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파에 바람이 든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보통 괜히 많이 웃거나 호들갑스러우면 그렇게 표현하곤 하는데, 네OO에서 ‘허파에 바람’이라고 검색하면 기흉에 대한 설명이 많이 나옵니다. 언어학자가 아닌지라 그 어원은 모르지만 ‘허파에 구멍이 나는’ 기흉은 ‘괜히 많이 웃거나 호들갑스러운 것’과는 완전 반대되는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저는 ‘허파의 바람’과 기흉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흉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젊고 마른 남학생들에게 많이 생기는 자발성 기흉의 경우는 폐에 잘 터지는 기포 (bulla)라는 이상 부위가 있기 때문에 생깁니다. 엑스레이에서는 잘 안보여도 CT 검사에서는 확인이 가능하죠.

허파에 난 구멍을 통해 우리가 들이쉬는 공기가 새어 나오게 되고 그 공기가 흉강 (thoracic cavity)에 갇히게 됩니다. 샌 공기가 많을수록 폐를 포함한 흉강 내 장기들 (심장, 대동맥, 대정맥, 식도)을 압박하기 때문이죠.

일차적으로는 가슴의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과 답답함. 심해지면 호흡곤란이 동반될 수 있고 정말 심한 경우는 흉강 내압의 증가로 인한 정맥환류억제 (쉽게 말해 대정맥을 통해 온몸에서 돌아오는 정맥혈들이 흉강 내로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로 쇼크에 빠지는 긴장성 기흉 (tension pneumothorax)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허파에 바람 든 것’과는 차원이 다르죠?

치료는 심하지 않은 경우는 산소를 흡입하면서 공기가 흡수되길 기다리는 보존적 요법, 그리고 좀 더 심한 경우는 흉관을 넣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예방적으로 기포를 절제하는 흉강경 수술도 할 수가 있지만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응증이 다르므로 흉부외과 전문의와 상의가 필요하겠습니다.

기흉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단순한 질환입니다. 터질 가능성이 있는 기포를 튼튼하게 하여 기흉을 예방하는 약은 없습니다. 한번 기흉을 겪은 환자들은 몸 관리를 철저히 하고 싶겠지만 실질적인 예방은 기포절제술, 즉 수술밖에 없습니다.

젊은 학생들 중에 기흉으로 군면제를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한 친구들이 꽤 있을 것입니다. 차후에 기준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수술(기포절제술)을 받은 이후에도 재발을 한 경우에 면제 가능하므로 실질적으로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기포절제술 이후의 재발률은 현저히 낮습니다.

영문판 : http://doctordangam.com/?p=1294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