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하게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서 단감을 선택했습니다.
 


기자: 만화로 배우는 닥터단감의 의학이야기가 두 권의 단행본으로 나왔습니다. 처음 접하는 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단감: 두 권으로 나온 단행본은 정신의학신문에 1년간 연재했던 만화를 엮은 만화입니다. 닥터단감이라는 단감머리를 한 의사가 질병을 소개하고 해결하는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고 35개의 질병을 다루고 있습니다. 질환을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질병의 병태생리와 치료의 원리까지 설명하는 의학 입문서라고 보시면 되는데 만화로 그렸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기자: 진부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왜 닥터단감인가요? 단감을 의사로 만들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단감: 의학 만화를 그려야겠다고 생각을 먼저 했었어요. 전공의 시절, 환자들을 대하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환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아는 경우도 많고 병원에서도 전달하는 정보도 너무 형식적이고 어렵기만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 그래서 만화는 그려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냥 뻔한 캐릭터보다는 확실하게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한국적이고 친근한 느낌, 그런 이미지를 담을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단감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단감은 주로 추석에 먹게 되잖아요? 그리고 외국에는 별로 없고, 홍시처럼 물컹거리지 않고 배나 오렌지같이 너무 달거나 시지도 않고 살짝 단맛이 나는 느낌을 독자들이 받기를 원했어요.

기자: 단감을 좋아하시나요?

단감: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과일을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아요 (웃음)

기자: 책을 보니까 단순히 병을 설명하는 만화라기보다는 스토리도 있고 패러디도 많고 일반적으로 흔히 보는 건강만화와는 다른 것 같더라고요. 어떻게 기획하신 건가요?

단감: 처음 그린 에피소드가 충수돌기염이었어요. 특별한 스토리는 없고 충수돌기염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재밌고 귀여운 캐릭터들이 나오게끔 했었는데, 차츰 그리다 보니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 지더라고요. 미국 의학드라마 ‘하우스’같이 에피소드별로 줄거리가 있는 것도 해보려고 시도했어요. 아무래도 전문 작가는 아니다 보니까 주로 드라마나 영화 패러디를 통해서 질병에 대한 내용을 담으려고 했어요.

 

예상과는 다르게 어린이 독자들이 재미있어한다는 반응을 듣습니다.

 

기자: 만화인데,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의학에 대한 내용이고 설명을 보면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도 많은 것 같아요. 목표로 삼은 독자층이 일반인인가요? 의료인인가요?

단감: 닥터단감을 기획할 때, 일반인부터 의료인까지 아우르는 독자층을 모두 만족시키려는 생각을 하고 시작했어요. 그래서 상당히 상세한 설명들이 들어가 있고 매 에피소드마다 최신 논문을 찾아보면서 그렸어요. 일반인 독자들도 건강과 질병에 대한 단편적인 내용만 알기보다는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죠. 사실, ‘정신의학신문’에 연재될 때는 그렇게 많은 독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행본으로 나온 다음에는 특히 일반인 독자들의 반응이 좋고, 처음 예상과는 다르게 어린이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고 있다는 반응을 듣고 있습니다.

기자: 어린이들도 만화를 재미있게 읽는다는 말씀인가요?

단감: 아무래도 만화인데다가 캐릭터들을 친근하게 그리려고 해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어린이들의 부모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어려운 설명을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가 걸릴 수 있는 질병에 대해서 접하게 된다는 것에 학부모들도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기자: 그런데 어린이들이 좋아할 줄은 생각 못 하셨다는 거죠? 

단감: 전혀 몰랐습니다. 심지어는 제가 그린 만화를 저희 딸한테 보여준 적도 없었어요. 어느 날 제 컴퓨터에서 닥터단감 충수돌기염 편을 열심히 읽던데, 그냥 컴퓨터로 보니까 호기심이 생겨서 그런 줄 알았어요. 어쨌든 어린이들이 좋아해 줘서 기쁘고 그에 맞는 만화를 더 그려볼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사진] 닥터단감 홍보를 위해 유진수 작가가 직접 만든 홍보 이미지. 온라인 홍보에 쓸 목적으로 어린이 학부모들의 반응을 정리했다.

 

간이식 환자들을 위한 만화도 준비 중이고 정신의학신문에 정신건강만화도 연재 예정

 

기자: 닥터단감 만화를 계속 그리고 계시는 건가요?

단감: 현재 동아일보에 네컷만화로 건강정보를 전달하는 만화를 계속 그리고 있고요. ‘정신의학신문’과 같이 그린 정신건강만화도 있습니다. 일부는 예전에 공개됐고 조만간 연재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 외에도 제가 일하는 분야인 간암과 간이식에 대한 만화도 그리고 있습니다. 제가 보는 환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만화를 그리려는 것이죠.

 

[그림] 동아일보 ‘만화 그리는 의사들’에 연재 중인 ‘닥터단감의 도시서바이벌’. 네컷만화에 건강정보를 담아서 연재하고 있다. (출처 동아일보)


바이오메디컬아티스트는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의료 전반에 기여할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

 

기자: 현재 메디컬일러스트 스튜디오도 운영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단감: ‘그리닥’을 만든 지 3년 됐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닥터’라는 이름인데, 메디컬아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그림을 그려주는 서비스입니다.

기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점점 생기고 있는데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찾아요?

단감: 가장 많은 부분은 대학병원 의사들입니다. 논문용 바이오메디컬아트 요청이 많습니다. 일반인들은 인체해부도만 봐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논문용 메디컬일러스트는 그것보다도 훨씬 더 깊은 이해를 요구하면서 연구자의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담겨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같은 의사인 저를 믿고 요청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외에도 의료기기 회사나 제약회사 등에서도 요청이 오는 경우도 있고, 각종 학회에서 홍보용 자료로 그림 요청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쉬운 메디컬일러스트보다 어려운 메디컬일러스트 위주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기자: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쪽 분야의 전망은 어떤가요?

단감: 아직 충분히 무르익지는 않은 것 같은 반면에 바이오메디컬아트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은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저희 센터 또한 바이오메디컬아티스트를 채용하여 다양한 작업을 함께 하고 있는데 단순히 아트만 하기보다는 3D 이미지 등, 의료 전반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다양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본업인 의사 일도 하랴, 만화에 그림까지 정말 많은 일을 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단감: 하고 있는 일들을 모두 잘 해내는 것입니다. 제 본업은 의사이기 때문에 만화나 그림 때문에 본업이 영향을 받지 않게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오히려 요즘은 제 특기를 본업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환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쉽게 전달해 줄 수 있는 매개체로 만화와 메디컬아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저를 찾아온 환자들이 만족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자: ‘만화로 배우는 닥터단감의 의학이야기’를 읽으실 독자분들을 위해 한마디 해주시겠어요?

단감: 사실, 옛날에 그린 만화를 보면 많이 어설프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서 그런 만화라도 재밌게 읽어주는 분들이 있다는 점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닥터단감을 처음 만들 때 ‘먼나라 이웃나라’같이 건강분야에서 믿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시작했었습니다. 지금은 유튜브 등에서 많은 의사 선생님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반면에 단감을 많이 그릴 기회가 없어서 스스로 불만족스러운 것이 사실인데, 천천히 꾸준히, 제가 정년 퇴직을 한 뒤에도 그리는 것을 목표로 독자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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