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조현병학회 정영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조기 정신병이란 정신병에 대한 고위험 상태에 놓인 경우 또는 초발 정신증 상태를 가리킵니다.

정신병 고위험 상태란, 아직 정신병 상태로 진단을 내릴 수는 없으나 여러 징후와 증상들을 볼 때 정신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를 말합니다.

초발 정신증은 정신증적 상태를 보이기는 하나 현재로서는 명확한 진단을 내릴 수 없거나, 비정동 정신병과 정동 정신병을 모두 포함한 광의의 개념을 지칭합니다.

 

정신병의 초기 상태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일시적인 사춘기 현상, 공부나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 반응, 가벼운 우울증상 정도로 비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고, 치료의 지연은 곧 나쁜 예후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신병의 조기 발견과 치료는 그만큼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10대 후반의 중학생 T군은 전날 수업시간에 졸다가 잠꼬대를 하는 바람에 선생님께 혼도 나고 친구들에게 놀림도 받았습니다. 다음날 교실에 들어서는데, 왠지 친구들이 자신을 흉보는 듯한 느낌을 받아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30대 중반의 P씨는 갑작스러운 부친상을 당하고 상실감이 컸으며, 상을 치르는 중에 며칠 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면서 저녁 무렵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부르는 소리를 몇 차례 듣게 되었습니다.”

 

위의 두 예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입니다.

즉, 예기치 않은 부정적 경험을 겪거나 자신의 몸이 피곤할 때와 같이 정신적 혹은 신체적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주변 상황이나 사람들에 대한 생각 혹은 지각(시각/청각/촉각 등)이 다소 날카로워지거나 예민해지면서 피해의식이나 이상한 체감 현상을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사고지각민감상태는 대부분은 일시적 경험으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그러한 상태가 자꾸 반복이 되고 지속이 되면서 자신의 일상생활에 유의한 영향을 주면 정신병으로 이환될 위험성이 있는 고위험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신병 고위험상태는 청년층에서 빈번히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신체적 및 정서적 변화가 많은 시기이자 유년기와는 확연히 다른 또래 집단 간의 배타성, 점차 가중되는 학업/취업 스트레스, 추상적 자의식의 발달, 전두 뇌의 변화와 성숙, 정신증적 증상과 관계가 깊은 도파민 신경의 성숙이 이 시기에 일어나는 점 등이 한꺼번에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신증의 사회환경적 원인으로는 낮은 사회경제적 상태, 이민, 정신적 외상(왕따, 성폭행, 아동학대 등) 등이 있습니다.

특히 이 중에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왕따나 집단 따돌림은 그 자체가 매우 커다란 정신적 외상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우울증, 자살, 사회공포증, 조현병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이루어진 한 연구에 의하면 집단 따돌림이 있을 때 정신증의 발병 위험성은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약 17배 정도 높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따라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정서행동선별검사 상 위에 언급한 정신증상이 의심되는 경우 관련 전문기관에서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기에 정확한 평가가 중요한 것은 정신병 고위험자의 경우 적절한 심리사회적 중재나 약물치료를 하지 않을 때 약 30% 정도가 1년 안에 조현병으로 이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정신병 고위험 상태에 대한 치료 목표는 조기 중재를 통한 빠른 회복을 돕는 것이며, 이를 위해 스트레스에 대해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인지/마음 탄력성을 증진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지/마음 탄력성은 상실이나 슬픔이 있을 때 화를 내기보다는 슬픔을 바라보고 어루만지고 수용하는데서 출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수용에 힘이 되는 것은 따뜻한 지지와 격려 그리고 사랑이며 사랑의 원천은 가족, 친구, 그리고 혹시나 각자가 믿는 신적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정신병 고위험상태에 대한 중재는 심리사회적 중재 및 약물치료가 있습니다.

심리사회적 중재에는 인지행동치료 및 내담자의 사회적 기능의 회복을 위해서 지역사회 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사회적 지지 프로그램(멘토 맺기, 생활습관 지지 프로그램, 개인 지지요법, 메타인지훈련 등)이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일차적인 치료이기보다는 심리사회적 중재를 먼저 했는데도 효과가 없거나 증상의 정도가 최근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을 때 추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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