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입원. 뭐가 문제인가요

 

사진 픽사베이

 

▶ 언덕 위의 하얀집

‘언덕 위의 하얀집’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른바 ‘정신병원’. 중증의 만성 정신질환자들을 장기입원 시키고 있는 교외의 정신과 병원이나 정신요양소를 가르키는 말이다.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정신건강, 마음건강이라는 단어에 대한 두려움이 한층 녹아내리고 있는 듯 하지만, 대중들의 이미지에 각인된 ‘언덕 위의 하얀집’이 그리는 모습은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작은 독방. 탈출할 수 없도록 막아선 두터운 철창. 모두 같은 지급된 복장들. 관리 감독하는 직원들. 정확하게 짜여져 돌아가는 하루의 스케줄. 배급 시간. 이러한 환경을 어두운 회색빛의 칙칙함으로 둘러싼 곳이 감옥이라면, 질리도록 새햐안 백색 천지로 같은 곳을 둘러싼 그곳이 아마 정신병원을 떠올리는 이미지가 될 것이다. 하얀 벽. 하얀 침대. 하얀 환자복. 하얀 가운. 자유가 제한된 수십명, 수백명의 환자들. 언덕 위의 하얀집은 하얀 감옥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대중매체가 그려내는 모습만을 본다면, 이 언덕 위의 하얀집에 들어가는 과정 또한 감옥에 들어가는 과정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경찰관들은 우락부락한 정신보호사들로, 수갑은 양팔이 묶인 구속복으로(실제로는 현재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바뀌었을 뿐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국은 잡혀 들어가게 되고, 굳게 잠긴 문 뒤에서 풀려날 때까지의 시간을 기다려야만 한다.

 

▶ 정신병원과 감옥

“제가 뭘 잘못한거에요? 저 잘못한거 없어요”

정신병원에 보호자 동의에 의해 소위 ‘강제입원’되는 환자들은 두려움에 질려 이런 이야기를 종종 한다. 실제로 무얼 잘못해서 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오히려 그들을 보호하고 치료하기 위해서 데려온 것이라는 점을 이해시키는 것은 상당히 복잡한 과정이다.

 

헌법에 보장된 신체 자유의 기본권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인신의 자유를 구속할 수 있는 근거는 두가지가 있다. 형법과 정신보건법이다. 형법에 따른 구속은 잘못에 대한 처벌이다. 죄에 대한 격리이자 속죄이다. 그러나 정신보건법의 목적은 치료이다. 치료이자 보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열거한 바와 같은 요소들은 이 둘을 종종 혼동하게 만들곤 한다. 무엇보다 환자들 본인들로 하여금 혼동하기 쉽게 만든다. 때로는 보호자들마저도 혼동하게 만든다

 

▶ 치료 받지 않을 권리

누구나 본인이 원치 않으면 치료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해질지 모르는 위험한 급성 폐렴 환자가 있다고 하자. 그냥 내버려두면 그는 아마 높은 확률로 극히 악화될 것이다. 그런데도 그 환자는 극구 스스로 치료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살겠다고 고집한다. 환자의 아들 딸들은 아버지를 제발 치료해 달라고 의사에게 아우성이다. 이 때에 의사가 그를 강제로 병원에 가두고 주사를 주고 약을 먹여서 치료한다면 어떻게 될까. 비록 그 치료는 환자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은 강제적이며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가 될 수 밖에 없다. 그 환자는 의사를 감금죄로 고소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정신보건법은 신체 자유를 제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왜 국가는 정신과 환자를 치료하는 데에 있어 신체 자유를 제한해서라도 보호해야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을까.

 

사진 픽사베이

 

▶ 난 정상이에요.

정신과 질환, 그 중에서도 보호병동(폐쇄병동)으로의 입원을 필요로 하는 정신과 질환의 가장 슬픈 점은 두가지일 것이다.

 

첫째로, 중증의 정신과 질환은 본인 스스로의 안위나 다른 사람들의 안위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을 만큼 위험하다. 중증 정신과 질환은 당장 생명이 위급한 중환자실의 환자들의 질환에 못지 않게 위중한 병이다. 자살과 자해, 타해와 타살까지 이어질 위험성이 다분한 경우가 무척 많고, 실제로 정신과 질환에 의한 자타해가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 스스로가 병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낮은 병식(病識)은 정신과 질환 자체의 특성이자 증상 중의 하나라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그들은 병 때문에 스스로의 병을 바라보기가 무척 어렵다.

 

스스로 목을 매달고, 팔목을 칼로 그으면서 환자들은 “난 정상이에요”라고 이야기한다. 환청이 시키는 바에 따라 한강에 뛰어들고, 신이 명령한다는 망상에 불길로 뛰어드는 환자들조차 “난 정상이란 말이에요”라고 외친다. 마음과 정신에 생기는 병은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을 돌이켜 보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시킨다. 그들이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에서 위험함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 그래서 치료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인 주권요구라기 보다는 병 때문에 생기는 증상이라는 것이다.

 

이 두가지 슬픈 사실은 중증 정신과 환자들에 대한 강제 입원의 불가피한 필요성을 요구한다. 스스로의 치료를 거부하는 위중한 질환에 대해서는 국민의 치료 받을 권리, 보호 받을 권리에 대한 보장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다.

 

▶ 너 정신병원에 가둬버린다!

2015년 개봉된 영화 “날, 보러와요”는 정상이지만 정신병동에 감금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는 스릴러이다.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여주인공은 이유도 모른 채 정신병원에 강제 이송되고, 감금된다. 모종의 단체는 주인공 강수아를 의도적으로 강제입원시켜 버린다.

 

영화는 픽션이지만, 정신보건법의 강제입원 조항에 대한 악용 사례는 실제로도 보고되고 있다. 유산 분배를 위해서 노모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가두는 자녀들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정신병원에 가둬버린다!”는 윽박지름은 정신병원과 감옥에 대한 혼동만큼이나 위협적이다.

 

어떠한 법이건 악용의 소지가 있지만, 그 위험성이 크고, 악용에 따른 침해가 헌법에 위배되거나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는 법임이 분명하다. 그러한 의미의 연장선상에서 현재 정신보건법의 악용 위험성과 그 위헌여부에 대해 지난 2016년 9월 헌법재판소에서는 정신보건법 제 24조 제 1항을 재판관 전원일치의견으로 헌법 불합치라고 판정 내렸다. 현재의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인 조항으로는 악용의 소지가 크고 악용될 경우의 기본권 침해 소지가 무척 크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그러나 문제는 강제입원 단순 금지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핵심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정신과 질환의 특성상 치료 받을 권리에 대한 존중이 우선되는 상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질환 증상에 따른 치료 거부에도 불구하고, 입원 치료를 진행해야하는 필요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위헌적 요소를 배제할 수 있는, 악용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환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으면서,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는 이들의 치료 받을 권리에 대한 국가적 보장을 만족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 강제입원 법안. 뭐가 문제인가요?

정신보건법에 의거한 강제입원 제도의 위험성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1년전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국회를 통과한 개정 법안은 불과 몇 주 뒤인 올해 5월 30일부터 실시된다. 개정안의 골자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의의 수정과 강제입원 결정과 유지에 대한 절차적 엄밀함을 두텁게 다졌다는 데에 있다. 정신질환자로 진단하고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입원치료를 함에 있어, 그 판단의 정확성을 평가하는 이중 삼중의 절차를 도입하였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 제공과 악용 소지 제한을 모두 이뤄낸 듯해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갑론을박은 끊이질 않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강제 입원 제도의 악용 소지와 인권 침해 소지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함은 정신과 의사를 포함한 관련 의료진과 보호자, 환자 모두가 동의해 마지 않고 있다.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라면 제도적 절차가 아무리 까다롭더라도 받아들여야 하고, 이중 삼중의 검증 절차를 걸쳐서라도 인권 보호를 해야한다는 점에서는 명백히 이견의 여지가 없다.

 

사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그러나 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현재의 개정정신보건법이 논의와 의견수렴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19대 국회 회기 말에 졸속으로 심의, 통과됐다”다며 재개정 필요성에 대해 성명서를 냈도, 정신보건법대책 TFT를 조직했다. 학회의 결론적인 임장은 “본래 취지인 환자의 인권보장을 구현하지 못하고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건강권을 침해하는 법안이 됐다”라는 것이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필요하지만 위험한 강제입원. 까다롭게 규제하자는데 뭐가 문제인 것일까. 다가오는 5월 말이면 시행될 정신보건법의 구멍들. 이에 대해 국회가 간과한 위험성들에 대해 조목조목 한번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다음 기사에 계속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