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치료를 위한 면담은 단순히 치료자와 환자가 대화하는 것이 아니다. 면담치료는 환자가 치료자와 일상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형태의 대화를 하며,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관계를 경험하고, 그를 통해 자신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경험이다. 치료자 앞에 마주할 때에 환자는 정신치료라는 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우리를 서로 마주 앉지 못하게 만들었다.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일상적이던 풍경이 이제는 어색해져 버렸다. 우리는 바야흐로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전 세계가 언택트의 흐름에 올라타는 지금의 이 시국에 정신치료 역시 그 흐름을 거부할 수만은 없다. 많은 환자들이 스카이프나 줌 등을 이용한 원격 화상 정신치료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화상 정신치료만으로도 직접 마주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사진_픽셀
사진_픽셀

 

뉴욕 정신과연구소의 의사 마코위츠 박사는 최근 <미국정신의학회지(The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실린 논문을 통해 다소 걱정스러운 의견을 피력했다. 마코위츠 박사는 오랜 시간 동안 심리치료의 효과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우선 그는 전화 통화를 이용한 정신치료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엄격하게 설계된 연구에서 전화 인지행동치료와 대인관계 심리치료가 우울증 증상을 장기적으로 감소시킨 사실이 입증한 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비디오 화상 통화를 이용한 정신치료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현재까지 보고된 연구들을 메타분석했을 때, 대부분의 연구가 표본이 너무 작거나 연구 설계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또한 줌을 이용한 화상 정신치료를 경험한 치료자, 환자들과의 인터뷰 결과 역시 부정적이었다. 화상으로 치료를 하다가 다른 일을 하거나 주의가 산만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또한 화면을 통해서는 감정적으로 서로 교류하기가 어렵고, 서로의 비언어적 신호를 감지하기가 어려웠다고 이야기했다.

마코위츠 박사는 “새로운 기술을 통한 정신치료를 폄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정신치료로 인해서 잃게 되는 점들을 조금 더 명확하고도 비판적인 자세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의 기조가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원격의료를 포함하여 새로운 기술혁신이 정신건강의학과의 면담치료 영역으로 흘러들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지금의 팬데믹 시국이 어쩌면 미래 정신치료의 모습을 가장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귀중한 시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변화의 데이터들이 쏟아지고 있는 시기이니만큼 말이다.

 

John C. Markowitz, Psychotherapy at a Distance, AJP in Advance (doi: 10.1176/appi.ajp. 2020. 20050557)

Micha Blake Berryhill, Videoconferencing Psychotherapy and Depression: A Systematic Review, Telemedicine and e-HealthVol. 25, No. 6

 

 

*  *  *

 

정신의학신문 마음건강검사를 받아보세요.
(상담 비용 50% 지원 및 검사 결과지 제공)
▶ 자세히보기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