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오늘은 치매의 케어기버(caregiver) 스트레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케어기버; 우리말로는 환자를 돌보아주는 사람, 간병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보통은 거의 대부분 가족 내에서 이러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정해지게 됩니다. 환자분들의 배우자가 간병인 역할을 하고, 때로는 자녀 혹은 형제들이 하기도 합니다. 치매에서 간병인이 겪는 스트레스와 부담은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치매의 연구에 있어서도 치매의 간병 부담에 대한 평가와 치료가 독립된 한 분야로 되어있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가 문제라고 합니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의 인구의 비중이 곧 14%를 넘어서게 됩니다. 저는 이러한 고령화의 문제를 진료실에서 실감하고 있습니다. 바로 치매 환자를 간병하는 보호자로서 수고하시는 그 분들의 배우자를 볼 때입니다. 이제는 편히 쉬시면서 여생을 누리고 또 정리하셔야할 시기인데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70대 노부부셨습니다. 남편분이 혈관성 치매로 제게 진료를 수년간 받아오셨는데, 어느 날은 아내분만 진료실에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남편을 요양원으로 보내는 것에 대해서 담당의사인 제 의견이 어떤가를 조심스럽게 물어오셨습니다. 항상 남편과 함께 진료실에 오셔서 자주 얼굴을 뵈었었지만, 그 날만큼 아내분의 아픔과 눈물을 절실하게 접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동안 남편 분을 돌보시느라 몸과 마음이 많이 쇠약해 지셨구나'하고 저도 그 때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 후 그 다음 외래진료 때는 물론 아내분만 오셨습니다. 남편을 막상 요양원에 보내고 나니 몸은 편해졌지만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는 말씀을 남기시고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다음 외래진료 때는 환자분과 아내분이 다시 함께 진료를 오셨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뜻밖이었습니다. 내가 다시 한 번 해보겠다는 아내분의 말씀에서 비장함마저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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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노인을 봉양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 지금의 60-70대분들은 이미 과거에 또는 현재에 당신들의 부모님의 병환을 보살폈고, 이제는 배우자의 병환을 돌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간병 부담 또는 스트레스에는 어떤 패턴이 있습니다. 여성이 주로 이 몫을 감당하게 됩니다. 남편 보다는 아내가 아들/사위보다는 딸/며느리가 많이 담당을 하게 됩니다. 누군가를 보살핀다는 역할을 전통적으로 여성의 역할로 규정했던 우리의 사회적 배경이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와 함께 거주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여부와 또 간병에 사용하는 시간에 따라 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되겠습니다.

 

또한 교육 수준도 영향을 미칩니다. 치매와 관련한 의학적 또는 사회복지 관련한 객관적인 정보를 적절히 이용할 수 있다면 간병 부담을 줄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간병인이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사회적인 네트워크가 빈약하다면 더욱 간병 부담은 커질 것입니다.

 

또한 정서적인 부분도 매우 중요합니다. 간병인에게 우울증상이 있거나 간병 역할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상황에서는 간병 부담이 심해질 것은 자명한 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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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경우에서 나오는 그 아내분도 가까운 거리에 자녀들이 함께 살고 계셨습니다. 자녀분들은 어머니에게 요양보호사 한 분 고용하여서 어머니를 도와드리고 싶어 했습니다만, 환자의 반대로 뜻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치매를 앓으시면서 환자분의 심성은 더욱 완고해지시고 또 아내에게만 의존적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내와 자녀들의 설득에도 아버지의 답은 “안 돼. 이제부터 내가 앞으로 잘할게.” 이었습니다.

 

치매 환자의 간병인은 보이지 않는 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사도 가족들도 모든 관심이 환자에게만 집중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간병인 스스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온 마음을 환자에게 쏟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얼마나 피곤한지 또 쇠약 해졌는지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간병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담당 의사와 가족들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환자뿐만 아니라 간병인을 대상으로도 세심한 관찰과 평가가 주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간병인의 우울증상에 대한 평가와 상담 그리고 약물요법은 간병 부담을 꽤 낮출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됩니다.

 

그리고 이차적으로는 간병인에게 특히 부담을 주는 치매 환자의 행동증상, 예를 들어 불면, 짜증, 의심 등을 약물요법을 통해 시급히 교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 밖에 자조모임을 통한 정보교류와 상호지지, 사회복지시설 또는 서비스의 이용 등도 꼭 필요합니다.

 

저도 이번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다짐을 합니다. 치매 환자와 함께 내원하시는 케어기버(caregiver)에게 앞으로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다.

 

" 당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환자분은 가정에서 돌봄을 받고 계십니다. 이러한 돌봄의 수준과 질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당신입니다. 우리는 한 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당신이 겪고 있는 부담을 항상 체크할 것입니다. 또한 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당신을 도울 것입니다. "

 

 

오동훈
의학박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제주 슬하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노인정신건강 인증의 및 정보의학 인증의
한국 EMDR 협회 공인치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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