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로즈마리 살'식'마

도대체 몇 그루나 죽인 걸까?

허브의 왕 로즈마리, 꽃집의 쉬운 추천만큼 주위에서 많이들 키워서 나도 덩달아 키웠다. 그리고 정말이지 많이 죽였다. 죽이고 다음에 다시 살 때는 꽃집 사장님께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캐묻곤 했다. ‘키우기 쉬워요.’라는 중상모략에 그렇게도 쉽게 넘어갔더랬다. 어떤 곳에서는 야외에 두고 키워야 한다는 큰 팁을 주시기도 하셨다. 사실 그때 인터넷 검색을 했더라면, 아주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그 당시는 식물을 키우는 연령대가 높은 편이었다. 그러니 인터넷 정보가 아주 다양하지는 않았다. 열심히 검색해서 얻은 정보라는 게 고작 대품(大品)을 사면 더 오래 키울 수 있다는 정보였다. 

 

꽃집 사장님의 말씀과 대품을 들여야겠다는 정보 정도가 전부였던 나에게 로즈마리란, 남들에게는 키우기 쉽지만 나에게 오기만 하면 죽어 나가는 너무도 어려운 존재였다. 크고 작은 로즈마리들을 연속해서 죽이면서도 계속해서 들였던 이유는 ‘향’이었다. 로즈마리 고유의 향은 나에게 정신적인 안정을 주었다. 실제로 많은 안정 효과를 내는 향료와 블렌딩 아로마의 성분에 로즈마리 오일이 들어간다. 바람결에 로즈마리 향이 같이 불어오면, 슬쩍 웃음이 나곤 했다. 그런 소소한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매번 잎을 우수수 떨어뜨리며 죽어가기 일쑤였다. 

 

 

그로부터 몇 년일까, 나는 로즈마리를 얼마간 포기했었다. 더 이상 죽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진정 나는 연쇄 로즈마리 살’식’마였다. 로즈마리의 천적이 되기 전에 이 살식을 멈춰야 했다. 

 

식물을 특히나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식연’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연이 있듯이 사람과 식물 사이에도 필연적인 연이 있다는 믿음이다. 이것은 식물을 키우다 보면 몇몇 신기한 경험으로 느끼게 되는데, 구하기 힘든 식물을 희한한 경로로 구하게 되거나, 막연히 생각만 하던 식물을 뜻밖의 곳에서 만나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로즈마리와 나는 식연이 있는 사이이다. 

우여곡절 끝에 내가 독립을 하게 되고, 집을 몇 차례 키워가며 이사하다가 드디어 발코니가 달린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 단골 식물 가게에 크게 자랑을 했고, 함께 기뻐해 주셨다. 드디어 이사가 완성되고, 식물 가게 사장님께서 선물로 식물을 한 그루 주셨는데, 그 식물이 바로 로즈마리였다 아니,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사장님과 로즈마리는 생긋 웃고 있었지만, 내 속은 한껏 타 들어가고 있었다. 우선 집에 들어와 로즈마리에 대한 모든 정보를 검색했다. 세월이 많이 지나서 요즘은 젊은 세대도 식물을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신이 키우는 식물에 대한 일기나, 과정을 여과 없이 공유한다. 로즈마리가 물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바람이 아주 잘 통하는 곳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발코니 중에서도 바람이 아주 잘 통하는 곳에 두고 매일 물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아끼던 화분을 기꺼이 내주고, 좋은 자리도 내주었다. 식물을 선물 받을 일이 별로 없는데 (직접 사는 일이 압도적으로 많다.) 선물을 받은 식물은 꼭 살려내고 싶다는 욕심과 책임이 생긴다. 

 

 

지금 함께 한지 일 년 반이 지나서 위 사진보다 한참은 풍성해져 있다. 그 뜻은 아직 죽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연쇄의 꼬리표는 드디어 떼는 것인가?! 

그러나, 삶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른다.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이 로즈마리는 나와 끝까지 가는 거다. 

 

* 매주 2회 수, 금요일 글이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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