 큰 괴리감은 ‘환자의 행동이 질병으로 인한 증상임’에 대한 이해가 일반 대중들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신체에 대한 자유는 분명 자신의 신체를 해할 자유까지도 어느 정도는 포함할 수도 있으나, 정신과 환자의 경우엔 그 자유를 행사하는 행동과 생각이 정신질환에 의해 왜곡된 상태라는 것이다. 또 본인이 병이 있고, 치료를 받아야한 다는 사실을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것 또한 정신질환의 증상 중의 하나로 받아들여야 할 수 있다.
따라서 의사는 환자의 이러한 증상에 대해 치료할 의무가 있다. 성실하게 이행하지 못할 경우 처벌 받을 수 있는, 강제되는 의무가 있는 것이다. 병원에 내원한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귀가하여 자살을 하거나 자해, 타해를 입혔을 경우에 대한 도의적, 사회적, 경제적 책임을 의사가 질 수 밖에 없다. 본인이 치료를 거부한 경우라 할지라도, 정신질환에 의해 판단력이 미비한 상태에서의 치료 거부로 인해 환자가 자해나 타해를 일으킨다면 충분한 치료를 제공하지 못한 탓이 포함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을 받아들인다면, 본격적인 실무 적용이 어려운 미흡한 정신보건법에 대한 의료계의 날선 우려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명백한 정신질환으로 인해 위험성이 뚜렷하여 보호자와 정신과 전문의 모두 입원치료 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될 때에 입원 제도의 미진함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서 명시하는 강제입원 적합성 심사를 맡을 인적 자원만 하더라도, 현재 오는 5월까지 확보될 방안이 요원하다. 5월 이후로는 비자의입원시 2주 이내 국공립병원 소속 전문의 등을 포함한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등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국공립소속 전문의 140명으로 감당해내기 어렵고, 민간 병원을 끌어들이는 부분 역시도 무리가 많다는 점에 대해 신경정신의학회가 지적하고 있다. 핵심은 미비한 행정으로 인한 적절한 환자 진료의 어려움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헌법에서 명시한 기본권을 침해할 위험이 있는 신체 구속권에 대한 규제가 복잡하고 까다로워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이견이 없다. 악용의 소지가 분명한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신질환자 입원에 대해서는, 수많은 환자들의 치료받아야할 인권 또한 달려있는 문제이므로 더욱 그 제도의 실행에 있어 준비에 만반을 기해야함 또한 명백하다. 졸속 입법과 행정으로 인해 실질적인 측면에서 법안 개정의 취지가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이 현시점의 가장 큰 문제점일 것이다.
재개정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의료계와 우선 시행 후 보완을 이야기하는 복지부 사이의 갈등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여론에 휩쓸려 서둘러 만든 보여주기 식 개정을 시행하기에 앞서, 이 법안이 정신질환치료에 있어 갖는 무게에 대해 좀 더 진중한 복기가 필요할 것이다.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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