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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결혼하는 이유, 이혼하는 이유
조영은 심리상담사 | 승인 2017.09.28 20:47

 

평생의 사랑을 약속하며 함께 살 것을 맹세한 그들은 왜 헤어지기로 결심하는 것일까?

 

부부상담을 위해 상담실에 내원하는 부부들의 마음은 그렇다.

이제는 더 이상 나빠질 여지가 없기 때문이, 막다른 골목 끝에서 제 3자의 도움을 받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십년 이상 심각한 싸움이 지속되어도, 서로에게 끊임없이 상처 내기를 반복해도, 부부관계가 아무리 나빠져도, 마음이 너덜너덜해져도, 부부관계를 위해 상담을 받는다는 결심은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보다.

때로 결혼을 앞두고, ‘커플관계 검진 및 부부갈등예방’ 차원에서 상담실을 방문하는 분들이 있다. 결혼생활 전에 커플이 함께 커플종합심리평가를 받고, 서로의 내적인 세계를 깊이 이해하고자 한다. 심리학자의 전문적인 도움을 통해 미리 관계의 취약성, 자신과 상대의 심리적 약점과 강점을 파악하고 부부갈등을 미리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분들은 정말 훌륭한 분들이다. 일종의 심리학적 마인드(Psychological Mind)를 가진 분들로, 결혼생활에서 일어나는 어려움 뿐 아니라 앞으로 있을 많은 삶의 어려움들을 현명하게 헤쳐 나갈 것이라 예상된다.

 

사진_픽셀

 

부부는 보통 그들이 이 관계를 위해 해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본 후 ‘마지막 순간’에 상담실을 찾는다. 가벼운 감기가 폐렴이 되기 전에, 약간의 피로감이 암으로 이어지기 전에, 더 나빠지기 전에 상담자를 찾았으면 어땠을까. 갈등이 비교적 초기 상태일 때 가벼운 심리검사(관계의 검진을 위한), 혹은 부부학교를 통해 상대방과 부부관계에 대해 공부하고 노력했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운 마음이지만, 상담실을 찾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한국의 문화적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인간은 누구를 죽도록 사랑하다가도, 어째서 죽도로 미워하게 되는 것일까.

어째서 더 이상 이 사람과는 살 수 없다고 결심하게 되는 것일까.

 

이혼 절차와 과정이 너무 복잡해서 ‘이혼플래너’까지 등장했다고 하는데, 같이 사는 것보다 헤어지는 것이 더 낫다는 결심은 분명 서로가 함께 하는 것이 너무 큰 고통을 가져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부부상담가는 부부가 현재 보이는 갈등을 명료하게 들여다보며, 현재 상호작용을 분석하게 된다. 그들이 갈등하는 시점에는 서로가 서로의 취약점, 내적인 이슈를 건드리는 순간이 있다.

그러면서 갈등이 증폭되는 과정을 걷게 된다.

부부상담가는 현재 갈등과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것 외에도

‘그들이 왜 사랑에 빠졌는지’ 혹은 ‘왜 결혼하게 되었는지’ 파악한다.

 

무엇 때문에 결혼을 결심하셨죠?

 

이 질문에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며 이야기하는 분들은 드물다.

따뜻해 보여서요.

저한테 잘해줘서요.

제가 헤어지자고 해도 절 붙잡아서요.

 

보통은 단순한 답변을 가지고 있지만, 그 단순한 답 이면엔 자신의 무의식적인 소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멋진 대상’에 대한 희망이 담겨 있다. 여기서 무의식적인 소망은 ‘나의 부모가 미처 채워주지 못한 마음의 갈증’을 당신이 채워줄 것이라는 바람을 말한다. 이것은 일종의 ‘제 눈에 안경’인데, 연애 초기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때 상대방이 그토록 멋져 보이고 그토록 완벽해 보이는 과정을 설명한다.

즉 자신의 내면에 있는 이상적인 대상이 투사된 결과로, 사랑에 빠진 상대가 그런 대상으로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사실은 깨끗한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지 못하다. 이런 과정은 두 남녀가 열렬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설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추후 서로가 ‘제 눈에 안경이 벗겨질 때’ 갈등으로 자라날 수 있는 씨앗이 된다.

 

사진_픽셀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에 폭력이 있는 아버지 밑에 자란 한 분은, 마찬가지로 무의식의 작용에 의해 폭력적인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알콜문제와 폭력, 그 문제 때문에 지긋지긋했던 유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내가 이 남자를 사랑하고 헌신함으로써 고쳐보겠다.

이런 마음으로 아버지 밑에서 무력했던 마음을 극복하고자 한다.

냉정한 어머니 밑에서 따뜻한 사랑이 그리웠던 남자는, 연애시절 자신을 세심하게 챙겨주는 것 같은 연상의 여성에게 마음이 녹아내린다. ‘우리 엄마와는 다르게’ 따뜻해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연상의 여성에게 그간 결핍되었던 모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혼이란 어떠한가. 철저하게 현실적인 과정이다.

배우자는 내가 부모로부터 못받은 것을 채워주긴 커녕, 자신이 부모로부터 못받은 것을 내게 받고자 원한다. 서로가 서로를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나를 채워줄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상대방에게 저절로 서운함이 쌓이게 된다.

상대방은 나의 이상적인 부모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혼생활을 통해 서로의 모습을 벌거벗은 채 현실적으로 바라보며, 제 눈에 안경은 벗겨진다.

상대방이 누구보다도 현실적으로 보인다.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정서적으로 얽히며, 늘 갈등의 위험에 노출된다. 서로는 누구보다도 더 서로의 단점을 가깝게 들여다본다.

그간 내가 이상적인 대상으로 바라봤던 그 사람은, 더 이상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런 과정은 실망을 동반한다. 하지만 이것이 어디 배우자 탓이겠는가. 사실 상대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 대상으로 선택하고 갈등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은 내 마음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자신의 심리상담을 오래 받은 분들은 자신의 취약성, 내적인 이슈, 미해결된 과제, 어떠한 부모상을 원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다. 또한 자신이 사랑과 연애, 결혼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충족시키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무엇 때문에 내적인 이슈가 건드려지고, 무엇 때문에 주로 갈등에 빠지는지도 알아차리게 된다. 이런 알아차림은 인생의 행복에 가장 결정적이라는 ‘결혼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심리상담은 삶의 질과 직결된다.

그런데 깨달음은 그런 것이다. 상대방의 문제만큼, 아니 그 이상 내 문제가 더 잘 보인다는 것. 하지만 그렇게 문제가 잘 보여도 결국엔 문제 있는 우리, 결점 투성이인 우리, 불완전한 나와 당신의 모습을 수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갈등이 없는 부부관계가 아니라 갈등을 잘 해결하는 부부관계가 건강하다는 것,

싸우지 않는 부부가 아니라, ‘잘 싸우는 부부관계’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

상대를 이상적인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바라봐준다는 것,

나만큼이나 문제가 있고 결점이 많은 인간이지만, 그래도 우린 서로를 수용하고 사랑한다는 것

그런 알아차림 말이다.

 

 

조영은 심리상담사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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