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의정부 성모사랑 정신과, 유길상 전문의]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어리석은 답변일지 모르겠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를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태풍, 지진, 산사태 등의 자연재해나 전쟁, 살인, 강간, 교통사고 등의 인재를 겪지 않고 예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노력한다 할지라도 이런 끔찍한 사건을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습니다. 처해진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인간은 평생 살면서 약 8퍼센트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동일한 사건을 경험한다 하더라도 사람마다 반응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큰 사건을 겪은 후, 많은 괴로운 감정을 경험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사건을 계기로 삶을 새롭게 바라보고 더 성숙된 삶을 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망가진 자신의 몸과 정신 상태에 대해 끊임없이 원망하고 괴로워하며 비참한 삶을 살기도 합니다. 그러면 외상 후 스트레스는 어떻게 치료하고 극복할 수 있을까요?
# 첫 번째, 가족에게 알리자.
첫 번째는 가장 가깝고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가족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정신적 외상을 겪으면, 심리적은 큰 충격 때문에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경찰서 조사, 변호사 선임 등의 큰 결정을 할 때 우왕좌왕할 수 있습니다. 만약 가족이 옆에서 정서적으로 지지해주고 조언을 해 준다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 외상 피해자들은 가족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혹은 부모님에게 혼이 나지 않을까 두려워, 사건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고 혼자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빨리 사건을 종결시켜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나중에 후회하는 결정을 하게 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따라서 사건 직후, 바로 가족에게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부득이 가족에게 알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신뢰할만한 지인이나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 두 번째, 정신과 진료, 심리 상담을 받자.
두 번째로 정신과 진료 혹은 심리 상담도 외상 후 스트레스를 극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을 해준다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으면 가슴 두근거림, 식은 땀, 어지럼증, 안절부절못함, 불면증 등과 같은 과각성 증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항우울제 및 신경안정제가 도움이 많이 됩니다. 따라서 적절한 기간 동안 상담 및 약물 치료를 받는다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이겨내는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은 종종 심리 상담과 정신과 진료가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가 및 여러 민간단체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피해자들에게 재정 지원, 심리 지원 등을 해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정신과 외래 진료비 및 입원 치료비용을 일정액 지원해 주고 심리 상담도 해 주고 있습니다. 또한 해바라기센터에서는 성폭력, 가정폭력을 겪은 여성들에 대해 의료 및 상담, 수사와 법률 지원 및 쉼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지원을 적극적 이용하면 보다 쉽게 정신적 외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세 번째, 어느 정도 회복하면 일상으로 빨리 복귀하자.
마지막으로 일상으로 복귀입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궁극적 치료 목적은 과거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사건 이전과 이후의 삶은 같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자신에 대한 확신 등 여러 요소들의 변화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 사건의 피해자는 이전의 안정적인 삶으로 완전히 돌아가고 싶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예전의 온전한 상태로 완벽하게 되돌리기는 불가능합니다. 가해자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와 배상은 받아야 하지만 모든 문제를 정신적 외상 사건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교통사고 혹은 성추행 사건 등은 법적 분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재판 과정은 사건을 진술하는 과정에서 고통스러운 사건을 간접적으로 재경험합니다. 또한 재판 결과를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피해자와 가족들이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재판을 받다 보면 감정적 소모가 극심합니다. 그러므로 일상생활을 중단하고 하염없이 재판 결과에만 매달리는 것 또한 좋지 않습니다.
# 위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은 김복동 할머니의 삶
소수의 환자들은 외상 사건 이전보다 더 성숙된 삶을 살기도 합니다. 위안부 피해를 겪은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영화한 과정을 그린 에세이 <그 이름을 부를 때>는 한 인간이 어떻게 정신적 외상을 극복하고 승화된 인생을 이어나가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위안부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있어서는 안 될 치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사건으로 좌절하고 포기하는 삶을 살았을 수도 있습니다. 김복동 할머니는 정부 지원금을 받으며 편안한 삶을 살기보다는 일본 정부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고령의 몸을 이끌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돌아다니며 본인이 겪은 치욕적인 과거를 증언을 하였습니다. 이런 행동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같은 피해를 입은 동료와 후손을 위한 대승적인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위안부 사건에만 머물지 않고 본인과 같이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재일조선학교 태풍 피해를 입었을 때는 태풍 피해 복구 후원금을 냈고, 사망하기 전에는 전재산을 재일동포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내놓기도 했습니다. 김복동 할머니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주어진 현실에서 본인만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실현하려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살인, 폭행, 강간, 교통사고 등의 외상 사건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만약 외상 사건이 생겼다면 가족과 신뢰할 만한 지인에게 알려 도움을 청하고, 정신과 상담과 약물 치료를 받아 급성기 위기 상황을 지혜롭게 해결하시길 권유드립니다. 이와 함께 어느 정도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치료를 병행하면서 가정, 학교, 직장 등의 일상으로 돌아가 과거 생활을 이어가기를 추천드립니다. 정신적 외상으로 고통받는 많은 분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말씀을 드리며 글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전) 포천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자문의
(전) 의정부 청소년 쉼터 상담의
대한정신건강재단 해피마인드 상담의, 대기업, 보건소 등에서 다수 강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