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는 의료 영역에서 가장 근간이 되고 범위가 넓으며 또한 과거부터 이어져왔던 분야입니다. 내과가 담당하는 신체 부위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그 영역을 제한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신체의 어느 곳이나 내과의 영역일 수 있어서 다른 전문 분야와 많은 부분에서 중복될 수 있습니다(서울대학교병원 진료과 정보). 이런 넒은 범위의 내과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내가 모두 배울 수 있을까?', '내가 모두 알 수 있을까?'. 모두 배우고 익히려 해도 인공지능 컴퓨터가 아닌 이상 사람이 가지는 한계는 있는데 말입니다.

 

사진 픽사베이

 

내과 의사가 모든 지식을 동원하여도 환자 증상의 원인을 밝히지 못한다면? 내과 의사의 능력 부족 탓일까요? 아니면 전문의가 진료하였으니 이상이 없는 것이고, 증상을 느끼는 환자 자체의 문제일까요? 의사면허를 딴 이후로 내가 모른다고 정신적인 질환으로 치부하지 않습니다. 검사 상에서 이상이 없다고 정신 질환으로 몰아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며 불필요하게 신경안정제를 남용할 우려가 있습니다.

 

최근에 야간에 발생하는 흉통으로 내원한 40대 여자 환자가 있었습니다. 수개월 전부터 흉통이 있었고 역류 식도염 감별 위해 위내시경을 시행 받은 적이 있으며 증상 완화 위해 양성자펌프억제제를 복용하였으나 증상 호전이 없었다고 합니다. 한밤중 아주 심한 통증 발작이 있어 3차 병원 응급실에 방문한 적도 있으며 이로 인하여 심장 검사를 포함한 자세한 검사를 받았으나 정상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이 환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유받았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을 복용할 용기가 나지 않아 다른 의사의 진료를 한 번 더 받아보기 위해 내원하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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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경우 타 병원에서 시행하였던 검사들은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타 병원에서 위내시경과 심장초음파를 비롯한 심장 검사를 시행했기 때문에 적어도 흉통의 원인으로서 구조적 질환을 배제할 수 있습니다. 병력 청취를 해 보니 역류 식도염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역류 식도염의 50% 정도는 내시경에서 미란이 없는 정상 소견을 보이며, 위 환자처럼 응급실에 방문할 정도로 심한 흉통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자세한 검사에도 정상이고 역류 식도염 치료제인 양성자펌프억제제의 용법에 맞는 복용에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저도 난감했을 것 같습니다.

 

이 환자는 양성자펌프억제제를 아침 식전 30분 전에 복용하도록 하였고 한밤중 발작 증상이 있었으므로 저녁 식전 30분 전에도 추가적으로 복용하도록 하였습니다. 반드시 약물 복용 방법을 지키도록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양성자펌프억제제는 긴 공복 이후 첫 식사 30분 전에 복용할 때 최대 효과를 내기 때문입니다. 수개월 전부터 지속된 이 환자의 흉통은 일주일 후 90%가 사라졌습니다.

 

환자의 흉통 원인은 역류 식도염이었으나 내시경에서 정상인 '비미란성 역류 식도염'이었습니다. '비미란성 역류 식도염'이었어도 양성자펌프억제제에 증상이 좋아져야 했지만 복용 방법을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하였던 것 같습니다. 이후 흉통이 심해져 3차 병원 응급실에 방문하였으며 당연히 협심증을 포함한 심장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에 이상이 없었고 정신적인 질환이 의심되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유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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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위 환자가 신경안정제를 복용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증상은 좋아졌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더욱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으로 여겨져 끊을 수 없는 악순환 상황에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몇 번의 진료와 검사로 원인을 찾지 못 하였다고 정신적인 질환으로 여기는 것은 위험한 생각입니다. 단 1회의 복통으로 병원에 방문하였는데도 하루 3회의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 온 환자들의 약을 보면 기가 차기도 합니다. 의사로서 책임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말이 있습니다. '환자의 증상은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네요'.

 

 

첨언.
1. 정신건강의학과 질환들을 부정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닙니다. 
2. 몇 번의 진료와 검사로 정상인 경우, 정신적인 질환으로 여기고 쉽게 항불안제와 안정제를 처방하는 의료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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