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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나한테만 안보이는 것들 - 마음의 안경을 보는 방법
장혁진 소아정신과 전문의 | 승인 2017.10.27 07:38

[정신의학신문: 장혁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며칠 전 운전을 하던 중 신호에 걸려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는데 부부로 보이는 중년의 남녀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중년의 남성은 캐주얼 정장 차림으로 멋지게 차려 입고 머리손질을 깔끔하게 하고 한손에는 휴대폰을 가볍게 들고 가고 있었으며, 여성은 부스스한 머리모습에 대충 차려입은 후줄근한 차림으로, 무거운 가방을 하나 들고 낑낑거리며 따라가고 있지 뭡니까. 남성은 가면서도 잔뜩 인상을 쓰고, 계속 훈계하듯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썩 흐뭇해 보이는 장면은 아니었습니다. '과연 이 분은 부인을 더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아니면 전혀 느껴지고, 보이지 않아서 이럴까... 일부러 보지 않으려 해도 그러기 쉽지 않을 텐데...' 한참을 생각하다가 혹시 나에게도, 남들은 다 보이는데 내 눈에만 보이지 않고, 나만 느끼지 못하는 것은 없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사진_픽셀

 

위의 경우와는 반대로, 대부분의 부모님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웬만해서는 잘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미숙한 말과 행동이 너무나도 잘 보이지요. 심지어는 도저히 가만히 있지 못하게, 자동으로 아이에게 야단을 치게끔 만듭니다. 그에 비해 아이의 장점, 즉 건강하고 바람직한 행동은 너무도 당연해서 별 일 아닌 것처럼 잘 보이질 않습니다. 아울러 투박하고, 미숙한 표현방식 속에 감추어진, 너무도 순박한 생각과 해맑은 미소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유독 부모에게는 잘 보이질 않습니다. 이처럼 꼭 보고, 느껴야 할 내 미숙한 행동과 아이의 장점이 잘 보이지 않다는 것이 많이 안타깝고, 아쉽지요. 이러한 것들을 잘 볼 수 있는 “마술안경”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좀 더 객관적으로, 적어도 남에게 보이는 만큼은 내 스스로를, 또 아이를 볼 수 있을까요? 보통 내기장기를 둘 때 두는 사람에게는 잘 보이질 않지만, 훈수 두는 사람은(물론 어느 정도의 실력은 갖추고 있어야 하겠지만) 여러 선택의 결과와 그 후 일어날 일(지고 나서 화를 내는 행동 등)까지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완벽한 “마술안경”을 갖고 있다거나, 또 모든 상황을 꿰뚫어 보는 훈수의 달인은 아니지만, 제 나름대로의 방법, 즉 제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안경”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사실 마음의 안경은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 모두 다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그 사용법(보는 방법과 무엇을 보아야 할지를 아는 것)에 익숙치가 않은 것입니다. (저도 노력해 보는데 쉽지 않을 때가 있어요.) 이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보겠습니다.



※보는 방법

과거 어린 시절 “매직아이”(스테레오그램)라는 입체로 보이는 그림을 보며 신기해하던 기억이 다 있으실 겁니다. 제 기억으로는 집중해서 또렷하게 보려 하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조금 거리를 두고 게슴츠레 눈을 뜨면 오히려 더 잘 보였던 것 같아요. 간혹 아이, 그리고 아이와의 관계를 바라볼 때 돋보기 심지어는 현미경을 이용해서 초 근접 거리에서 보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 방식도 물론 필요할 때가 간혹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내가 잘 보지 못하는 나의 어려움과 아이의 장점은 이러한 방식으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매직아이”처럼 가능한 일정 거리를 두고, 게슴츠레 보려고 노력해보고, 그러다 잘 보이는 느낌이 온다 싶으면, 이를 지속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잘 보지 못했던 이유는 힘든 상황에 내가 너무 몰입해서, 또 거리를 두고 볼만한 여유가 없어서, 혹은 거리를 두고 보기에는 너무 불안해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방법을 잠시 잊은 거지요. 자주 주기적으로 멀리서 보는 훈련을 해 보아요. 물론 그러한 방법을 익혔다고 해서 보지 못하게 방해하는 여러 장애물들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저절로 없어지기 만을 기다릴 수는 없지요. 이렇게 멀리서 보는 훈련을 해야 내 장애물들도 더 잘 보이게 되니까요.

 

※ 무엇을 보아야 하나
보는 방법을 익혔다면 이제 무엇을 보아야 할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1. 상대방(아이)의 장애물

아이의 어려움(장애물), 가령 평소 유독 미운 짓만 골라 해서, 아무리 예쁘게 보려 해도 볼 수 없다는 등의 문제는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부모님들 대부분이 너무도 잘 보고 계시니까요. 굳이 “마음의 안경”을 쓰지 않아도 대개는 잘 보여요. 장애물 그 자체 보다는 아이의 이러한 장애물로 인해 혹시 어려움과 불편함을 겪고 있지는 않은지, 또 아이 주변 사람들이 많이 불편해 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런 것들을 보면 좋을 것 같아요.

 

2. 내 장애물

더 잘 보이니 예전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내 어려움(장애물)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잘 살펴보고 가능한 하나씩 해결해 보아요. 필요하다면 전문가를 찾아가도 좋습니다.

그럼 주로 어떤 장애물들이 보일까요? 가장 먼저,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많이 아픈 상태일 수도 있어요. 또 모든 짐을 나 혼자 짊어지려 하고 있을 수가 있지요. 또 상대방은 절실한데 내가 바꿔 보려는 마음이 절실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내가 너무 힘들면 아무리 열심히 “마음의 안경”을 써 보려 해도 쉽지 않습니다. 내가 아파서 힘든 것이라면 꼭 전문가와 주위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반면에 상황이 힘들 수밖에 없다면, 모두는 아니겠지만 그중 일부는 조절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정 할 수 없으면 피해야지요.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꼭 챙길 것만 가져가야 합니다.

 

사진_픽셀

 

여러 장애물들 중에서 상대방은 절실한데 내가 바꿔 보려는 마음이 절실하지 않은 경우가 가장 걱정이 됩니다. 웬만해서는 내가 잘 알 수 없으니까요. 의학용어 중에 “터널비전” (tunnel vision, 터널성 시야, 시야협착증)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이중에는 심리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로 시야의 범위가 좁아지는 것을 말하지요. 상대방은 절실한데 나는 그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내가 마치 터널 안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 내가 있는 곳이 터널인지를 깨달아야 하고, 정말로 터널 안에 내가 있다면 빨리 나와야지요. 정 나오는 것이 힘들다면 최선을 다해 터널 바깥의 상황에 대해 파악할 수 있게 노력을 해야 합니다. 시간과 마음의 여력이 된다면,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꼭, 가끔씩은 혹시 내가 터널 안에 있지는 않은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노력을 해보았으면 합니다.

 

이제 “마음의 안경” 사용법을 어느 정도 익히셨다면 열심히 써 보도록 하세요.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들과 멋진 장점들을 더 잘 보게 된 것은 덤입니다. 충분히 감상하세요.

 

 

글쓴이
장혁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조선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주대병원과 전북대병원에서 소아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으며 현재 아이나래정신건강의학과(광주)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조선대학교의과대학 외래교수,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대한청소년정신의학회 평생회원, 대한자폐스펙트럼연구회, 아동정신치료의학회 정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혁진 소아정신과 전문의  np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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