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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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 청소년기는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불립니다. 신체적, 심리적 변화가 폭풍처럼 몰아치는 이 시기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요한 과정이지만, 동시에 극심한 불안과 혼란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단순히 ‘사춘기’의 자연스러운 한 현상으로 치부되던 청소년들의 정서적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 우울증은 어른들의 우울증과는 다른 특징을 보이며,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청소년 우울증은 성인 우울증과 달리, 무기력하고 슬퍼하는 모습 대신 짜증이나 반항, 공격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분이 우울하다”는 말 대신 “모든 것이 귀찮다”, “신경질이 난다”, “이유 없이 화가 난다”와 같은 표현을 자주 사용하죠. 학업 성적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친구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게임이나 SNS 등 특정 활동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도 청소년 우울증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수면 패턴이 불규칙해져 밤늦게까지 깨어 있거나, 반대로 하루 종일 잠만 자려 하기도 하고, 식사량이 극심하게 변하는 등 신체적인 변화도 동반됩니다. 이 모든 증상은 청소년들이 겪는 내면의 고통이 외부로 드러나는 구조요청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신호들이 나타나도, 많은 부모님들은 이를 단순히 ‘사춘기’나 ‘버릇이 없다’는 식으로 오해하곤 합니다. “다 지나가는 과정이다”, “부모 말은 듣지 않고 친구 말만 듣는다”는 식으로 상황을 외면하거나, “네가 철이 없어서 그렇다”며 오히려 아이를 다그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모님들의 이러한 반응은 아이들을 더욱 깊은 고립감 속으로 몰아넣고, 결국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안타까운 결과를 낳습니다.

 청소년들이 실제로 치료를 받으려 할 때 가장 크게 부딪히는 벽은 부모 동의와 치료비 문제입니다. 법적으로 항상 보호자 동의가 필수는 아니지만, 현실에서는 병원마다 규정이 다르고 치료 방식에 따라 보호자의 참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청소년이 혼자 치료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청소년들은 부모님과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곤 합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부모님들은 자녀의 정신과 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신과’라는 단어가 주는 사회적 편견과 낙인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자녀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사회생활이나 학업에 불이익을 받을까 염려하는 마음, 그리고 부모로서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결국, 아이는 혼자 힘겹게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더욱이, 경제적인 어려움 또한 청소년들이 치료를 받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경우, 정신과 진료비와 상담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우울증은 단기간에 완치되는 질병이 아니므로, 꾸준한 치료와 상담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가정이라면, 아이는 마음의 병을 방치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현실은 치료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조차 좌절감을 안겨주고,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심어줍니다.

 우리 아이들이 겪는 마음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는 이 두 가지 현실적인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첫째, 정신과 진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합니다. 정신과 치료는 마음의 감기처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질병을 다루는 의료 행위입니다. 아이가 마음이 아플 때, 주저 없이 병원에 데려가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부모님들이 먼저 정신과 진료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자녀의 힘든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학교와 지역사회는 정신 건강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청소년들이 상담을 받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자신을 돌보는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둘째, 경제적 지원 시스템을 확충해야 합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국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현재 운영 중인 청소년 상담복지센터나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정신과 치료비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학교와 지역사회 복지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신속하게 발굴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의 마음 건강을 지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부모님들은 자녀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을 지지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는 청소년들이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내딛는 첫걸음을 응원하고, 그들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벽을 함께 허물어주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모인다면, 마음의 그림자 속에 숨어 있던 청소년들이 다시 밝은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장승용 원장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인하대병원 인턴 및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한국정신분석학회 정신분석적 정신치료 Master class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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