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차가운 표정과 감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눈매에 하얀 가운을 입은 채로, 주사기에 뭔지 모를 무서운 약물을 재고 있는 의사. 그리고 그 주사를 맞고 좀비처럼 병실을 걸어 다니는 환자들. 입가엔 침이 멀겋게 흐르며 초점 잃은 눈빛은 의식과 무의식의 중간 어디쯤 있는 듯, 약에 취해 어기적어기적 돌아다니는 환자들의 이미지. 굳이 이렇게까지 무시무시한 모습은 아니더라도 정신과 약물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감과 거부감은 여전히 만연하다. 이런 편견이 만연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정신과 약물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정신의학신문에서는 정신과 약물에 대해 조금은 딱딱한 이야기들을 해보고자 한다.

 

우선, 정신과에서 흔히 쓰이는 약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정신과 약물(향정신성 약물이라고 불린다.)은 약리작용보다 일차적 적응증에 따라 크게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1. 항정신병 약물antipsychotic drug)

항정신병 약물은 일반적으로 조현병 등 정신병적 장애를 치료하는 약물이다. 인지작용의 변화를 초래하지 않으면서 정신병적 증상들(대표적으로 망상, 환각)을 진정시킨다. 이런 정신병적인 증상들은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뇌 속에 도파민이 많아서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항정신병 약물은 뇌 속의 도파민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통해 정신병적 증상들을 진정시킨다. 최근에는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이 많이 쓰인다.

 

2. 기분안정제mood stabilizer

기분안정제는 과거에는 항조증 약물로 불렸다. 조울증(양극성장애)의 조증 상태를 가라앉히는 약이다. 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조울증은 조현병과 더불어 대표적인 정신병적 장애 중 하나이다. 기분안정제로 가장 흔히 쓰이는 약물은 리튬이다. 작용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는 adenyl cyclase 활성을 억제하여 cyclic AMP를 감퇴시킨다는 이론이 가장 유력하다. 경금속 원소인 리튬이 향정신성 작용을 한다는 것이 놀랍다.

 

3. 항우울제antidepressants

현재의 항우울제는 효과도 좋고 안전하고 부작용도 적다. 정신과 약 먹으면 멍해지고 바보가 된다는 말은 너무나도 오래 전의 일이다. 하지만 정신과 약에 대한 편견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46 정신과 약에 대한 편견 기사 참고)

 

우울증 역시도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뇌 속의 세로토닌이 감소해서 나타난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항우울제는 뇌 속의 세로토닌을 풍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 약을 먹기 시작한 후 2~3주가 지나야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 신경 세포가 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항우울제는 효과도 좋고 안전하고 부작용도 적다. 미국에서는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안전한 약이기도 하다.

 

4. 항불안제antianxiety drug

항불안제는 사실 정신과뿐만 아니라 내과, 정형외과 등 여러 다른 과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약물이다. 말 그대로 불안과 긴장을 감소시키고, 진정 작용이 있어 수면제로 쓰이기도 하는 약물이다. 일반적인 진료에서는 흔히 말하는 스트레스성, 신경성 질환과 근육통 등에 많이 쓰인다. 대량에서는 마취제로 쓰이기도 한다. 벤조디아제핀 계 약물이 대표적이다. 뇌를 억제 시키는 GABA에 대한 강화작용을 통해 효과가 나타난다. 의존성이 있으므로 의사의 지시를 잘 따라서 복용해야 한다.

 

5. 수면제hypnotics

우리가 원하는 수면제는 첫째, 먹으면 쉽게 잠들고, 둘째, 일정시간 동안 아주 편안하고 양질의 수면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셋째, 깨고 나서는 피로회복, 에너지 충전과 함께 개운함을 주는 약물이다. 또한 수면형태를 변화시키지 않아야 하고, 의존성이 없어야 하며, 약을 중단하였을 때 금단 증상이 없는 약물이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기준에 맞는 수면제는 아직 없다. 수면제는 단기간 일시적인 불면증이 있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만성 불면증 환자에게 수면제가 궁극적으로 유익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필자는 만성 환자에게는 가능하면 수면에 도움이 되는 항우울제를 처방한다.

 

6. 정신자극제psychostimulants

위에서 설명한 대부분의 약물이 조금은 뇌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면, 정신자극제는 말 그대로 뇌를 각성시키는 역할을 한다. 작용기전은 뇌, 특히 전두엽에서 catecholamine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주로 소아의 주의력결핍과다활동장애ADHD, 기면증에 쓰인다.

 

7. 인지기능개선제cognitive enhancer

인지기능개선제는 쉽게 말해 치매 약이다. 주로 치매 환자들의 기억력을 비롯한 여러 인지기능을 호전시키기 위해 쓰인다. 넓게는 치매, 뇌졸중, 조현병 등이 있는 환자 또는 노화에서 보이는 인지결손을 치료하기 위해 쓰인다. 치매는 뇌 속의 콜린성 신경전달의 부족으로 나타난다. 인지기능개선제는 뇌 속의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을 풍부하게 하여 치매 증상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