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치료란 훈련된 정신치료자가 내담자와 전문적인 계약을 맺고,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통해 혼란스러운 감정을 진정시키고, 상황에 맞지 않은 행동 양상을 변화시켜 인격의 성숙과 발달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정신치료적 개입은 전전두엽과 편도체의 기능 변화를 유도한다. fMRI나 PET 등에서의 실질적 뇌 기능 변화를 직접 관찰함으로써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정신치료를 통해 유전자 표현, 시냅스에서의 신경전달과정의 변화, 신경세포의 변화 등이 유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정신치료도 약물치료와 같이 생물학적인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증명 가능한 치료법인 것이다. 정신치료는 그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인생경험으로 치료적 대화를 통한 ‘밖’의 환경과 경험이 뇌와 행동 등 ‘안’을 변화 시키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정신치료의 종류에는 정신분석, 분석적 정신치료, 단기 정신치료(단기 역동 정신치료, 대인관계치료, 위기개입, 맥락적 치료) 최면, 현실치료, 실존적 접근, 서사치료, 정신화, 고안된 상상요법, 변증법적 행동치료, 긍정심리학, 도 정신치료, 자아초월정신치료, 영성정신치료, 행동치료, 인지행동치료 등 무수히 많은 종류의 정신치료가 있다.

 

어려운 말이다.

 

이 자리는 학술적으로 어떤 것이 정신치료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이 자리는 동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정신과 아저씨가 내담자에게 정신치료라는 게 무엇인지 간략하게 설명하는 자리라고 생각하자.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대부분은 무언가 괴로움이 있을 것이다.

아내 혹은 남편과 사이가 안 좋을 수도 있고, 아이 키우는 게 너무나 힘들 수도 있다. 직장 상사가 너무 괴롭힌다든지, 하는 일이 잘 안 풀릴 수도 있다. 혹은 알 수 없는 불안과 우울, 외로움, 쓸데없는 생각 등이 있을 수도 있다.

 

정신치료라는 것은 이런 괴로움을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괴로움을 벗어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괴로움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아는 것이다. 내담자는 치료자와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 두루뭉술하게 알고 있던 괴로움들이 하나, 둘 정리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단지 괴로움이 명확해 지는 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애매모호한 괴로움들은 별 것도 아닌데 커 보이기도하고, 스스로 커지기도하기 때문이다.

 

대변을 봤는데 화장지에 피가 묻어 나왔다. 처음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통증 때문에 아프기도 하고 며칠째 계속 이어지다보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이러다 말겠지, 치질인가?, 알아서 좋아지겠지, 수술을 해야 될 정돈가?, 요즘 내 나이에 대장암이 많다던데 암은 아니겠지?, 암이면 어떻게 하지?, 살 수는 있겠지?, 만약에 벌써 많이 진행이 됐으면?, 죽을 정도는 아니겠지?, 만약 그 정도면?, 아이들은 어떻게 하지?, 돈도 별로 모아놓은 게 없는데, 보험이나 들어놓을 걸, 얼마나 살 수 있을까?

결국 그는 병원을 찾아간다. 긴장된 마음으로 병원에서 간단한 검사를 받는다. 의사가 말한다.

‘치핵이 조금 나왔어요, 한 2단계 정도고 좌욕하고 조금 쉬면 괜찮아 질 겁니다’

의사의 말 한마디에 걱정거리가 씻은 듯이 없어져 버린다. 상황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를 했다.)

 

이 분이 병원을 찾게 된 이유는 뭘까?

이 분이 병원을 찾게 된 것은 사실 대변에서 피가 묻어나온 것 때문이 아니다. 대변에서 피가 묻어 나온 상황이 치질 때문인지, 암 때문인지 명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명확하지 못한 상황’이 여러 가지 ‘걱정거리들’을 만들어내고, 결국에는 ‘불안’한 마음 때문에 병원을 찾게 만들었다. 만약 병원에서도 피가 나오는 게 치질 때문인지, 암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면 이런 머릿속을 가득채운 생각들과 불안한 마음은 없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신치료자와 대화를 통해 괴로움을 명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는 말이다.

 

괴로움을 벗어나기 위해서 다음으로 할 일은 이 괴로움이 무엇 때문인지 이유를 아는 것이다. 그런데 괴로움의 이유는 사람마다 너무나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대변에 피가 나오는 것만으로 호들갑을 떨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일주일 정도 아픔과 피가 나는 것을 지켜봤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한 달 정도 지켜봤을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아프고 피가 나도 신경도 쓰지 않고 지냈을 것이다. 어떤 부분이 괴로움이 되는지 어느 정도가 괴로움이 되는지는 사람마다 너무나 다르다. 이는 사람마다 같은 상황에서라도 느끼는 생각과 감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괴로움이 되는 것은 각자의 느낌과 생각, 감정 때문이다. 객관적 상황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지치료의 내용을 조금 빌려보자. 어떤 상황에 마주하게 되면 사람은 그에 따른 생각을 하고 생각에 따른 감정을 느끼고, 생각과 감정에 따른 행동을 한다. 그 행동은 외부 상황에 영향을 줘서 새로운 상황이 발생한다.

 

조금 쉽게 예를 들어보자.

A가 지나가는 B에게 인사를 했다.

그런데 B는 인사를 받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1. A는 B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화’가 나서 B에게 왜 내 인사를 받지 않느냐고 따졌다.

2. A는 ‘다른 사람이 이 상황을 봤을까?’라는 생각에 ‘부끄러워서’ 주위에 본 사람은 없는지 두리번거렸다.

3. A는 ‘B에게 인사를 받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에 ‘우울해져서’ 무기력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4. A는 ‘B가 날 못 봤구나, 다음에 이야기 해줘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가던 길을 갔다.

 

자신의 인사를 받지 않은 상황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생각과 감정들이 괴로움과 또 다른 괴로움의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모두가 인사를 받고 정답게 반겨주는 아름다운 상황이 되면 이런 괴로움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신치료는 기본적으로 자신을, 자신의 내면을 바꾸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정신치료를 통해 이런 것을 알게 된다면 모두가 즐거운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자신이 먼저 시작해야지만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각자가 느끼는 생각과 감정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상대방이 인사를 받지 않고 지나쳐버린 같은 상황에서 누구는 ‘무시당했다는 생각’과 함께 ‘화’라는 감정을 느끼고, 누구는 ‘누가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누구는 ‘자신은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우울감’을 느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각자가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괴로움에 대한 자신만의 이유를 알려면 결국은 자신을 알아야 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자신이 왜 이런 사람이 되었는지 등을 말이다. 그럼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이 누구인가?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런 철학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그냥 동네 정신과 아저씨일 뿐 이런 질문에 답을 할 능력도 없다. 단지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조금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타고나 기질을 바탕으로 외부와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한다. 이런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경험이 쌓이고 쌓여 하나의 인격체가 되는 것이다. 처음에 맞닥뜨린 상황, 그에 따른 느낌, 생각, 감정, 행동 그리고 새롭게 이어지는 상황, 그에 따른 느낌, 생각, 감정, 행동의 무수한 반복에 의해 경험이 쌓이고 기억이 쌓이고 성격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 형성된 성격을 바탕으로 또 끊임없이 변하는 주위 환경과 상호 작용을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경험이 쌓이고 쌓여 인격체가 되고 사람이 되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 가장 명확히 알아야 할 부분이 자신이 느끼는 생각과 감정인 것이다.

그래서 상담 중에 정신과 의사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네, 그 때 어떤 감정을 느꼈나요?’

‘그 당시에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이다.

 

그렇다 정신치료란 내담자가 괴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치료자와 관계를 맺고 대화를 통해 괴로움이 무엇인지, 괴로움의 이유는 무엇인지, 자신은 누구인지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게 무슨 소용이냐고 묻는다.

그래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

그렇다 외부의 사건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윌리엄 제임스가 한 말이 있다. - 미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근대 심리학의 창시자

우리 세대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인간이 자신의 마음가짐을 바꿈으로써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정신치료는 실제로 사람의 마음을 바꿔 삶을 바꿀 수 있다. 생각과 감정을 아는 것만으로 앞으로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바뀔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아는 것만으로 앞으로의 자신의 경험이 바뀔 것이다. 자신을 아는 것만으로 앞으로의 자신이 바뀔 것이다. 단지 이것을 아는 것만으로 자신의 삶이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가는 길을 안내해 줄 수는 있지만 실제로 가면 좋다는 것을 알려줄 수는 있지만 실제로 경험하고 느껴보지 않고는 이게 좋은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괴로움이 있다면 권하고 싶다. 삶이 바뀌는 데 있어서 정신치료에 드는 수고는 결코 헛된 것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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