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가 밝았다. 똑같은 하루이지만 특별한 결심을 하게 만드는 신년 첫날이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통계 자료를 통해 일 년 내내 많은 이들이 결심하는 것으로 책과 다이어트를 뽑았는데,  두 가지 모두 사람들의 공통적 관심사임에도 막상 꾸준히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들이다. 그러나 비록 이런 상황 속에서도 매년 베스트셀러는 탄생하고 있고, 2015년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진 jtbc 방송 캡처

국립중앙도서관과 예스24 인터넷 출판사의 네티즌이 선정한 2015년 올해의 책은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의 ‘미움 받을 용기’이다. 이 책은 일본의 어느 철학자와 작가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대화 형식으로 풀어낸 책으로, 어떻게 많은 한국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는지 한 번 생각해 봄직하다.

먼저 제목을 보자. 

“미움 받을 용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즉 이 책은 심리학자 아들러라는 사람에 대한 묘사와 그의 이론을 통해 우리의 삶의 중요한 주제들을 조망하고 있다. 여기서  저자는 미움 받을 용기를 가르켜 ‘자유’라고 설명한다. 이는 대인관계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개념으로 상대방이 나에 대해  평가하는 것에 마음을 두지 않고, 설사 그가 나를 싫어할지라도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에 누구나 들어봄직한 단어들이 있다. 흙수저, 노예, 헬조선.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것을 바꿀 수 없다는 무기력함과 그런 사회에 대한 자조적 의미가 담긴 언어 속에서, 현실에 지친 얼굴들이 떠오른다. 이들에게  경험 자체보다는 경험에 부여한 의미가 자신을 결정한다는 아들러의 주장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과거가 자신을 결정하도록 놔두지 말고 지금 스스로 선택하는 인생, 다른 이와 비교하면서 열등 컴플렉스에 빠지는 대신 자신에게 현실을 헤쳐나갈 능력이 있다는 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자립을 하고 사회와 조화를 이루며 궁극적으로는 내가 속해 있을 곳이 있다는 공동체 감각과 타인을 위해서 무엇인가 해줄 수 있다는 공헌감이 인생의 과제이며, 이를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며 저자는 책을 마무리한다.

어떻게 보면 그의 이론은 아주 새롭거나, 동떨어진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익숙해서 대수롭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야 각광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한편으로 이 책이 주목을 받은 데에는 역설적인 상황이 있었으리라 생각해본다. 사회가 공평하지 못하다고 느꼈을 때 사람들이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책을 많이 찾았던 2010년처럼, 지난 한 해 사람들은 결코 ‘자유’ 롭지 못했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옳다고 생각하는대로 살기에는 주위의 간섭이 심했고, 미움을 받기에는 주변의 비난과 험담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한국 사회는, 마치 미워할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듯, 상대의 잘못을 보자마자 시비를 가리기 급급했다. 우리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능력과 기회가 없고, 대인 관계에서는 호시탐탐 허점을 잡으려고 하는 분위기였으며, 그래서 늘 조심해야 하고 소속감이나 공헌이라는 말은 사치라고 느껴질 만큼 우리는 현실에 지쳐 가고 있었다.

그래서 답답했고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왜 우리는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할까. 하지만 물어볼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윗사람들은 더욱 노력하라고 하고, 아래에서는 끝없이 치고 올라오고, 주변을 돌아보면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뿐인 까닭에 불안은 더욱 커질 뿐이었다.

하지만 책에서는 질문을 하는 청년은 힘든 상황에서도 당당했고, 대답을 하는 철학자는 다식하면서도 따뜻했다. 청년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고 철학자는 인생과 철학이 있었다. 그리고 이 둘은 ‘대화’, 즉 서로 소통하고 있었다. 우리 역시 직업이나 지위를 떠나서, 솔직한 질문에 진심 어린 대답을 듣을 수 있고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는 수평적인 관계를 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미움 받을 용기’는 올해의 책으로서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자신감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시대의 위로가 필요한 밤, 2015년이 지나고 2016년에 우리가 찾을, 그리고 우리를 찾아올 책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