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나오는 많은 연예인들이 종종 거식증 고백을 하곤 한다. 거식증은 섭식장애의 한 종류로 체중이 느는 것에 대한 극도의 공포를 보이고, 극단적으로 식사를 거부하게 되는 질환이다. 실제로도 거식증은 마른 몸매를 유지해야 하는 모델이나 연예인들에게서 많이 보이곤 한다. 

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거식증 환자들은 화면 속 연예인의 화려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들은 정말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굶고 있다.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해골에 가죽만 남은 앙상한 몰골로도 음식을 거부한다.

거식증이 무서운 점은 단순히 마른 몸매를 유지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최소한의 정상체중을 유지하는 것을 거부하며 살을 지속적으로 뺀다는 점이다. 저체온, 저혈압, 무월경, 탈수 등이 아주 흔하게 동반된다.

그들은 왜 그렇게까지 음식을 거부하는 것일까.

 

사진_픽셀

 

최근 미국 정신의학회지에 실린 논문에서는 거식증 환자가 배고픔을 느낄 때 먹을 것을 주면 뇌에서 보이는 반응에 대해서 연구를 시행했다. 16시간 공복을 유지하여 배고픈 상태를 만든 환자들에게 표준화된 식사를 제공 후, 설탕물 혹은 이온음료를 제공하며 뇌 fMRI를 촬영했다.

일반적인 사람의 경우에는 배가 고프고, 음식이 있을 경우에 음식을 먹고 싶게 하는 부분의 활성이 높아지는 것이 확인된다. 하지만, 거식증을 가진 환자들에게는 음식을 요구하도록 하는 뇌혈관의 혈류 증가가 현저하게 낮게 나타났다. 즉, 배가 고픔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에 비해서 음식을 먹고자 하는 신경회로가 저하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더 나아가 거식증이 있으면, 정신적인 부분 이외에도 신경적인 부분 때문에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거식증은 치료하기가 무척 까다로운 병이다. 스스로 증상에 대한 병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치료 동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환자들은 가족 간에 얽힌 정신역동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주변에서도 단순히 몸매를 위한 노력 정도로만 여기기 때문에 거식증 환자가 실제 정신건강의학과에 도착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기존의 연구들에 반복하여 보여주듯, 거식증은 분명 뇌 자체의 변화를 동반하는 정신질환이다. 단순히 살을 빼고자 하는 것뿐만 아니라, 식욕을 느끼고, 음식을 먹는 인간의 근본적인 본능 시스템의 작동에 오류가 동반되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SNS와 미디어의 발달로 점차 늘어가고 있는 거식증에도 이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Walter H Kaye, Neural Insensitivity to the Effects of Hunger in Women Remitted From Anorexia Nervosa, Am J Psychiatry. 2020 Jul 1;177(7):60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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