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무표정하게 소파에 앉아 환자를 내려다보는 모습이거나 언덕위의 하얀 집을 지휘하는 모습 혹은 전기충격치료기를 다루는 모습일 것이다.

편견이란 집단의 속성에 대한 현실검증보다는 태도의 소유자의 심리적 과정에서 나오는 개인이나 집단들에 대한 부정적이고 적대적인 태도를 말한다. 쉽게 말해 편견이란 실제 모습이 아닌 치우친 이미지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대중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정신과 의사들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정신의학신문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다. 인터뷰로 만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정신과 의사와 실제 모습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현실검증을 해보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정한용

정신의학신문에서 처음으로 만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으로서 현 시대의 정신의학을 이끌고 계시는 정한용 선생님이다. 학회라 함은 학문과 연구 종사자들이 각자의 연구 성과를 공개 발표하고 과학적인 타당성을 공개하여 검토 및 논의하는 모임이다. 당연히 학회를 이끄는 장은 학문과 연구에 관한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는 필자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오히려 사람에 대한 ‘따뜻함’과 ‘정성’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인터뷰를 하러갔다가 오히려 나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돌아왔다. (이런 따뜻함을 담지 못하는 필자의 글 솜씨가 안타까울 뿐이다.)

 

1. 선생님께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마도 사람 자체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을 겁니다.

의과대학 학생 시절에는 연극반 활동을 하였습니다. 극중 인물이 흥미로웠던 겁니다. 또한 당시 연극반은 이병윤, 곽동일 정신과 교수님께서 지도교수를 맡아주셨습니다. 제가 발음이 시원치 않아서 중요한 역할을 한 적은 한 번도 없고 허드렛일만 했습니다만 누구보다 재미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두 분으로부터 책이 아닌 연극과 현실에서 사람과의 관계, 개인의 역사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돌아보면 저는 이과를 선택하여 의과대학을 다녔지만, 인문학 분야에 늘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인간관계나 역사를 다룬 책을 좋아했었습니다.

사람의 정신이라는 것에 대한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호기심이 정신의학을 선택하게 된 동기가 된 것 같고, 학생 때 연극반을 한 것이 더욱 쉽게 정신의학을 전공으로 선택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2.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으로서 하시고 싶은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으로 업무를 시작한지는 이제 2개월이 조금 안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학회 이사로서 많은 참여를 했지만, 막상 일을 맡게 되니 그 책임감과 부족함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신경정신의학을 발전시키고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키며, 회원들의 친목도모와 권익 신장을 목적으로 합니다.

급격한 사회 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는 그에 따른 여러 정신적인 문제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2014년 봄, 세월호 사고가 났을 때 한국은 집단 우울증상에 시달렸습니다. 당시 400여 명의 우리 회원들이 안산에서 아픈 마음을 돌보는 자원봉사에 동참하여 주셨습니다. 우리 학회는 우리나라가 재난정신건강이라는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였고, 그 대비책을 마련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문제, 그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 문제, 점차 비중이 커지고 있는 노인의 정신건강 문제 등도 전문가의 입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학회만의 노력으로는 모두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전문가로서 언론과 함께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여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내부적으로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015년에 큰 어려움을 겪었고 이것이 변화를 해야 할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6년 취임사에서도 소통과 혁신을 통한 변화를 이루어 학회의 힘을 키우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우선 회원들 서로간의 소통을 강화하여 내부적인 단결을 더욱 충실히 하겠습니다. 여러 지부학회의 의견을 귀 기울여 수렴하겠습니다. 또한 회무를 더욱 투명하게 처리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하여 회원들의 신뢰를 얻겠습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정한용

3. 우리나라의 정신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내에 분과학회가 20개가 넘습니다. 이는 그 만큼 정신의학이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고 또한 다양한 분야를 포함해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신의 다양함은 하나의 학문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 시대의 정신의학은 다양한 분야를 인정하는 가운데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정신과 신체의 연결에 대해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이 있다고 봅니다. 정신질환의 원인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상당히 존재하고 있고 이로 인해 우울증, 불안증 등 여러 마음의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이 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살의 원인 중 80%이상이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자료가 있습니다, 이는 우리 정신의학이 해결해야 할 부분입니다. 정신질환에 대해 자세히 알려 잘못된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여 마음의 불편함을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언론과 함께 노력하고 국가의 정신보건 정책 수립에 전문가의 의견을 활발히 제시하는 등 정신의학의 사회적 활동이 또한 중요한 분야입니다,

 

4. 정신건강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분들과 그 가족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더하여 정신질환을 자신의 나약함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분들이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다른 신체 질환과 같이 마음의 병도 자신의 탓이라기보다 그 병 자체가 문제인 것을 말씀드립니다.

가족들에게는, 정신질환은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하여 가족 분들도 함께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정신질환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얻어 막연한 두려움이나 편견을 벗어나서 현실적인 대처를 했으면 합니다.

우리의 몸은 신체와 정신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신 분들도 신체 질환에 대한 이해에 비해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는 적은 분들이 많습니다, 몸에 탈이 나듯이 우리의 정신에도 탈이 날 수 있고 이를 전문으로 하는 분야가 정신의학입니다.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다고 할 만큼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정신 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정신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입니다. 우리 학회가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6년에 학회 홈페이지를 정비하여 정신질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5. 정신의학신문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신의학신문은 마음이 아픈 이들을 위하고, 의사, 심리학자, 사회복지사, 간호사, 약사 등 정신의학 관련 종사자를 비롯하여 정신의학에 관심 있는 분들의 소통의 공간으로 출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신의학과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욱 커지고 이를 해결할 전문적인 정보가 절실한 때에 시의적절한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시작한 초심을 잊지 말고 젊음을 바탕으로 소통에 목말라하는 분들을 위한 좋은 교류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더욱 발전하여 다양한 사회적 관심사에 전문적인 의견을 내고 나아가 정신건강 정책에까지 영향을 주는 역할을 기대합니다,

 

 

*글의 문맥 상 편견의 의미가 담겨 있을 경우 정신과 의사, 그렇지 않을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표기했습니다. 과명이 정신과에서 신경정신과, 정신건강의학과로 바뀌면서, 전문의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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