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측/내측상과염(테니스/골프 엘보)

 

사진_픽사베이


이제 더워서 운동 못 하겠다고 변명할 수 있는 여름이 지나갔네요. 어제 과한 턱걸이 운동을 한 후 오른쪽 팔꿈치 안쪽에 통증이 생겼습니다. 병을 달고 사는 제가 이번에는 내측상과염이 생겼네요! 일을 쉴 수는 없으니 소염제를 먹고 팔뚝 보호대를 한 채로 최대한 얌전하게 진료를 봅니다. 의사도 아프냐며 환자분들이 웃으시네요.

 

오늘은 팔꿈치 질환인 외측/내측상과염, 일명 테니스/골프엘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외측상과염(테니스엘보), 내측상과염(골프엘보)은 짐작하시는대로 테니스 선수와 골프 선수에게 잘 생긴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팔꿈치 뼈에 팔근육의 힘줄이 붙는 상과(관절 융기)라고 하는 부위가 있는데, 이 힘줄 기시부(시작하는 부위)에 손상이 생겼을 때를 지칭하여 상과염이라고 합니다.

 

그림_작가

 

외측상과염이 좀 더 흔하게 발생합니다. 손목 관절을 뒤로 젖힐 때 쓰는 근육(손목신전근)을 무리하게 사용하면, 근육이 시작되는 팔꿈치 바깥쪽부터 그 근육의 주행을 따라 아래쪽으로 통증이 퍼집니다. 주로 라켓을 사용하는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 웨이터, 요리사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흔히 생기지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먹을 강하게 쥐거나 손목 관절을 뒤로 젖히는 동작을 할 때 통증은 더 심해집니다. 예를 들자면 문고리를 잡고 돌리거나 주전자를 들고 물을 붓는 자세, 손등이 앞을 향하게 한 상태에서 물건을 들어 올리는 등의 동작입니다. 증상이 심하면 물컵을 들거나 양치질을 하는 것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내측상과염도 외측상과염과 유사합니다. 팔꿈치 안쪽 부위에 통증이 있다는 것과 손목 관절을 안쪽으로 굽히는 근육(손목 굴곡건)을 무리하게 사용할 때 증상이 심해진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수정_editor

 

진단은 보통 앞에서 말씀드린 환자의 임상증상을 바탕으로 하게 됩니다. 상과의 힘줄 기시부를 누를 때 통증이 있는 것도 큰 특징입니다. 감각소실은 나타나지 않지만 너무 아파서 손목이나 손가락 관절을 펴는 힘이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지요. 단순 영상검사의 경우 대개는 정상이지만 25% 정도에서 석회화가 발견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초음파, MRI에서 힘줄이 찢어지거나 부어있는 소견 등을 관찰할 수 있지만 증상의 심각성 정도와는 크게 연관이 없습니다.

 

그럼 치료는 어떻게 할까요? 염증반응을 줄여서 통증을 없애는 것이 목표이므로 통증을 유발하는 동작을 하지 않는 것이 치료의 첫 단계입니다. 저는 환자분들께 상과염은 당장은 안 쓰고 쉬면 저절로 낫는 병이라고 말씀드립니다. 계속 무리한 일을 하면서 “치료를 하는데 왜 낫지를 않나요?”라고 물어보시면 의사들도 막막합니다. 염증반응의 감소에 냉찜질, 진통소염제의 복용이 도움이 됩니다. 최근에 각광받는 치료로 체외 충격파(ESWT)는 국소적인 손상 부위에 혈류를 개선해 손상받은 조직을 재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프롤로, 보톡스 등의 주사치료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통증이 너무 심한 경우에는 스테로이드를 국소적으로 주입하기도 하는데 일시적인 효과는 좋으나 재발률이 높고 부작용이 있으므로 반복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상과염은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팔 근육의 스트레칭, 근력 강화 운동은 치료가 끝난 후에도 꾸준히 해줘야 합니다. 수술요법은 상과염이 확진된 환자에서 6개월에서 1년 정도 적절한 보존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에 시행해 볼 수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상과염은 초기에 치료를 잘 하면 예후가 좋지만, 심하지 않다고 방치하면 만성 통증으로 발전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막는다’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모든 병은 초기에 잡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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