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성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근 초, 중학생 20여명이 또래 여학생 2명을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중 절반의 학생이 직접적인 폭행에 가담했고, 다른 학생들은 옆에서 폭행을 부추기거나 휴대폰으로 폭행 장면을 촬영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이 이외에도, 뉴스를 통해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끔찍한 사건들을 자주 들려옵니다. 건강하고 바르게 성장해야 하는 청소년들이 어떻게 이런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요?
청소년 중 비행 또는 품행 문제를 보유하고 있는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애착 이론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애착 이론을 처음 제시한 Bowlby는 부모와의 애착 유형은 유아기에 형성되며, 이때 형성된 ‘내적 작동모델’은 청소년기와 성인기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쳐 사회적 관계 형성에도 영향을 준다고 하였습니다.
유아기와는 다른 청소년기 애착 특징을 살펴보면, 우선적으로 부모가 일방적 권위를 지니는 유아기 애착관계에서 벗어나 상호성(mutuality)을 바탕으로 한 관계의 재형성이 이뤄집니다. 그리고 유아기 때와 달리 부모에 대한 외현적 애착 행동이 감소하지만, 여전히 부모나 기타 애착 대상이 안전 기저(secure base)로 남아 있어 특히 스트레스 상황에서 부모 및 애착 대상에게 도움을 구하는 행위를 보입니다.
청소년기는 발달과업상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시기로 부모와 안정 애착을 형성한 청소년일수록 자기가치감이 높고, 불안 및 우울 수준이 낮아 정서적 적응을 잘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부모와의 안정적 애착관계가 정서적 스트레스의 완충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청소년의 애착 유형을 측정하기 위해 가장 많이 활용되는 도구는 성인애착면접(The Adult Attachment Interview: AAI)이 있습니다. 이는 George 등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초기 애착 경험과 그 영향력에 초점을 맞춘 반구조화된 인터뷰 방법을 활용하는 것으로 20문항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 한 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예를 들어, 아동기(5~12세) 동안의 각 부모와의 초기 관계를 표현한 5개의 형용사를 제시하고, 이와 관련된 특정 기억, 어느 부모와 더 친하게 지냈는지, 왜 더 가까웠다고 느꼈는지, 부모에게 거절당했거나 위협당했다고 생각되는 경험 유무, 본인이 생각하는 부모 행동 방식의 이유, 과거 경험들이 본인의 성격에 미친 영향, 학대의 경험 등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이를 통해 측정된 청소년기 애착 유형은 안정 애착인 자율형과 불안정 애착인 무시형, 몰입형, 미해결/비조직형의 4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 자율형: 부모에 대해 객관적, 일치적, 지속적인 표상을 지니고 있으며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유연적 사고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 무시형: 애착의 중요성 및 자신에게 미친 영향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애착 대상자로부터 경험한 부정적 경험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 되어, 그들이 관여하려고 하면 회피하려는 특성을 보입니다.
- 몰입형: 극대화 전략을 사용하여 애착 관계에서 혼란을 느끼고 지나치게 매달리는 태도를 보이는 한편, 문제 해결 및 재협상 관계에 있어서는 회피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 미해결 조직형: 외상 및 상실 경험에 대해 비논리적인 사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확실하지 않은 두려움, 죄의식,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확신하지 않는 등의 표상을 보입니다.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비행 청소년은 안정 애착 유형을 보유하고 있는 비율이 현저하게 낮으며, 회피 불안 애착 유형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무시형 애착 청소년의 경우 약물남용장애, 자기도취적, 반사회적, 편집증적 성격 특성을 나타내기 쉽고 범죄 행동과도 관련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러한 애착 유형을 보유하고 있는 청소년을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당산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성찬 원장
[참고문헌] 이경숙, 엄혜련, & 정영윤. (2004). 잠재된 비행청소년의 애착유형 (AAI) 에 따른 아동기 양육경험과 문제행동.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16(3), 511-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