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잔소리를 할까?

[정신의학신문 : 김세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잔소리를 네이버 사전에 쳐보면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1.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 또는 그 말

2.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함, 또는 그 말.

 

사진_joystartshere.com

 

다시 말하면 '필요도 없는데 하는 말', '필요는 있지만 그 이상으로 하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잔소리로 느끼는 기준은 철저하게 듣는 이에게 달려 있기에, 사실 남이 보기에는 유익하고 적절한 대화도 어떤 이에게는 잔소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잔소리를 한다는 행위 자체만으로 남에게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물론 줄일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예전부터 '왜 사람들은 잔소리를 할까?'를 궁금해했었는데, 막상 정신의학을 전공하며 보니 이에 대한 연구는 특별히 없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잔소리의 역동(dynamism)은 다음과 같다.

 

1. 나르시시즘(Narcissism)의 하나

- 나의 우월함, 내 생각의 절대적 옳음으로 인해서.

 

2. 불안으로 인해

- 본인의 불안으로/상대방이 못 알아들을까 봐 하는 걱정으로.

- 완벽히 전달하려는 강박으로 인해.

 

3. 노화(Aging)로 인해(술을 마셨을 때에도)

- 우회적 사고(Circumstantiality) : 최종 목표에는 도달하는데, 도중에서 지엽말단에 얽매여 요점이나 본질의 통찰이 부족하고 멀리 돌고 말아 목표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 사고 이탈(Tangentiality) : 중간에 주제를 잃고 말하고자 하는 최종 목표에서 벗어나는.

- 좀 전에 유사한 이야기를 했었던 것을 잊었을 경우.

 

4. 사랑과 관심의 표현

- 이 문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 실패나 좌절을 경험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

- 길고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이 사랑과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해서.

- 많이/반복해서 이야기하면 더 시행착오를 줄일 것이라는 기대로 인해.

 

5. 화/분노의 표현, 혹은 풀리지 않는 감정의 형태 발현

- 잘 들어보면 내용 자체는 분명 화를 내는 것인데 조곤조곤한 말투로 풀어서 말하는 경우.

- 화를 내는 것을 피하고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순화해서, 다만 길고, 반복해서 말하는 경우.

- 말은 했지만 그래도 그것만으로도 내 감정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고 느껴서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경우.

 

6. 정리가 안된 불명확한 사고로 인해서

- 말이 헛돌고, 같은 말이 반복되거나, 길어지는 경우.

 

7. 부모/혹은 잔소리를 많이 하던 어느 대상과의 동일시로 인해서

- 잔소리가 많은 누군가의 모습(상사, 아버지, 고참)을 내가 나도 모르게 재현하는 경우.

 

잔소리의 원인은 이렇게나 다양하다.

어떤 잔소리든 하나로만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크든 작든 몇 개의 요소가 조금씩 섞여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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