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주먹을 꽉 쥐었다가 풀면 생기는 일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 근육 이완법)

 

공황 증상이 왔을 때 즉각적으로 해볼 수 있는 방법을 한 가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방법은 공황장애 환자들에게 종종 추천되는 ‘점진적 근육 이완법’의 간단 버전으로, 꼭 공황 증상이 아니더라도 불안하거나 긴장한 상태에서도 효과적이다.

점진적 근육 이완법이란 말 그대로 신체 근육의 긴장 상태를 이완 상태로 바꾸는 훈련이다. 쉽게 말해 심리적으로 불안해지면 근육도 긴장하게 되는데, 이때 긴장한 근육을 이완시켜주면 불안감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원리다. 주치의는 내게 이 방법을 가르쳐주면서 평소에도 불안하거나 긴장될 때 연습해볼 것을 권해주었다.

 

근육을 이완시키는 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① 10초 동안 양손을 힘껏 꽉 쥐어본다. (꽉!!! 정말 꽉!!! 말이다.)

② 잠시 숨을 참고 속으로 1부터 10까지 숫자를 세어본다.

③ 숨을 내쉬면서 꽉 쥐었던 양손을 서서히 풀어준다.

④ 양손이 풀어질 때 밀려오는 편안함을 느껴본다. (나의 경우 속으로 ‘편안하다’는 생각을 한다.)

⑤ 위 과정을 반복하면서 긴장이 풀어질 때의 해방감과 편안함을 반복해서 느껴본다.

 

관련된 자료를 좀 더 찾아보니 점진적 근육 이완법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방해받지 않는 조용한 장소를 선택해 신체를 열여섯 개의 근육으로 나누어 연습해야 하는 것 같았다. 양손뿐 아니라 팔, 다리와 같은 특정 근육을 번갈아 이완시키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공황 상황에서는 조용한 장소를 찾는 것도, 신체를 나누는 등 복잡한 방법을 기억해내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나는 주치의가 가르쳐준 약식 버전을 더 추천하고 싶다. 공황에 빠진 우리에게 중요한 건 원칙과 순서를 지키는 게 아니라 그저 내 몸이 전보다 편안해지는 걸 느끼는 거니까.

꽉 조이는 청바지를 입고 밥을 먹다가 남몰래 앞 단추를 한 칸 풀었을 때의 후련한 느낌을 기억하는가? 아주 잠깐이지만 내 몸을 억압하던 답답한 느낌 대신 해방감이 온몸으로 퍼져 나가 숨통이 트인다. 점진적 근육 이완법의 핵심은 이와 같은 느낌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몸 전체를 편안하게 만드는 데 있다.

요즘 나는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하거나 출퇴근길에 내가 탄 버스나 지하철 안으로 마구 밀려드는 사람들을 보며 불안해질 때, 또는 회사에서 중요한 일을 앞두고 긴장될 때에도 이 방법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곤 한다. 그저 가만히 양 주먹을 꽉 쥐었다 풀었다를 반복하면 되니, 이 얼마나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인가! 꼭 공황 때문이 아니더라도 나처럼 자주 긴장하거나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주먹을 있는 힘껏 쥐었다 풀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힘을 줄 때 손목 마디마디에 느껴지던 아픔이 한순간 편안하게 풀어지는 그 찰나의 느낌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편안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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