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단감 “해외에서 폭풍설사 중이신가요?”

해외여행가서 ‘물갈이’한다는 얘기 많이 들어보셨죠? 즐거운 해외여행 중에 배가 아프고 설사하고… 그게 왠 고생입니까? 하지만 실제로 정말 많습니다. 물갈이를 ‘외국 물이 한국인 체질과 안 맞아 생긴다’라고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정말 장이 과민한 소수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물갈이’는 다른 말로 ‘여행자설사(Traveler’s diarrhea)’라고 부르는데 설사와 고열, 복통, 구토 등을 동반하고 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안의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이 일으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공중위생이 잘 되어 있는 선진국에는 거의 없고 상수도관리가 잘 되지 않는 국가에 방문했을 때 생깁니다. 문제는 이런 곳에서는 수돗물 자체가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여행자가 판매하는 생수만 마시고 최대한 조심한다고 해도 피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열대지방에서 열대 과일을 안 먹을 수 없죠? 하지만 망고 손질에 신경을 안 쓴다면 설사를 피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일단 설사를 시작하면 3~4일 뒤에는 저절로 낫긴 하지만 항생제를 복용하면 조금 더 빨리 나을 수 있고 ‘항생제+지사제’를 사용하면 증상도 조절이 어느 정도 됩니다. 그리고 수분보충이 중요하죠. 지사제 단독 사용은 원인균의 배출을 지연시켜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여행자설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개인 위생이 정말 중요합니다. 본인 스스로 손을 잘 씻고, 음식을 먹을 때도 최대한 위생적인 곳에서 먹고, 덜 익힌 해산물, 생 야채, 껍질을 깎지 않은 과일 등은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금쪽같은 시간 쪼개서 얻은 휴가로 겨우겨우 떠난 이국 땅에서 ‘폭풍설사’하고 앓아 눕게 되는 것만큼 억울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공중위생이 떨어지는 곳을 여행할 때는 미리 진료를 받고 상비약을 챙겨가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예방적으로 항생제를 복용하는 것은 안됩니다)

즐거운 여행,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겠죠?

<1> 영문판 : http://doctordangam.com/?p=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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