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으로 마음 보기” 시리즈 - 소개

[정신의학신문 : 마인드랩 공간 정신과 이광민 박사] 

 

우리는 어떤 이유로 예능프로그램(예능)을 보는 걸까요?

상황에 따라 우리가 예능을 보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웃으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아무 고민 없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도 예능을 봅니다. TV를 바보상자라고 부르던 시대가 지나갔듯이, 예능을 그저 장난스러운 쇼로 보는 시대도 지나갔습니다. 우리는 예능을 통해 웃기도 하고, 감동도 받고, 눈물도 흘립니다. 때로는 예능을 통해 교양 지식을 얻기도 합니다. 지금의 예능이 휴식과 경험, 소통, 위로가 되는 셈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건국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하지현 교수님이 쓴, <예능력>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예능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마음의 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나는 예능을 통해 지친 마음을 치유받았고, 나를 지켜내는 마음의 힘을 키웠다.’라는 책 속 문구는 예능이 가진 긍정적인 면을 이야기합니다.

저 역시 드라마보다 예능을 찾아보는 편입니다. 꾸준히 봐야 하는 드라마보다 한 번씩 끊어 봐도 되는 예능이 편하기도 합니다. 직장 일에 치여 답답할 때, 예능을 보면 회복이 되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데 가끔 어떤 예능을 보면 뭔지 모를 불편함에 채널을 돌리기도 합니다. 과거 즐겨 보던 예능을 돌이켜 보면 당시 나 자신에게 그 예능이 필요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마음 상태에 따라 보고 싶은 예능이 있고, 보기 불편한 예능도 있는 셈입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지금 보는 예능을 통해 내 마음의 상태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보고 싶은 예능의 종류도 달라집니다. 예능의 종류를 나누어보면 1) 웃음을 주기 위한 예능, 2) 간접경험으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예능, 3) 휴식과 위로를 주는 예능, 4) 지식, 예술적 교양을 채워주는 예능 정도가 있습니다. 아무 의도 없이 보고 있는 예능도 막상 종류를 나눠놓고 보면 그때마다 구미가 당기는 예능이 있습니다.

같은 종류의 예능 안에서도 풀어가는 방식에 따라 영향이 다릅니다. 여행 관련 예능은 간접경험으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대표적인 예능입니다. 당장 여행을 떠나고픈 우리의 욕구는 ‘1박2일’부터 ‘정글의 법칙’, ‘꽃보다 할배’, ‘트레블러’ 등 많은 프로그램에서 보상받습니다. 그런 여행 예능 중에서도 어떤 때는 다이내믹한 여행을, 때로는 느린 여행을,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같은 종류의 예능 안에서도 마음의 변화에 따라 보게 되는 세부 장르도 달라집니다. 울적한 마음에 기분전환으로 가볍게 웃고 싶을 때는 ‘신서유기’와 같이 재미 요소가 담긴 여행 예능을 보게 되고, 외로운 마음에 사람의 온기가 그리울 때는 ‘효리네 민박’과 같은 소통형 여행 예능을 보게 됩니다.

 

흥미롭게도 예능의 트렌드에는 그 시대의 사회적 단면도 드러나 있습니다. 콩트식 코미디, 육아 예능, 여행 예능, 음식 예능, 음악 예능, 연애 예능 등 그 시기에 인기가 높은 예능을 바라보면, 그 시대의 사람들이 어떤 상황과 무엇에 목말라하는지가 담겨 있습니다. 유행하고 있는 예능에 그 사회의 생각과 정서가 흐르고 있는 셈입니다.

근래에는 1인 가구를 반영한 예능이 꾸준한 인기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늦은 결혼과 비혼 등의 이유로 1인 가구의 수는 계속 늘어, 통계청에서 추정하는 우리나라 1인 가구는 600만을 넘었습니다.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와 같은 예능이 인기도 많고 연말 연예 대상을 받는 것은 그런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혼자 생활하며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과 주변 친구들과 찾게 되는 따듯함을 담은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그 시대의 모습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을 받았던 ‘무한 도전’은 가벼운 인간관계 갈등에서부터 직장 내 문제, 환경오염, 역사 왜곡, 소외계층 등 그 당시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예능이라는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갔습니다. 당시의 시대적 갈등을 웃음으로, 눈물로 덜어내며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보고 있는 예능은 내 마음에서 필요로 하는 정서나 욕구를 알려주면서,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어떤 예능은 진정한 휴식이자 즐거움, 위로가 됩니다. 반면 어떤 예능은 불편함으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내 마음의 상황에 따라 나에게 맞는 예능이 있고 맞지 않는 예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예능을 공부하듯이 볼 필요는 없습니다. 예능은 어디까지나 즐기기 위해 보는 오락프로입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보고 있는 예능의 특징과 의미를 되짚어보는 과정은 현재 내 마음의 상태를 돌아보게 하면서 예능을 통해 진정한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번 정신의학신문의 “예능으로 마음 보기” 시리즈에서는 예능을 다양한 각도에서 즐기며 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드리려 합니다. 격주 간격으로 매회 하나의 예능을 정해 그 예능이 가진 사회적 의미나 정신의학적인 요소들을 풀어내고, 지금 우리의 심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예능이 어떤 마음을 가진 시청자들에게 즐거움과 위로를 줄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보려 합니다. 개그는 개그일 뿐 따라 하지 말아야겠지만, 예능은 예능을 넘어 우리의 마음을 돌아보며 진짜 휴식과 웃음, 위로, 소통의 수단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인드랩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경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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