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슬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언스플래쉬


38세 사업가 기철 씨는 부인의 성화에 못 이겨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 들어왔다. 남자가 일하는 게 힘든데 술 좀 마실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상대가 납득할만한 상황 설명 없이 다짜고짜 화를 내며 이야기해 당황스러웠고, 개인적 거리 유지 없이 얼굴을 들이밀어 다소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부인은 이런 모습에 지친 듯 무표정한 표정으로 먼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기철 씨는 부인이 얼마나 예민하고 짜증스러운 사람인지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최근 진행 중인 사업에 관해 이야기하고, 내용이 채 끝나기도 전에 느닷없이 정신과에 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등 주제가 자꾸 바뀌어 정신이 없었다. 말의 속도도 빠르고 목소리도 컸으며, 아내가 하는 말을 끊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였다.
 

사진_프리픽


부인은 남편이 술만 먹고 들어오면 욕을 하고 집안을 시끄럽게 해서 술을 자제해 주길 바라지만, 싸워도 보고 애원을 해봐도 소용이 없다며 눈물지었다. 

기철 씨는 결혼 전부터 한 가지 직업을 갖고 꾸준히 일해 본 적이 없었다. 첫 회사는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인 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을 살려 중소기업에 취직했는데 단조롭게 반복되는 회사 일에 쉽게 싫증을 느끼며 지루해하였고, 반복되는 사소한 실수에 상사와 트러블이 생겨 욱하는 마음에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이후 또 다른 회사들에 취직했지만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그만두기를 반복하다 얼마 전 지인의 권유로 사업을 시작하였다. 

부인은 꾸준히 일하지 못해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않는 남편 때문에 살림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준비 기간도 없이 갑자기 사업을 하는 바람에 대출까지 생기고 일도 잘 안 되는 것처럼 보여 막막하고 불안하였다.

기철 씨는 늘 이런 식이었다.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갑자기 통보하듯 저질렀고, 충동구매를 일삼았으며, 어떤 것을 하든 성격이 급하고 참지를 못했다. 성격이 기분파여서 주변에도 비슷한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 친구들과 어울려 걸핏하면 술을 마시고 사고를 치기 일쑤였다. 
 

사진_프리픽


쉬는 날이면 집에서 게임만 주야장천 잡고 있었고, 부인이 잔소리해 겨우 같이 장이라도 보러 가는 길엔 행인과 사소한 시비가 붙어 싸우기도 하였고, 계산 줄을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차에 가 있는 경우도 많았다. 부인은 이렇게 한 가지 일을 진득이 하지 못하고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성인 ADHD가 의심된다고 했다.

한참 시간이 지나 감정이 가라앉은 기철 씨는 그제야 일을 할 때 자꾸 미루게 되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집중하기 어렵다고 토로하였다. 중, 고등학교 때에도 수업 시간에 딴생각을 하거나 멍하게 있을 때가 많았으며, 숙제를 안 해버린 경우도 많았다고 하였다. 늘 말이 많고 장난기가 넘쳐 주변에 친구가 많았지만 사소한 일로 욱해서 싸우는 경우가 잦았고 지금까지 연락하는 절친은 없다고 하였다. 
 

사진_언스플래쉬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는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충동성을 주 증상으로 하는 질환으로 대개 소아청소년기에 진단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증상이 호전되기도 하거니와, 이러한 증상들을 평생 못 고치는 성격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경우도 많아서, 성인기에는 소아청소년기에 비해 ADHD 증상만을 가지고 진료를 받으러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은 편이다.

차라리 우울, 중독, 공황, 대인갈등, 불면 등 다른 증상으로 방문하였다가 ADHD 증상이 발견되거나, 중요한 시험을 앞두거나 직장 생활 중에 집중의 어려움, 건망증, 잦은 실수 등의 문제로 찾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기존에는 이런 문제를 흔히 개인의 성격 문제나 성실성, 능력의 문제로 생각해왔으나, 이제는 적절한 평가를 통해 성인 ADHD라는 것이 확인된다면, 치료를 통해 충분히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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