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원의 ‘직장 남녀를 위한 오피스 119’ <15>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김 대리, 요즘 무슨 일 있어? 좀 피곤해 보이는데?” 
“일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냐? 쉬어 가면서 하라고. 그러다 쓰러진다.”

최근 김수면 대리는 회사 동료들로부터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실제로 올해부터 별 이유 없이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가 잦아진 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일정치 않다 보니 수면 패턴이 더 망가진 것 같다. 가끔 낮잠을 잔 게 문제인가 싶어 낮에는 절대 잠을 자지 않았고, 주말에도 평일처럼 일찍 일어났으며, 낮에 땀 흘리고 마음을 다스리면 좀 나아지려나 해서 요가까지 해봤지만, 한번 깨져버린 수면 리듬은 회복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다시 회사에 출근한 이후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치레로 이런 말을 하는데, 그게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직장생활 3년째인 김수면 대리는 회사에 잘 적응하고, 맡은 업무에도 최선을 다하며, 일하는 태도도 진지하고 꼼꼼한 모범생 스타일이다. 성격도 서글서글해서 대인관계 또한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 밤에 잠을 설치는 날이 길어지면서 업무에 집중하기도 힘들고, 자세도 자꾸 산만해지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이러다가는 회사생활에 큰 지장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든다.

요즘은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가서 일찍 씻고 9시부터 침대에 눕는다. 일찍 자면 잠을 좀 설치더라도 수면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일찍 침대에 눕기만 했을 뿐 여전히 새벽 1~2시가 돼야 겨우 잠이 들곤 한다. 평일에는 긴장해서 그렇다 쳐도 이제는 주말마저 제대로 잠을 자기 어렵다. 건강한 자신이 잠 때문에 고생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다.

‘수면제를 먹어 볼까? 아냐, 내가 이렇게 젊고 건강한데 약에 의지해서 잠을 청할 수야 없지.’
‘그러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서 전문의와 상담을 해볼까? 아, 역시 그건 좀 찜찜해…….’

고민이 깊어갈수록 김 대리의 얼굴에는 점점 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사진_픽셀

 

김 대리가 잠 때문에 고생하는 주된 원인은 낮은 ‘수면 효율(sleep efficiency)’에 있다.

수면 효율이란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면하는가를 나타내는 지수다. 잠자리에 든 전체 시간 중 실제로 잠을 잔 시간을 측정해서 수면 시간에 대비해 효율성이 어떤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 실제로 잠을 잔 총시간 / 잠자리에 누워있는 시간 X 100% ]


예를 들어 김 대리가 저녁 9시에 침대에 누웠으나 새벽 1시에야 잠이 들었고, 3시에 잠깐 깼다가 3시 30분에 다시 잠을 자기 시작해 아침 7시에 일어났다면 그가 잠잔 시간은 총 얼마일까?

김 대리가 실제로 잠을 잔 시간은 새벽 1시부터 3시까지 2시간과 3시 30분부터 아침 7시까지 3시간 30분을 합한 5시간 30분이다. 반면 김 대리가 잠을 자기 위해 침대에 누워있던 시간은 저녁 9시부터 아침 7시까지 총 10시간이다. 김 대리의 수면 효율을 계산하면 55%에 불과하다.


[ 5.5시간 / 10시간 X 100% = 55% ]


적절한 수면 효율은 최소 85% 정도다. 만약 수면 효율이 85%가 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잠자리에 누워있는 시간이 길더라도 다음날 수면 부족으로 피곤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수면 시간(sleep time)을 늘리는 것보다 수면 강도(sleep intensity)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불이나 침대 위에 아무리 오래 있어도 실제 잠자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고속도로를 운전하다가 졸음이 몰려올 때 가까운 졸음 쉼터에 차를 세워둔 채 10~20분만 잠을 자도 몸이 가뿐해지면서 다시 개운한 기분으로 안전 운전을 할 수 있게 된다. 짧은 시간이지만 수면 강도가 매우 높은 수면을 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군대에서 특별한 일이 없는 날 낮에 잠깐씩 잠을 잘 수 있게 해주었다. 밤에 보초 근무를 하느라 피곤한 병사들을 쉬게 하려는 배려였다. 졸병들에게 이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축복의 시간이었다. 밤중에 몇 시간씩 보초를 서느라 피곤했던 몸과 선임들에게 시달리며 괴로웠던 마음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이다. 그 잠깐의 수면이 길고 긴 병영의 고단함을 달래주었다. 이렇듯 수면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김수면 대리 같은 경우, 어떻게 해야 수면 강도를 높여 수면 효율을 올릴 수 있을까?

수면 강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수면 제한을 실천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수면 제한을 위해서는 먼저 내 수면 패턴을 확인해야 한다. 일주일 동안 매일 잠자리에 누워있던 시간과 실제 수면 시간 등을 점검한 다음 실제 수면 시간의 평균값을 구해야 한다.

둘째, 기상 시간을 분명히 정해두는 게 좋다. 내가 꼭 일어나야 하는 시간을 기상 시간으로 정해 반드시 지킨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정해진 시간에 기상하는 습관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셋째, 기상 시간에서 실제 수면 시간을 뺀 평균값을 구해 이를 취침 시간으로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기로 했는데, 일주일 동안 측정한 평균 수면 시간이 5시간일 경우, 최소한 새벽 2시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야 평균 수면 시간을 유지하며 취침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잠자리에 누워있는 시간이 적어도 4시간 30분은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7시를 기상 시간으로 정했다면 자신의 평균 실제 수면 시간이 4시간이든 3시간이든 상관없이 4시간 30분이 확보된 새벽 2시 30분에는 반드시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넷째, 이런 식으로 일주일 동안 시행해본 다음 수면 효율이 90% 이상으로 올라가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15분~30분 정도 앞당기고, 여전히 수면 효율이 85% 이하라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15분~30분 정도 뒤로 늦추는 게 좋다. 수면 효율을 계속 끌어올리기 위해 취하는 조치다.

 

이와 같은 수면제한요법을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원하는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충분히 수면한 뒤 정해둔 시간에 정확히 기상할 수 있게 된다. 수면 제한을 통해 잠자리는 잠을 자는 공간이란 것을 우리 뇌가 기억하도록 해야 한다. 변기에 오래 앉아 있다고 해서 쾌변을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변비가 생길 우려가 있다. 잠도 마찬가지다. 잠자리에 너무 오래 누워있으면 잠자는 시간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수면 변비가 생긴다. 적은 시간이라도 충분히 숙면하는 것이 긴 시간 누워있기만 할 뿐 제대로 숙면하지 못해 항상 까칠하고 부스스한 것보다 더 건강하다.

 

※ 본 기사에 등장하는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가공된 것으로 실제 사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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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민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저서 <나를 지키는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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