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를 차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이제는 그다지 놀랍지 않은 세상이다. 하지만 매일 아침 스마트워치가 나의 수면 패턴을 분석해 놓은 상세한 보고서를 볼 때는 새삼스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자는 동안 내가 얼마나 뒤척이는지, 얼마나 깊은 수면을 하는지, 생체 징후는 어떤지, 몇 번이나 깼는지 등을 자세히 분석해주고, 깊이 수면하는 시간이 어느 정도 되는지, 수면 효율은 몇 퍼센트나 되는지를 정확한 수치로 확인시켜준다.

얼마만큼 확실한 결과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그 수학적이고 공학적인 수치들은 놀랍기만 하다. 수치가 높게 나오면 푹 잘 잔 것 같고, 수치가 낮으면 왠지 그날 하루는 몸이 찌뿌둥한 것 같기도 하다. 웨어러블(wearable, ‘착용할 수 있는’이란 뜻으로 안경, 시계, 의복 등과 같은 형태로 사용자가 거부감 없이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되는 물건들) 스마트 기기로서 스마트워치는 이미 우리들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얼마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스마트워치를 이용해서 악몽을 치료할 수 있는 기기의 처방 및 판매를 승인했다. ‘나이트웨어(Nightware)’라고 이름 붙은 이 웨어러블 기기가 악몽을 줄여주는 데 실제로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 수준임을 공인한 것이다.

나이트웨어는 수면 중에 사람의 심박 수와 신체 움직임을 모니터링하여 각각의 사용자에 따라 맞춤형 수면생체리듬을 인식함으로써 악몽이 발생하는 시기를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악몽의 시작을 감지하게 되면 시계는 진동을 통해 착용자의 수면 패턴을 변화시킨다. 꿈을 꾸고 있는 렘(REM) 수면 상태에서 꿈이 아닌 수면 상태로 전환될 수 있을 정도의 강도로만 진동하며 사용자를 자극한다.

 

사진_픽셀
사진_픽셀

 

악몽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서 동반되는 흔한 증상 중 하나다. 악몽은 수면의 질뿐만 아니라 삶의 질 자체를 크게 떨어뜨린다. 과도한 신체적 각성을 일으키고 일상 전반의 불안과 우울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약 70~80퍼센트 정도가 악몽을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나이트웨어를 이용한 연구에서는 70여 명의 퇴역 군인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상당한 수면개선 효과를 보였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가 없는 대조군 환자들에서는 나이트웨어에 의한 수면개선 효과가 덜했던 점을 고려할 때, 그 효과는 주로 악몽 개선에 의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해당 연구를 담당한 한 연구진은 렘수면이 감정 처리와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하며, 그렇기 때문에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더욱 짜증을 내고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럴수록 더욱 빨리 렘수면에 들어가게 되며, 더 오랫동안 렘 상태를 유지하게 되기 때문에 악몽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면서 나이트웨어를 통한 치료 효과를 기대했다.

물론 이 스마트워치만을 통해 악몽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승인한 것 역시 기존의 정신과적 치료에 추가할 수 있는 부가적 수단으로써의 효과를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점차 정신의학에도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의 활용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 https://nightwa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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