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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비만치료라고 하면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미용 목적의 진료과를 먼저 연상하시기 마련입니다.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비만으로 유발될 수 있는 대사성 질환들로 인해 내과나 가정의학과를 떠올려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위밴드 수술과 같은 초고도 비만 환자에 대한 수술적 접근을 위해 외과를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반면 정신과에서 비만치료를 한다고 말씀드리면 고개를 갸우뚱하실 수 있습니다. 

왜 정신과에서 비만치료를 할까요?

 

비만에서 벗어나는 방법에는 수술적 방법을 제외하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모두가 알고 계시듯 운동과 식이조절 즉 다이어트입니다.

기본적으로 체중감량은 섭취되는 열량보다 소모되는 열량이 많아야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섭취를 줄이거나 소모를 늘려야 하지요. 소모를 늘리는 방법은 대표적으로 운동이 있겠습니다만, 운동은 시작하기도 어렵고, 유지하기도 어려우며, 운동을 위해 시간을 내기도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애초에 운동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들도 많지요.

그래서 흔히들 쉽게 시작하시는 방법이 식이요법 통칭 다이어트입니다. 황제 다이어트, 덴마크 다이어트, 원푸드 다이어트,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 등등 종류도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들이 많습니다. 그 밖에도 무작정 굶으시는 분들도 많고 극단적으로 제한된 칼로리 섭취로 단기간에 빠른 감량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나 많은 식이 조절 방법들이 있는데 우리는 왜 체중감량에 실패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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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음식 섭취를 제한하거나 줄이는 일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먹고 싶은 욕구, 충동을 줄이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근대 문학 작품 중에 모두들 아시는 '술 권하는 사회'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알코올 환자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도 매번 말하던 내용입니다만, 우리는 흔히 인사처럼 '언제 술 한잔하자!'라는 말을 합니다. 술을 마신다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쉽사리 무너지고 재발의 길로 손쉽게 들어서게 되지요. 술 마시는 것에 관대함을 넘어서 권유까지 하는 사회 풍조는 알코올 환자들이 단주의 욕구를 지켜내기 못하고 재음주를 하게 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의 우리는 음식 권하는 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맛있는 녀석들’, ‘냉장고를 부탁해’, ‘수요미식회’, ‘식신로드’ 뭐 이외에도 음식을 주제로 한 방송은 넘칩니다. 심지어는 다큐멘터리 같은 방송 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 ‘코리아헌터’ 등에도 메인 주제는 음식이 아니지만 늘 음식에 대한 내용이 빠지지 않습니다.

어느 채널을 돌려도 쉽게 음식을 접하고 음식을 권하며, 맛집을 소개하고, 비법을 알려주며, 식욕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을 만나게 됩니다. 정해진 시간 방송되는 프로그램만이 아닙니다. 아프리카 티비, 유튜브 등에서도 ‘먹방’이라는 검색어 만으로 엄청난 양의 음식에 대한 자극을 언제 어디서들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유명한 정신분석의인 정도언 교수님은 '음식 포르노'라는 표현도 쓰신 적이 있습니다.

아니 굳이 누가 일부러 권하지 않아도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푼다는 경우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먹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는 거지요.

혼자서는 음식을 먹고자 하는 욕구를 이겨내기 어려운 분들은 결국 병원을 찾아오시게 됩니다. 병원에서는 약물을 처방해드리게 되는데요, 흔히 임상에서 비만치료에 쓰이는 약제들에는 포만감과 에너지 소비 조절에 관여하는 뇌의 특정 영역에 작용하는 아드레날린성 약제, 뇌에서의 세로토닌 증가를 유발하는 세로토닌 성 약물들이 있고 FDA가 승인한 비만 약제 중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지 않는 유일한 약제인 orlistat와 같은 말초에서 작용하는 지방 흡수 억제제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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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제가 쓴 글에는 몇가지 키워드들이 있었습니만, 읽으시면서 혹시 눈치 채셨나요?

- 욕구, 충동, 스트레스, 뇌, 아드레날린성 약제, 세로토닌 성 약물

위의 키워드 들은 직접적으로 정신과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잘못된 인지 구조와 자동사고를 파악해 치료하는 일, 동기를 부여하고 강화하는 일, 물질 남용 혹은 의존을 치료하는 일. 이 모두는 정신과 의사의 전문 영역입니다. 스트레스와 음식의 잘못된 연계 사슬을 끊고, 체중 감량에의 동기를 부여하며 강화하고, 남용 및 오용의 위험성이 있는 약물들을 처방하는 일은 사실 정신과 의사가 늘 하는 일이기도 하며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더불어 비만으로 인해 형성된 부정적 자아 이미지를 살피고, 비만 환자라는 사회의 시선으로 인해 유발된 우울감과 스트레스도 함께 다루어줄 수 있다는 것도 혹은 비만으로 가려졌을지 모를 섭식장애를 확인하는 것도 정신과에서 비만치료를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점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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