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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N번방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3.27 09:09

[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텔레그램 등 SNS를 이용한 미성년자 성 착취 사건인 ‘N번방’의 이용자가 만 명 이상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N번방 관련 청와대 청원은 순식간에 300만 명을 넘어섰다.

매춘처럼 자신의 성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며 일부 국가에서는 합법이다. 물론 타인의 성을 강압적으로 착취해 돈을 버는 것은 모든 나라에서 불법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허가된 매춘처럼 아주 오래된 일 중 하나이다. 가출한 미성년자에게 매춘을 강요하고 이익을 챙긴 사건은 국내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만 명 이상. N번방 사건의 사회적 충격이 큰 이유이다. 이전에는 미성년자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아주 드문 변태 성욕자라고 생각했지만, 만 명이라는 숫자는 우리 곁에 있는 누군가는 연루되어 있음직한 숫자이고, 이 말을 조금 과하게 해석하면 변태 성 범죄자가 지금 내 곁에 있을 수 있다는 얘기가 사실처럼 느껴진다. 
 

사진_픽셀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자신만의 성적 판타지가 있다. 그 판타지 중에서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있고,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것들도 있으며,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것들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느끼지 않는 병적인 성적 판타지도 있다. 병적인 것을 제외한 이 모든 것이 조금씩 사람 속에 공존한다. 

이런 판타지들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인간은 배고플 때도 무언가를 먹고 싶어 하지만, 중요한 회의에서도, 장례식장에서도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먹고 싶은 것이, 종종 말도 안 되는 음식들이 떠오르곤 하니 말이다. 

물론 병적인 성적 판타지는 대부분 불법적이며, 타인에게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병적인 성적 판타지를 사회 문화적으로 억압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억압된 성적 에너지는 더 커져 버리게 된다. 이 에너지는 아주 작은 자극만으로도 쉽게 터져 나와, 자신과 타인의 삶을 망가뜨리곤 한다.  

 

물론 개인이 마음속에 어떤 성적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으며, 마음에 있는 것만으로는 문제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불법적인 성적 판타지를 공유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불법적인 성적 판타지를 입 밖에 내는 순간 수요가 만들어지고, 공유를 하는 순간 시장이 만들어진다. 불법적인 시장이 만들어지면 불법적인 공급원이 생기게 된다. 시장을 확인하지 못하면 불법적인 공급원이 활동하기가 어렵다. 짊어져야 할 위험부담이 큰데, 이익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타인의 성생활 동영상이나, 길거리 도찰 동영상이 경제적 이득이 되지 못했지만, 현재는 웹 하드, 클라우드 등 온라인 자료 공유 기술이 발전하면서 불법적인 야동 시장과 공급원이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즉각적인 현금화가 가능해졌다. 

2018년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의 폭력과 기행으로 사회가 떠들썩했지만, 불법 야동의 유통은 그리 큰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 위디스크도 분명히 속칭 ‘야동’ 유통으로 큰돈을 벌었으며, 그 야동 대부분이 불법이었고 그중 분명히 미성년자 야동도 존재했을 것인데도 말이다. 그리고 입장료가 있는 N번방보다 더 쉽게 접할 수 있으니, 훨씬 더 많은 사람이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대응이 미온적이지 않은가 하는 부분도 있다. 지금 만 명이라는 숫자도 결코 적지 않은데, 더 많은 이가 불법 야동에 연루되어 있다면, 정치적으로도 경찰 행정적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사장된 합법적인 국내 포르노 시장을 활성화시켜서 불법 야동 시장에서 사람들을 이탈시키는 것 역시 포르노 사업의 양성이라며 반발이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성적 판타지를 확인하여 문제 되는 것을 없앨 수도, 성욕을 지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단 기준에 ‘변태 성욕 장애’가 존재하지만, 활발하게 연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가 되지 않으면,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치료와 관리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할 수 없다.

연구를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성 문제로 정신과에 오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나라에서는 성을 신체적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성에 어떤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경우 비뇨기과나 산부인과만 찾아간다. 하지만 실제로 정신이 성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예를 들어 과도한 긴장만으로 발기 부전이나 성관계 시 통증이 일어나고, 이런 고통은 엄연히 정신의 문제이다.

결국 성 문제로 정신과를 찾게 되는 경우는 범법행위로 강제로 정신과 진료를 받게 되는 경우인데, 이렇게 찾아온 범법자는 진료협조할 의지가 전혀 없다. 

 

N번방 사건을 시작으로, 현대 대한민국의 성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외면해 온 만큼 너무 많은 부분이 왜곡되어 있으며, 이 왜곡의 피해자는 결국 보통 사람, 그리고 그중에서도 더 힘이 없는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명백한 가해자에게는 분명한 처벌을 내려, 불법적인 판타지를 공유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했으면 한다.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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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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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ㄱㄱㄱㅇ 2020-03-27 14:13:53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성교육과 성보호법 성인식이
    근본적인 문제 항상 범죄는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첫째지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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