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을 꼭 가야 하나요?

호기심이 강하고 뭐든지 입으로 넣고 보는 2~5세 가량의 아이를 둔 가정에서는 간혹 아이가 무언가를 삼키거나 목에 걸려 당황한 적이 있을 것이다. 대한응급의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18세 미만의 소아청소년 중 뜻하지 않은 섭취로 인해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5614건으로 한 해 평균 5000명 (하루 평균 13명)의 소아가 입에 뭔가를 삼켜 응급실에 내원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물질은 대부분 무엇이었을까.
2014년 결과에 따르면 상세불명의 약과 물질이 각각 35.6%, 12.6%로 약 절반에 해당하고 나머지로는 해열진통제, 비누 및 세제, 화장품 등이 조사되었다. 이렇듯 상세불명의 약과 물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이가 부모의 주의를 벗어난 순간 입으로 가져가 삼켜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가정에 있는 화장품, 비누, 샴푸, 볼펜, 잉크, 방향제 등은 무독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은배터리, 빙초산, 락스 원액 등의 부식제,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 경구혈당강하제나 항고혈압제, 니코틴 패치 등의 경우 소량으로도 위장관 천공, 급성 간손상, 저혈압성 쇼크 등에 이를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2~5세 가량의 소아의 경우 의도성 없이 부주의로 약이나 가정용품을 삼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증상이거나 경미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88% 정도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무독성이라고 해도 과량을 섭취하거나 특정물질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급성 중독 증상을 보일 수 있으므로, 중독이 의심되면 부모 혼자서 판단하기 보다는 즉시 가까운 소아청소년과나 응급실로 내원하는 것이 안전하다.
우리 아이가 약이나 상세불명의 물질을 삼켜 응급실을 가게 되면 기본적인 병력 청취와 노출된 약물의 종류와 양에 따라 기본 생체 징후를 측정하고 3~6시간 가량 증상에 맞는 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경과 관찰을 하게 된다. 이후 상태의 변화에 따라 퇴원하거나 입원 치료를 하게 되며 물질의 종류나 증상에 따라 응급 내시경등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삼킨 물질의 종류를 모르는 경우가 절반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경우는 증상에만 맞춰 치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되도록 삼킨 물질이나 병, 처방전 등을 지참해서 내원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과량의 약물을 먹었을 때 인위적으로 위 안의 내용물을 씻어내는 위세척을 치료법으로 떠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실제로 응급실에서는 약물중독의 종류, 경과 시간 및 용량, 환자의 증상의 정도에 따라 치료가 조심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병원 전 처치로 일부러 구토를 유발하거나 과량의 물을 먹게 한다거나 보이지 않는 물질을 꺼내기 위해 손가락을 집어넣는 등의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와는 약간 다르지만 아이들이 실수로 입으로 장난감이나 동전, 떡 등의 큰 음식을 집어넣어 기도가 막혀 질식에 이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단순 중독과는 다르게 촌각을 다투는 응급상황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완전히 기도가 막히게 되면 얼굴색이 푸르게 변하는 청색증과 호흡곤란, 두 손으로 목을 감싸는 쵸킹 증후(choking sign)가 나타나게 된다. 크기가 작은 물질이 기도로 넘어간 경우 쌕쌕거리는 호흡음이 들리거나 기도 점막이 자극되어 기침과 구토,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게 된다. 완전 기도폐색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119에 신고하고 침착하게 소아 하임리히법에 따라 응급처치를 실시하여야 저산소성 뇌손상을 막을 수 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예측할 수 없는 돌발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상비약이나 생활용품은 되도록 아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도록 하고 입에 넣기 좋은 장난감 등도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