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picjumbo

 

‘응급실’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드라마 <골든타임>에서 보았던 환자의 심폐소생술 장면과 보호자의 눈물이 생각나는 분도 있으실 테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고성과 신음 소리가 가득한 야전병원을 떠올리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대학병원 응급실 진료를 경험해 보신 분이라면 긴 기다림과 비용에 놀랐던 경험도 있으시겠지요.

 

응급실이라는 공간이 당장 치료가 필요한 위중한 환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보니 그 혼잡함과 불편함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이 쌓여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응급실도 결국 사람이 있는 공간, 사람이 치료하고 사람이 치료받는 공간입니다. 쉽게 보이지 않는 응급실 속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여기에서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사진 저자

 

응급실에서 의사로 생활한 지 어느덧 10년이 되어 갑니다. 인턴 후반기부터 레지던트 4년간 잠자는 시간 외 하루 대부분을 응급실에서 수련 생활을 했고, 이후 공중보건의 생활 3년을 거쳐, 현재 근무 중인 병원에서 2년째 지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환자, 보호자분들과 만나면서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그중 하나는 응급실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안타까움이었는데요. 예고 없는 사고나 질병으로 급하게 응급실을 방문한 분들이 당황하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건강을 유지하는 건 누구나 희망하는 바이고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 권리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예기치 않게 건강을 잃게 되기에 그런 상황이 더 큰 어려움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지요. 사고 때문이든 질병 때문이든 말입니다. 그때 찾게 되는 곳이 바로 응급실일 것입니다.

 

사진 픽사베이

 

최근 대학병원 응급실의 과밀화와 긴 대기시간이 이슈가 되었는데요, 여기에는 응급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무조건 대학병원만 선호하는 현상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응급실이 어떤 공간이고, 어떤 경로로 방문해서 어떤 치료를 받는지 미리 알고 있다면 당황하지 않고 좀 더 신속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치료 경과도 짧아져 후유증도 적어질 수 있고요.

 

그래서 저는 이 지면을 통해 많은 분들과 ‘응급실 이야기’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자 합니다.

 

약 10년에 이르는 시간을 응급실 의사로 지내면서 겪었던 다양한 환자들과의 에피소드와 의사로서의 고군분투를 들려드리게 될 텐데요. 그 이야기 안에서 나와 내 가족이 갑자기 아플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응급실에서는 어떻게 처치하는지를 함께 알려 드리려 합니다. 의사이기 이전에 저도 한 명의 환자이자 한 명의 보호자였으니까요.

 

응급실,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저자 소개

어린 시절, 온도계를 깨서 맛을 보다 응급실에 실려가 위세척을 받았고, 여자아이에게 주사 놀이를 한다고 눕혀 놓고 엉덩이를 연필로 찌르다 혼쭐났던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가 커서 의사가 되었습니다.

의사와 환자, 의료인과 시민은 ‘건강’이라는 한 목표를 향해 함께 가는 친구이자 동반자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 때문에 이해의 장을 만들고자 ‘응급실 이야기’라는 소재로 블로그에 글을 연재해 왔습니다.
 
현재 김포 뉴고려병원 응급의학과장으로 재직 중이고 요셉의원 의료봉사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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