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46)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48) 삼성전기 상임고문. 사진|김유근 기자 | kim123@focus.kr 포커스뉴스

얼마 전 대한민국 간판급 재벌의 ‘세기의 이혼’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매스컴에서는 앞다투어 그들의 연애, 결혼 그리고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소식을 보도하기에 바빴다. 이를 둘러싸고 이들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관점에서 쓴 주관적인 추측성 기사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재벌이라는 특수성이 아니더라도 연인들이 성격차이, 경제적 어려움 등의 이유로 싸우거나 헤어지는 일은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과연 이들의 사랑은 그들이 처한 사회적 특수한 지위 때문에 또는 주변 환경 때문에 변하게 된 것일까.

사랑의 시작 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대방의 장점이 먼저 매력으로 다가오고, 단점은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보는 것은 그 사람의 실체가 아니라 어쩌면 자신이 바라는 이상형의 투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에 보지 못한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혹은 장점이라 생각했던 부분도 단점으로 다가오며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무슨 변화가 생긴 것일까? 사람이 변한 것인가? 사랑이 변한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랑은 결국 변한다. 단기간에 뜨거워진 사랑일수록 더 명확하게 변한다. 사랑은 도파민, 옥시토신, 바소프레신 등과 같은 신경 전달 물질과 뇌에서 작용하는 호르몬들에 의해서 우리가 느끼게 되는 감정이다. 처음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면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면서 뇌의 작용을 통해 흥분과 기쁨이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이 도파민이라는 물질은 쾌락의 상황에서 주로 분비되는 행복 호르몬이지만, 중독의 부작용도 있다. 도파민이 분비될수록 더욱 강한 자극을 원하기 때문에 이 호르몬이 작용하여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은 처음보다 절대 커질 수 없다. 이는 달리 말하면 시간이 지나면 같은 자극으로는 이전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말과 같다. 그러므로 같은 대상에게 느끼는 행복감과 흥분이 지속되거나 더 증가하기란 어렵다.

사랑은 변하지만 사람의 성격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사람이 타고난 기질(temperament)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성격(character)은 기질이라는 유전적 특성을 바탕으로 환경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오랜 기간을 거쳐 형성된다. 따라서 상대방의 어릴 적부터 형성된 성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에게 맞추어 변하기를 바라는 것은 나의 욕심인 것이다.

초기의 사랑이 서로를 향해 있는 불타오르는 성질의 것이라면, 그 이후의 사랑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안정적인 상태의 것이다. 사랑이 변한다는 것은, 사랑의 대상이 움직이는 것이 아닌 다른 형태로 변한다는 것이 더 맞겠다. 안정적인 단계에 들어선 시기에는 유대감과 신뢰감을 높여주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더욱 많이 분비되며, 옥시토신은 관계가 더욱 안정되게 발전되도록 해준다. 아이를 낳고 보살피는 일이 항상 두근거리고 짜릿한 순간은 아니더라도, 행복감과 사랑의 감정으로 둘러싸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연인들이여, 당신의 사랑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랑이 식은 것이 아니라 성숙해지는 진통의 과정이라는 증거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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